“수비는 노력하면 좋아진다”…LG 박해민, 육성 선수 향한 현실 조언

2025-11-26     서지아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를 가득 메운 조명이 트로피를 비추는 가운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시상식장에서 취재진의 시선은 도루상과 중견수 부문 수비상을 동시에 수상한 LG 트윈스 박해민에게 집중됐다. 대졸 육성 선수 출신으로 출발선이 고졸 상위 지명 선수들 뒤에 있었던 박해민은 두 차례 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최대 125억원을 보장받는 외야수로 성장했다. 박해민은 이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수비와 주루, 그리고 냉철한 자기 평가가 젊은 선수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전달했다.  

박해민은 ‘대졸 육성 선수’로 프로에 입문해 상위 지명 선수들과는 다른 조건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출발선이 뒤에 있었던 박해민은 꾸준한 수비와 주루, 인내를 바탕으로 입지를 넓혔고, 2021년 12월 4년 최대 60억원, 2025년 11월 4년 최대 65억원 등 두 차례 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통해 총액 최대 125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수비는 노력하면 좋아진다”…LG 박해민, 육성 선수 향한 현실 조언 / 연합뉴스

2025 KBO리그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도루상과 중견수 부문 수비상을 동시 수상한 박해민은 수상의 의미를 되새기며 후배들을 향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박해민은 타격 훈련에만 치중하는 후배들의 태도를 짚으며, 자신의 커리어를 예로 들어 균형 있는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해민은 “내가 수비, 주루 훈련 시간을 줄이고, 타격에만 집중했다면 이미 은퇴, 아니 방출당해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장점에 기반한 훈련 방향이 생존과 직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해민은 안현민, 김도영, 홍창기를 언급하며 타격 재능과 선구안을 타고난 선수는 극소수라고 평가했다.  

박해민은 “안현민, 김도영 같은 타격 능력, 홍창기 같은 선구안을 타고난 선수는 극소수다”라며 “그렇다면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능 중심의 경쟁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무기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박해민이 꼽은 육성 선수 성공 비결의 핵심은 냉철한 시선과 인내다. 박해민은 “자기를 객관적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소속팀의 장단점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해민은 팀 구성과 전력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본인의 희망만 좇는 훈련 방향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민은 “거포가 즐비한 팀에서 ‘멀리 치는 타격’만 노리면, 기존 선수들을 넘어서기 어렵다. 발 빠른 주자가 많은 팀에서는 주력으로만 살아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해민은 각 구단 상황과 전력 구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팀에 필요한 역할과 기술을 찾아 집중해야 경쟁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해민은 “팀에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 말하며, 시간은 걸리더라도 방향이 맞다면 기회는 주어진다는 점을 재차 상기시켰다. 박해민의 발언에는 육성 선수 출신으로 쌓아 올린 경험이 녹아 있었다.  

노력의 중요성에 대해 박해민은 모든 프로 선수에게 요구되는 기본 덕목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수비에서 특히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특히 수비는 노력 대비 효율이 무척 높은 분야”라고 강조하며 수비 훈련의 가치를 부각했다.  

박해민은 타격과 수비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 설명했다. 박해민은 “타격은 재능의 영역이다. 하지만, 수비는 노력하면 무조건 좋아진다. 내가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수비가 하루아침에 좋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완전히 달라진 자신을 발견한다”고 덧붙이며, 꾸준함이 변화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수비 훈련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나 박해민은 수비야말로 1군 무대에 진입하는 지름길이라고 평가했다. 많은 선수들이 타격 중심의 훈련에 쏠리는 가운데, 수비 능력을 끌어올린다면 경쟁에서 차별화를 만들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박해민은 “아마 대부분의 선수가 배트를 빼앗아도 맨손으로 타격 훈련을 할 것이다. 하지만, 글러브를 빼앗으면 많은 선수가 수비 훈련을 멈출 것”이라고 말하며 현장의 풍경을 꼬집었다. 이 발언을 통해 박해민은 타격 편중 훈련 문화와 수비 훈련의 상대적 소홀함을 지적했다.  

이어 박해민은 자신의 무기를 분명히 했다. 박해민은 “나의 무기는 수비, 주루, 간절함이었다”고 밝혀, 화려한 타격 재능이 아닌 기본기와 절실함으로 경쟁에 나섰음을 설명했다. 박해민은 “수비를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독하게 수비 훈련을 했고, 수비로 인정받아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고 말하며 수비 강화가 출전 기회를 넓히는 직접적인 수단이었음을 강조했다.  

박해민은 자신을 “뛰어난 선수”라고 포장하지 않았다. 박해민은 “내가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내가 걸어온 길이 기회를 얻고자 하는 많은 젊은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경험을 사례로 제시하며, 육성 선수와 하위 지명 선수들이 현실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데 참고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도루상과 수비상을 동시에 수상한 박해민은 기록과 함께 메시지를 남겼다. 대졸 육성 선수로 출발해 FA 시장에서 두 차례에 걸쳐 최대 125억원을 인정받은 과정은 냉철한 자기 분석, 수비와 주루에 대한 집요한 노력, 그리고 팀이 요구하는 역할을 찾아가는 인내의 결과였다는 것이 박해민의 설명이다.  

박해민은 정규시즌 시상식장을 떠나며 다시 한번 “수비는 노력하면 분명히 좋아진다”는 믿음을 강조했다. 박해민의 발언은 육성 선수뿐 아니라 1군 입성을 꿈꾸는 모든 선수들에게, 수비와 주루, 그리고 팀에 필요한 역할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메시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