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아닌 민폐?"…'남극의 셰프', 기지 식자재 부족 심화시켰나 [TOP리뷰]

2025-11-26     유혜지 기자

'남극의 셰프'가 방송 시작부터 논란에 휘말렸다. 

17일 첫 방송된 STUDIO X+U·MBC 예능 '남극의 셰프'는 백종원이 임수향, 엑소 수호, 채종협과 함께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찾아가 연구대원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한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다. 

MBC '남극의 셰프'

실제 방송에서는 백종원과 출연진이 1년에 한 번 보급되는 식자재로 버텨야 하는 기지의 열악한 실상을 보여줬다. 

유통기한이 1년 이상 지난 냉동 식자재가 대부분이었다. 양파와 당근조차 냉동으로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백종원은 기본 재료인 '파'가 이미 소진된 사실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를 두고 시청자들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기지의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출연진이 기지의 한정된 식량을 추가로 소모해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앞서 프로그램 제작진은 촬영을 위해 한국에서 별도의 식자재를 가져가지 않았으며, 기지에 남아있는 식재료만으로 요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MBC '남극의 셰프'

그러나 이는 이미 부족한 기지의 식자재를 예능 촬영이라는 명분으로 소비해 대원들의 고충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1년 치 식량을 아껴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촬영팀이 방문해 남아있는 식자재까지 사용한 것은 기획 의도와 달리 현장 대원들에게 민폐를 끼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올해 세종기지가 이미 예산 부족으로 물자 보급이 평소보다 크게 지연된 상황이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미 '보릿고개'라 불릴 만큼 식량이 빠듯했는데, 프로그램 촬영 기간(지난해 11월)이 함께 겹치며 식자재 부족이 더 심각해졌다는 것.

앞으로 '남극의 셰프'가 기획 의도대로 감동을 전달할지, 극한의 환경에 처한 대원들의 삶에 또다른 시련을 안겨준 민폐 예능으로 남게 될지, 논란의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방송에서 선보인 메뉴가 백종원의 더본코리아가 판매하는 메뉴와 유사하다는 '간접 광고' 논란까지 겹치면서 시청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