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완승과 7연승 질주”…대한항공, 러셀·정지석 앞세워 독주 체제

2025-11-26     최도영 기자

인천 계양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 앞에서 대한항공 점보스의 상승세가 다시 한번 터져 나왔다. KB손해보험과 선두 자리를 건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선 3세트 9-16, 7점 차 열세를 안고도 연속 8점을 뽑아내며 흐름을 뒤집었다. 이어 25-22로 세트를 마무리해 3-0 셧아웃 승리를 완성했고, 정규리그 초반 7연승을 달리며 선두 독주 체제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한항공은 2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KB손해보험과의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거뒀다. 대한항공은 이번 승리로 올 시즌 6개 구단을 상대로 모두 승리를 챙기며 전 구단 상대 전승을 기록했다.  

“3-0 완승과 7연승 질주”…대한항공, 러셀·정지석 앞세워 독주 체제 / 연합뉴스

특히 대한항공은 올 시즌 유일한 패배를 안겼던 KB손해보험과의 재대결에서 무실세트 승리를 따내 의미를 더했다. 선두 자리를 두고 맞붙은 경기에서 대한항공은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선 3세트 9-16으로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연속 8점을 올리는 폭발적인 공격력을 선보였다. 대한항공은 25-22로 3세트를 마무리하며 셧아웃 승리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파죽의 7연승 행진으로 시즌 8승 1패를 기록했고, 승점 22점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2위 KB손해보험의 승점 19점, 3위 한국전력의 승점 14점, 4위 현대캐피탈의 승점 13점과 격차를 벌렸다. 대한항공은 현재와 같은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정규리그 1위 등극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 섰다.  

대한항공의 상승세는 기록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대한항공은 팀 득점 부문에서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반면 팀 공격종합 성공률은 55.7%로 1위를 기록 중이며, 팀 속공 성공률 60.8%, 팀 퀵오픈 성공률 60.1%, 팀 후위공격 성공률 61.6%로 관련 부문 모두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비득점 부문 기록에서도 대한항공의 강점은 두드러진다. 대한항공은 팀 리시브 효율 38.1%로 1위에 올라 있으며, 팀 세트는 세트당 평균 14.1개, 팀 수비는 세트당 17.6개를 기록해 두 항목에서도 모두 1위를 지키고 있다. 공격과 수비 양 측면에서 리그 최상위 수준의 밸런스를 갖춘 셈이다.  

대한항공의 연승 행진 중심에는 좌우 쌍포로 서는 외국인 거포 카일 러셀과 주장 정지석의 활약이 있다. 러셀은 올 시즌 두 차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러셀은 한 경기에서 후위공격, 서브 에이스, 블로킹을 각각 3개 이상 기록한 트리플크라운을 두 번 작성하며 9경기에서 216점을 올려 득점 부문 4위에 자리했다.  

정지석도 토종 공격수 가운데 가장 높은 득점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지석은 시즌 167점을 올려 득점 부문 8위를 기록 중이며, 국내 선수 중에서는 최상위권 득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러셀과 정지석의 좌우 쌍포 체제가 대한항공 공격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조직력은 세터진과 미들 블로커진에서 완성도를 더한다. 프로배구 사상 최초로 통산 2만세트를 돌파한 한선수는 여전한 정확한 토스와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앞세워 대한항공의 공격 전개를 조율하고 있다. 여기에 김규민, 김민재, 최준혁으로 구성된 미들 블로커진이 중앙에서 높은 블로킹 벽을 형성하며 철벽 수비를 펼치고 있다.  

백업 자원들의 기여도도 상승세를 떠받치고 있다.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과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 임재영, 김선호가 공격 옵션을 다변화하며 주축 선수들의 부담을 분산시키고 있다. 다양한 공격 루트가 마련되면서 상대 블로킹과 수비를 분산시키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의 변화 중심에는 브라질 남자대표팀 사령탑 출신 헤난 달 조토 감독이 자리한다. 65세인 헤난 감독은 브라질 배구 역사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4-2025시즌 컵대회 우승, 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모두 차지하며 트레블을 달성한 현대캐피탈에 밀려 무관에 그친 뒤 헤난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헤난 감독은 현역 시절 16세의 나이에 브라질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탁월한 리시브와 공격력을 바탕으로 1989년까지 브라질 대표팀의 주축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하며 올림픽을 포함한 각종 국제 대회에서 이름을 알렸다.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는 브라질 명문 시메드, 우니술과 이탈리아 시슬레이 트레비소에서 감독을 맡으며 선수 육성과 전술 운용에서 탁월한 역량을 입증했다.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은 뒤 헤난 감독은 리더십 구도부터 손을 보기 시작했다. 헤난 감독은 10년간 주장 완장을 차고 있던 한선수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팀의 허리 세대에 해당하는 정지석에게 과감히 주장 역할을 맡겼다. 세대교체와 리더십 재정비를 병행하는 선택이었다.  

또 헤난 감독은 젊은 선수 육성에 공을 들였다. 아웃사이드 히터 임재영과 서현일, 아포짓 스파이커 김준호, 리베로 강승일 등 젊은 자원들을 주축으로 세워 올해 농협·여수컵 컵대회 우승을 이끌어냈다. 대한항공은 컵대회 정상에 오르며 3관왕 재도전을 향한 첫 단추를 채웠다.  

헤난 감독은 통이 큰 지도 스타일과 체계적인 훈련, 상대 전력 분석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전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선수단은 헤난 감독의 지도력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으며, 정규리그 초반 7연승과 다양한 기록 지표에서의 선전이 지도 철학과 전술의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한편, 지난 시즌 V리그를 제패했던 현대캐피탈은 초반 부진에 빠졌다. 필립 블랑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OK저축은행에 2전 전패를 당했고, 최근 3연패 수렁에 빠져 흐름이 좋지 않다. 3강 후보로 평가받았던 KB손해보험도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에 잇달아 패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대한항공은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한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28일 한국전력과 맞붙은 뒤 다음 달 4일 우리카드와 연달아 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대한항공 구단은 두 경기를 모두 잡고 9연승으로 2라운드를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대한항공은 과거 통합 우승 4연패를 달성하며 명가로 군림한 경험이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초반 주도권을 잡은 흐름을 이어가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대한항공이 헤난 달 조토 감독 체제 아래 다시 한 번 통합 우승 행진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