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마라톤 이수민 "문제 본질은 성추행X 김완기 감독 신체 접촉으로 극심한 통증…사과 없었다"

2025-11-26     이수현 기자

2025 인천마라톤 결승선에서 발생한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당사자가 직접 입장을 밝혔다.

25일 이수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안녕하세요. 삼척시청 마라톤 선수 이수민입니다. 최근 골인 직후 발생한 신체 접촉 논란과 관련하여 제가 직접 경험한 사실을 정확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앞서 지난 23일 인천문학경기장 일대에서는 '2025 인천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이수민 인스타그램

인천마라톤은 인천 유일의 국제 공인 풀코스 대회로, 올해 8개국 엘리트 선수 74명을 포함해 2만 명 넘는 참가자가 레이스에 나섰다.

엘리트 부문 국내 여자 선수 1위는 삼척시청 소속 이수민이었다. 2시간 35분 41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날 이수민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이 유튜브 영상에 남았는데, 삼척시청 김완기 감독이 이수민 선수를 잡아주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해 김완기 감독은 선수 안전을 위해 잡아주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팔이 명치 쪽에 닿아 통증을 느낀 이수민 선수가 뿌리친 것이었고, 선수에게 사과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수민 선수는 "저는 이번 상황을 ‘성추행’이라고 단정하거나 주장한 적은 없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성적 의도 여부가 아니라, 골인 직후 예상치 못한 강한 신체 접촉으로 인해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는 점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저는 숨이 가쁘고 정신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옆에서 갑작스럽게 매우 강한 힘으로 제 몸을 잡아채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가슴과 명치에 강한 통증이 발생했고, 저항해도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팔이 압박된 채 구속감을 느꼈습니다. 이 모습이 그대로 영상에 남아 많은 분들의 논란을 불러온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수민은 "그때는 상황 파악조차 어려웠고, 이후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그 행동을 한 사람이 감독님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통증과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동으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먼저 감독님을 찾아가 '골인 직후 너무 강하게 잡아당기셔서 통증이 있었다' '그 행동은 적절하지 않았다'라고 분명하게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순간적으로 뿌리친 행동이 감독님께 기분 나빴다면 죄송하다고도 말씀드렸습니다. 선수 입장에서 예의를 지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라고 이후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수민은 "하지만 구체적인 사과나 인정은 전혀 없었고, 말을 돌리는 식으로 대응하셨습니다. 저에게 논란이 있던 행동에 대한 사과도 없으며, 그 후로도 개인적·공식적인 어떤 사과나 연락도 전혀 없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후 사건 공식 조사 과정에서도 감독님은 조사 전 단독으로 해명하는 듯한 영상이 올라와 본인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먼저 밝히는 모습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선수를 보호하고 상황을 바로잡아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조사도 없이 해명 자료를 공개하는 모습은 매우 힘들고 혼란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수민은 "논란이 커진 이후에도 감독님은 저에게 찾아와 상황을 해결하거나 대화를 시도한 적이 없습니다. 이후 저는 시청 조사 과정에서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상세히 설명드렸고, 현재도 통증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병원에서 2주 치료 소견을 받고 회복 중입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사건 전후 과정에서, 저는 일부 소통과 지시가 반복적으로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경기력이나 계약과 관련된 압박이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정신적 긴장과 스트레스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었으며, 관련된 모든 사실은 시청 조사 과정에서 상세히 전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조사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수민은 "저는 이 일을 과장하거나 왜곡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실제로 경험한 통증과 상황을 정확히 말씀드리고, 확인되지 않은 비난과 추측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저는 시합에 집중하고 기록을 만들어야 하는 선수로서, 이런 해명문을 직접 올리는 일 자체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글을 써야 하는 상황 자체가 마음이 무겁고, 이번 일을 정리하기 위해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제가 느끼고 경험한 사실들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앞으로 다시는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용기 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도 이번 일이 혹시 모를 불이익으로 돌아올까 두렵고 무서운 마음도 있습니다. 이번 일로 팀 재계약에 대한 문제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또한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무엇보다 축제 같은 대회에서 이런 논란이 발생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수민은 "기록적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으로 인해 팀 동료들, 관계자분들, 그리고 저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불편한 모습을 보여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마라톤을 사랑하는 선수로서 종목의 이미지에 부담을 드린 부분 또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걱정과 불편함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과했다.

끝으로 "앞으로는 더 성숙한 자세로 경기력과 책임감 모두에서 발전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라며 글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