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키스탄 로군 수력발전소 환경평가 재실시 불발…세계은행 결정에 환경단체 반발

세계은행(WB)이 타지키스탄 로군 수력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중앙아시아 하류 지역의 물 부족과 농업 피해 가능성을 제기해 온 국제 환경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키르기스스탄 매체 ‘타임스오브센트럴아시아’(TCA)는 25일 국제하천보호단체 연합 ‘국경없는강’(RwB)의 발표를 인용해 세계은행 집행이사회가 최근 세계은행 검사위원회가 제기한 타지키스탄 로군 수력발전소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권고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세계은행 검사위원회는 지난 4월 로군 수력발전소로 인한 영향을 우려한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하류 주민들로부터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요구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 제출 주민들은 로군 수력발전소 건설 전 시행된 기존 환경영향평가가 오래된 자료와 타지키스탄 당국의 구두 약속에 의존해 이뤄졌다며 평가의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검사위원회는 6월 현지 조사를 실시한 뒤, 로군 수력발전소 건설을 현 계획대로 진행할 경우 아무다리야강 하류 지역 주민 최대 1천만명의 생계와 거주 환경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집행이사회에 공식 권고했다.

검사위원회는 로군 댐 건설이 계속되면 하류 지역에서 이용 가능한 물의 양이 크게 줄고 토양 내 염분 농도가 상승해 농업 생산 기반이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검사위원회는 이러한 변화가 누적될 경우 하류 주민들이 경작을 포기하고 거주지를 떠나야 할 정도의 심각한 삶의 터전 상실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세계은행 집행이사회는 세계은행으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는 국가의 시민만이 해당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재조사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검사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집행이사회의 결정이 알려지자 ‘국경없는강’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로군 수력발전소 건설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하류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외면한 조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세계은행이 통합적 개발을 추진하고 인접국 주민의 민원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한 기존 공약과 이번 결정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환경단체 연합체인 ‘로군비상연합’은 로군 댐 건설 과정 전반을 계속 추적하겠다고 밝히며, 하류 지역 주민들의 환경권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기술적 대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로군 수력발전소는 타지키스탄 정부가 아무다리야강의 주요 지류인 바흐시강에 건설 중인 대형 수력발전 프로젝트로, 중장기적으로 중앙아시아 수자원과 전력 수급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바흐시강은 아무다리야강 전체 유량의 25∼29%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돼, 상류에 대형 댐이 건설될 경우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등 하류 국가들의 물 사용 조건과 농업용수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로군 수력발전소 건설은 옛 소련이 1976년 착공했지만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공사가 중단됐다가, 독립국이 된 타지키스탄이 2016년 사업을 재개하면서 다시 추진되기 시작했다.

타지키스탄 정부는 현재 로군 수력발전소에 설치될 6개 터빈 가운데 2개를 장착한 상태이며, 전체 공정을 2040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로군 수력발전소 건설은 세계은행 자금지원을 받는 타지키스탄 정부가 이탈리아 기업에 시공을 맡아 진행 중이며, 완공되면 댐 높이가 335m에 달해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이 될 전망이다.

타지키스탄 당국은 로군 수력발전소가 완전 가동되면 3천600MW(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해 자국 내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인접국으로 전력을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