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직장인 고난부터 부성애의 깊이까지…다양한 감정선을 그려내다
평범하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 남성의 일상을 연기하는 배우 류승룡의 온기 어린 모습은 드라마 안팎을 오가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11월 22일, 23일에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연출 조현탁, 극본 김홍기, 윤혜성)에서는 김낙수(류승룡 분)가 상가 분양 사기라는 벼랑 끝 현실과 교통사고까지 겪는 암흑기를 맞았다. 김낙수는 그간 직장과 가족을 위해 흔들림 없이 살아온 평범한 가장이다. 그러나 분양 사기 피해로 인해 노후 자금까지 잃고, 가족에게는 차마 이를 털어놓지 못하며 속앓이를 거듭한다.
특히 9회와 10회에서는 현실의 냉혹함이 날카롭게 스며들었다. 안락했던 직장 생활을 떠나 경쟁이 심한 사회, 충분치 않은 대안 속에서 하루하루 애를 태운다. 아내 박하진(명세빈 분)의 희망과 아들 김수겸(차강윤 분)의 반항, 동서와 처제의 냉대까지 겹쳐 김낙수는 외로움과 자조에 빠진다. 그에게 힘이 되는 것은 여전히 가족의 울타리와, 고난 속에서도 삶을 버티려는 의지다.
이 과정에서도 김낙수는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가장의 본성을 놓지 않는다. 위기에 몰린 그는 아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과거 직장 동료와 주변 인맥까지 동원해 여전한 생존 의지를 보인다. PT 준비에 밤잠을 줄이고, 아들과의 갈등에도 부성애를 잃지 않는다. 극의 클라이맥스에서는 김낙수가 교통사고를 내며 모든 것이 무너진 감정의 끝을 보여줬다. 깨진 유리창 너머 별을 올려다보는 김낙수의 공허한 눈빛엔, 누구나 지나온 인생의 슬픔과 무력감이 담겨 있었다.
이처럼 극 중 김낙수의 좌절과 절망, 그리고 그 속에서 소소한 희망을 붙드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진한 공감을 남긴다. 현실에 맞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평범한 중년 남성의 고단함이 류승룡의 눈빛과 표정에서 촘촘하게 포착된다. 삶의 무게를 견디는 부장은 때로는 가족의 안전망이 되려 하고, 때로는 아픔을 삼키는 평범한 남편과 아버지로 돌아간다.
드라마는 직장인의 현실적인 고충뿐 아니라, 일터와 가정에서 부딪히는 세대 간 갈등, 동료애, 가족 서사까지 한데 녹인다. 김낙수가 25년간 몸 담았던 ACT를 다시 방문하며 느끼는 어색함, 후배이던 도부장(이신기 분)과의 입장 변화 등은 직장 내 관계의 속살을 보여준다. 아산공장 직원들과의 팀워크, 영업 1팀과의 끈끈한 동료애, 인사팀장 최재혁(이현균 분)의 리얼한 연기까지 함께 어우러져 회사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반면 카메라 뒤, 촬영장에서는 웃음과 온기가 가득했다. 류승룡을 비롯해 명세빈, 차강윤, 송과장 역의 신동원, 정대리 역의 정순원, 권사원 역의 하서윤 등 배우들은 단체 사진 속에서 각자의 캐릭터를 반영한 포즈로 환한 미소를 자아냈다. 극에서는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던 인물들이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세대와 역할을 넘어선 유연한 팀워크와 긍정의 에너지가 빛났다.
박하진 역 명세빈의 우아한 드레스룩, 김수겸 역 차강윤과 이한나 역 이진이의 청춘 에너지, 그리고 감독과 배우진이 어우러진 훈훈한 단체 컷은 작품 밖에서도 이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드라마의 온도와 메시지를 고스란히 전한다. 현실 통을 불러일으키던 드라마의 이면엔, 서로를 응원하고 따뜻하게 보듬는 배우들의 시너지가 존재했다.
덧붙여 이번 작품은 직장인·가장이라는 이름 아래 가려진 개개인의 꿈과 후회, 그리고 소박한 행복에 대한 통찰을 던지며, 동시대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선물한다. 각박한 현실 속 지쳐 가는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을 위해, 김 부장이라는 인물이 건네는 작은 용기와 위안이 스며든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3주 연속 TV 드라마 화제성 2위, 출연자 화제성 TOP 10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시청자와 평단 모두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류승룡의 깊은 연기 내공과 폭넓은 감정 표현이 극의 리얼리티를 완성했고, 세대를 아우르는 호소력으로 다시 한 번 흥행 파워를 입증하고 있다.
류승룡은 이번 드라마에서도 “연기는 결국 일상과 삶, 그리고 진심”이라는 메시지를 묵묵히 전한다. 흔들리며 성장하는 평범한 아버지의 내면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며, ‘극한직업’, ‘7번방의 선물’에서 보여준 자신만의 온기와 유머를 다시 한 번 대중에게 전달한다. 가족과 동료, 현실과 희망이 공존하는 현실판 서사를 통해 새로운 대표작으로 남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토요일 밤 10시 40분,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정규 방영되며, 다음 회차에서 이어질 김낙수의 변화와 가족의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