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디션에 제작비 50억 투자, 남은건 50억 적자"…엠피엠지, 공정위에 CJ ENM·엠넷 신고 (종합) [현장]

2025-11-12     김효진 기자

음악 기획사 엠피엠지(MPMG) 이종현 PD가 CJ ENM과 엠넷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 남용행위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전동 엠피엠지 사옥 라운지 엠(LOUNGE M)에서 대기업의 갑질과 횡포에 대한 신고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이종현 PD와 법무법인 정독 김종휘 변호사가 참석했다.

엠피엠지

지난 2022년 7월부터 9월까지 총 12회 방영된 Mnet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은 0.2%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당시 우승팀은 터치드였고, 기존 엠피엠지 소속 아티스트였던 설(SURL)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3위 유다빈밴드, 4위 오월오일, 5위 헤이맨, 6위 W24, 7위 D82, 8위 나상현씨밴드 순이었다.

이후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서 상위권에 오른 밴드들은 엠피엠지에서 주최하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카운트 다운 판타지' 등에 꾸준히 출연했다.

이날 이종현 PD는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이 다섯 가지 유례 없는 사례를 만들었다. 제작비 전액도 모자라서 제작비 이후에 다른 돈까지 다 투자하면서 프로그램을 살려보려고 했던 우리 회사가 있었다. 방송사가 단 10원도 내지 않고 100%를 민간 기업이 돈을 다 내고 이렇게 진행한 사례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자기 돈을 10원도 안 내고 심지어 주요 업무를 우리가 다 했는데 IP를 방송사가 갖고 간 것도 사례 없는 경우"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렇게 비용을 댔을 뿐만 아니라 하도 안 되니까 추가적으로 비용을 내면서 또 일을 해야 하고, 직원을 뽑아야 했다. 어떻게든 살려봐야 돼서 했던 경우도 있었나. 언론 홍보, 마케팅, 공연, 음원, 심지어 합주실 촬영까지. 이런 사례가 과연 있었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이 화제성 지수에 잡히지도 않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유일하게 갖고 있는 자존심은 커버곡을 많이 시키지 않은 경연이었다"라고 밝혔다.

엠피엠지

법무법인 정독의 김종휘 변호사는 신고 배경에 대해 "엠피엠지는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 제작비를 지원하기로 한 회사다. 제작 전에 CJ ENM에 30억을 지급했다. 엠피엠지 입장에서는 양질의 프로그램이 제작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CJ ENM의 요구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 중 마케팅 비용, 언론 홍보 비용, 녹음실·합주실, 외부 인력 비용, 결승전 촬영 현장 스태프 식대비, 교통비, 주차비, 카메라 렌즈 대여비, 현수막·포스터 제작비, 결승전 콘서트를 위한 대관료, 결승 이후 마케팅·콘서트 홍보 비용 모두 엠피엠지에게 전가했으며, 수수료를 내고 엠넷 유통사를 사용하도록 강요했다. 외주 제작사에 프로그램 제작을 의뢰했고, 프로그램에 필요한 촬영을 직접 하지 않고 아티스트 녹음, 합주 모두 엠피엠지가 직접 촬영하고 CJ ENM에 보내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엠피엠지

이종현 PD는 "2021년 가을, 모 방송사의 밴드 경연 프로그램을 보다가 밴드 신이 여러 경연들을 통해 수혜를 많이 얻지 못하고 침체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 입장에서 트로트나 아이돌 못지않게 밴드도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리도 노하우가 있으니 밴드 경연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에 하고 있던 경연 프로그램 쪽에 논의해볼까 해서 전화도 해봤고, JTBC '슈퍼밴드' 측에도 연락해봤다. 당장 시즌 계획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래서 뉴미디어를 통해 자체 제작을 해볼까 고민하던 터였다. 그때 CJ ENM의 PD 한 분을 우연히 안부 차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만나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는 주로 음악 페스티벌을 많이 하는 회사고, 아티스트 비즈니스를 주로 다루는 회사이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밴드 쪽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또 밴드 경연에서 이런 부분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쪽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했더니, 태도가 바뀌면서 굉장히 적극적인 분위기가 됐다. 저도 이미 시장 조사를 했고, 밴드 경연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15억 정도의 금액을 가지고 다른 회사와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더니, '엠넷이랑 하면 안 되냐. '쇼미더머니'도 있고, 그 당시 '스우파'도 있고, 굉장히 잘 되는 프로그램들이 있지 않냐. 밴드판 쇼미를 만들자'며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러면 우리가 15억, 엠넷이 15억을 내서 한번 밴드 경연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세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이 PD는 ▲재미는 있고 독하되, 아티스트의 음악은 최대한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율성을 주고 자작곡 위주로 하자. 커버곡은 싫다. ▲아티스트들이 신인이 아닐 수도 있으니, 경연에서 너무 형편없이 대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기실이나 합주실 등 공간을 잘 마련해주고, 비용도 지원해달라. ▲한국 시장에서 동시에 아티스트가 성장하거나 해외에서 주목받을 수 있도록 프로모션이 있었으면 좋겠다까지 세 조건을 언급했다.

이 PD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우리도 그런 니즈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며칠 후 돌아온 답은 '15억은 안 되고 30억을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무리라고 말했다. 홍대 신에서는 어느 정도 탄탄한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매출 규모가 그렇게 큰 회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30억은 무리'라고 했더니, '30억을 주고 어쨌든 이걸 잘되게 해서 그쪽이 베네핏을 가져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저는 '팀이 잘되는 게 중요하다'고 했지만, 계속 설득을 받아 결국 '알았다, 30억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잘되게 하고, 아티스트를 어떻게 잘되게 할지 생각해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CJ ENM에 이미 그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 2022년에도 Mnet '포커스' 경연이 심하게 망쳐졌던 사례가 있어서, 그 이야기를 일일이 다 했다. '아티스트들은 인생을 바치는 건데, 어떻게 할 거냐. 우리를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협찬 계약서 내용이 왔는데, 회사의 기본 폼 계약서는 법무팀에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우리가 책임지고 문제없도록 하겠다'는 말을 들었고, 그렇게 계약서를 쓰고 시작했다"라고 프로그램 시작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처음 진행되는 과정부터 뭔가 이상했다. 심사위원 섭외도 제대로 못 하고, 밴드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외주라고 데리고 오는 사람들이 생겼고, 이런 부분들이 계속 반복됐다. 자료도 제대로 안 보내주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제가 음악감독을 맡게 되었고, 우리 직원이 현장 진행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첫 녹화 전까지도 문제가 많았지만, 방송이 잘되는 게 중요하니까 어떻게든 참았다. 첫 녹화를 하고 나서 분위기가 좋지 않아 녹화를 마무리하고 들어갔는데, 그날은 페스티벌 다음 날이었다. 오전 6시까지 가서 제가 팀들 리허설을 시켰다. 그런데 들려온 얘기가 외주사 담당 PD가 '못 하겠다'며 그만뒀다는 것이었다. 방송을 한 달 미뤘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왔고, 우리와 논의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SNS에 관련 내용이 올라갔다. 그 일정에 맞춰서 다시 진행이 이뤄졌다"라고 전했다.

이 PD는 "진행하면서 이상하다고 느낀 건, 우리 회사가 노출되는 걸 극도로 배제했다는 점이었다. 제작발표회 일정도 저는 몰랐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우리 회사 아티스트의 스케줄을 보고서야 알았다. '왜 우리를 배제할까' 이상했는데, 담당 PD가 말하길 '최근에 이미경 부회장이 밥 먹자 해서 식사했는데, 왜 이렇게 기특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냐고 물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가 '투자자가 기획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냐'고 물었더니,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두가 우리가 모든 제작비를 대고 기획한 걸 모르고 있었다. 이걸 망치는 순간, 우리 평생의 꿈도 날아가고 아티스트들의 노고도 사라지는 거였기 때문에, 저는 참고 리허설을 시키고, 노래 만드는 것에 관여하고, 녹음실을 찾아가며 수개월을 버텼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후 PD가 그만두고 엠넷의 다른 PD가 급하게 투입됐다. 그분이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나와서 이야기하는 걸 나중에 기사로 보고 알았다. 그분과 이후에 제대로 인사한 적도 없었다. 리얼리티 서사는 다 사라졌고, 현장에는 알 수 없는 외주 PD들이 쇼를 연출했다. '방송하는데 파트를 왜 이렇게 나눴을까? 왜 쓸데없는 데 돈을 쓸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작 관행이고 본인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으니 어필만 할 뿐 방법이 없었다. 방송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고, 시청률과 화제성 지수는 낮았다. 살려보기 위해 마케팅을 진행했다. 우리가 직접 언론 기사도 내고,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의 기사도 내는 상황이 계속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방송 후반부쯤, 우리가 유일하게 커버했던 곡이 두 번 있었다. 하나는 BTS의 두 곡으로, 알 수 없는 노래를 갖고 와서 '이 노래 안 되냐'고 하길래 우리가 상의 끝에 엎었던 적도 있었다. '왜 이 노래를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제작비가 없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계속 이런 식이었다. 선배 아티스트 곡을 커버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명단을 받았음에도 '아무것도 해결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결국 제가 아티스트들을 일일이 만나서 다 조율했고, 우리가 직접 비용을 지불했다. 그런데 그때 이상한 얘기가 나왔다. '이미 돈을 다 써서 결승전을 할 수 없다. 준결승전 때 같이 뽑자'는 말이었다. 말이 안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가 몇십억을 들여서, 왜 돈을 들여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말이 나오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엠넷에서 모든 사람들을 관리하고 있지도 않았고, 나머지 일은 거의 다 우리가 하고 있었다. 방송 제작 외의 마케팅 활동은 본 적도 없었다. 그 흔한 PPL 하나도 못 잡았다. 그래서 '우리가 전투 공연장 대관을 미리 당겨서 잡아달라'고 했더니, '제작비를 다 대라'고 했다. 결승전 제작비는 별도로 엠넷이 지급하기로 했는데, 프로덕션, 인력, 식사, 렌탈 품목까지 모두 우리가 직접 빌려드렸다. 우리 직원이 결승전 현장에 가서 일도 했다. 결승전 3일 후에는 콘서트를 해야 해서 그것까지 동시에 진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승전이 끝났고, 결승전 콘서트 때도 엠넷 담당 PD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현장을 돌아보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터치드 / 엠피엠지

이 PD는 "방송이 끝난 후 담당 PD의 요청으로 만났다. '엠넷 책임자 중 누구도 나타난 적 없고, 관심조차 가져준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방송을 끝내는 게 맞냐'고 물었다. '우리는 몇십억을 잃고, 프로그램은 망했고, 아티스트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약 40일 후 처음으로 자리가 만들어졌다. 당시 엠넷 채널 책임자와 사업 책임자를 만났다. '도대체 뭐가 문제여서 이러시는 거냐'고 물으며, '여기 계신 분들 다 아는 사이인데, 제가 이렇게 큰돈을 들여 프로그램을 의뢰했는데 연락 한 번 없고, 이런 자리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럼 원하는 게 뭐냐'고 해서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첫째, 해외에 출연자들을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CJ ENM에서는 어느 나라에서 자기들 서비스가 되고 있는지만 알려줬다. 그래서 '외국 판권을 달라. 어차피 우리가 제작비를 다 댄 거니까, 해외에서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했다. 둘째, 음원 유통을 우리가 직접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도 우리 쪽에서 맡게 해달라고 했다. 'CJ ENM이 직접 만든 프로그램처럼 유통을 맡고 싶다'고 해서 허락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유통을 하지 못했다. 터치드 '하이라이트'가 나오는 날, 음원이 메인에 걸리지도 않았다. CJ ENM의 다른 노래가 걸려 있어서였다. 이런 일들이 수두룩했다. 그래서 '음원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유통 수수료라도 돌려달라. 우리가 직접 유통하겠다. 방송이 끝났으니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전부 거절당했다. '우리 서비스 중인 나라를 제외한 곳만 가능하다. 지금 유통권을 가져가서 다시 하라. 그게 최선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우리는 비용만 내고 IP를 빼앗기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다른 방송사들이나 투자자들은 기본적인 예우를 해주는데, 여기만 유독 그런 게 없었다. '1위 팀이라도 '마마(MAMA)'에 내보내 달라'고 했더니 '아무나 나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거절당했다"라고 밝혔다.

이 PD는 "애초부터 엠넷은 이 프로그램을 단순히 콘텐츠 하나 만들기 위해 외부에서 돈을 받아온 것뿐이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경연에서 나온 아티스트들에게 어떠한 지원도, 언급도 없었다. 그 친구들을 살리기 위해 우리가 마케팅과 홍보를 직접 진행해 몇몇 팀은 성과를 거뒀다. 프로그램이 너무 안 돼서 우리가 일부 팀의 매니지먼트를 맡을 수밖에 없었지만, 손실이 커서 결국 원래 소속사에 돌려주며 권리를 포기했다. 방송 몇 달 동안 수익이 거의 없어, 우리가 직접 행사들을 잡아주고 적자를 감수하면서 전국투어의 절반을 진행했다"라며 "그러나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던 이유는, 단독 콘서트만으로도 이미 적자 10억 이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회사를 지키기 위해 대관료를 버리면서 전국투어의 절반 이상을 접었다. 나머지 절반은 관객이 없어도 억지로 진행했다. 페스티벌에도 8강 팀 전원을 출연시켰다. 그렇게 끝까지 책임지려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CJ ENM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협상 과정 이후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렇게 오늘날까지 왔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밴드 경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락이 올 줄 알았지만, 전혀 없었다. 유일하게 온 연락은 우승팀을 그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레거시를 이어가고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의 요청뿐이었다. 그때 정말 분노했다. 기분이 너무 나빠서 '출연 못 시키겠다'고 했더니, 아무 대응도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히 무시당한 건가, 아니면 회사 전체가 이 사실을 모르고 몇몇 사람의 일탈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나라 경연 프로그램 역사상 이런 전례 없는 일은 처음 겪었고 들어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제작비를 전액 부담하고, IP를 빼앗기고, 추가 비용까지 요구받으며 방송을 망칠 수 없다는 이유로 또 돈을 내야 했고, 프로그램 결산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엠넷과의 마지막 접점은 2023년이었다. 회사가 세무조사와 감사를 받게 되면서 '제작비 30억 원의 사용 내역서를 달라'는 공문을 CJ ENM에 보냈다. 세무감사를 피하려면 내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한마디의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 철저히 외면당했다. 지금까지도 어디까지 공유된 일인지조차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PD는 "과연 CJ ENM, 엠넷이 제대로 소통되는 회사일까. 그들이 문화라는 모토를 내세우는 기업이라면서, 중소기업의 열정을 짓밟고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걸까. 제작비가 없어서 이런 상황이 생긴 것도 아닐 것이다. 이런 갑질과 착취를 왜 해야만 했는지, 들을 생각조차 없는 회사다. 모든 얘기에는 '회사 원칙이 이렇다'라는 말만 반복됐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밴드 경연 프로그램을 보면서 ‘더 이상 이렇게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신고하게 됐다. CJ ENM에게 묻고 싶은 건, 이미경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님이 중소기업을 착취하면서 모든 권리를 가져가는 걸 알고 계셨는지, 이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걸 창피하게 여기지 않았는지, 그리고 이런 상황을 알고 계셨는지 궁금하다. 아니면 이 정도까지 상황이 심각한 줄 몰랐던 것인지도 묻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밴드 경연 프로그램 제작 협찬에 카카오엔터와 CJ문화재단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연 이들 역시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감언이설에 속아 착취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우리와는 다르게 제대로 대우받고 있는 건가. 이 두 가지가 궁금하다. 지금 경연을 보면, 당시 돈이 없다고 했던 문제는 해결된 듯 외주와 전문 감독을 다 쓰고, 언론 홍보, A&R, 음감까지 따로 있고 모든 제작이 갖춰져 있다. 그런데 우리 당시에는, 돈이 없어서 커버곡 하나도 제대로 못 하고 제가 직접 아티스트 사인을 받아 커버곡을 진행했다. 지금은 매 라운드 말도 안 되는 노래까지 커버하고 있다. 커버곡 저작권료만 수천만 원이 드는 노래도 진행 중이다. 방송에는 데이식스, 에스파 등 기라성 같은 아티스트들의 곡도 계속 커버하고 있고, 세트장도 슬라이드 형식으로 엄청난 비용을 쓰고 있다"라며 Mnet의 새 밴드 결성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틸하트클럽'을 언급했다.

이 PD는 "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제가 방송하면서 들었던 얘기는 두 가지였다. 1. 회사 원칙이라 못 한다. 2. 우리가 30억을 받으면, 회사 수익에서 얼마를 빼고 그 돈으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없다. 더 이상 돈을 받아낼 수 없으므로 당신들이 추가로 내야 한다. 돈을 내지 않으면 방송을 안 하거나 엉망으로 진행해야 한다. 즉, 돈을 내지 않으면 방송 자체가 제대로 안 되거나 망가지는 상황까지 강요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엠피엠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 PD는 투자 비용에 대해 "총 비용은 개인 돈을 쓰기도 하고, 각자 상황이 어려우니 여러 가지 돈을 모아 작은 돈까지 합쳤을 때 약 5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계약서에 협찬사로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협찬계약은 우리가 공연할 수도 있는, 후원·스폰서 성격이다. 일반적으로 스폰서는 돈을 내고 기업이나 브랜드의 광고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우리는 브랜딩 경험이 없어 광고할 상품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왜 협찬 계약인가' 의문을 갖고 요청했지만, 표준 계약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상 지위는 바뀌지 않았다. '어쨌든 책임지고 하라'며 우리를 설득했고, 처음에는 '책임지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포커스' 사례 등 문제 언급조차 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었다. 방송이 시작되고 문제가 터진 순간, 이미 돈과 녹화, 편집까지 들어간 상황에서 빠질 수 없었다. 방송을 살리기 위해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매회 방송 분량이 들쭉날쭉했다. 당일 편집본은 50분밖에 안 나와 부랴부랴 수정한 적도 있었다. 50분, 2시간 40분 등 분량이 다르게 나간 경우도 있었다. 1라운드만으로 방송 3회가 나가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방송 왜 이러냐'는 반응이 많았고, 저도 깜짝 놀랐다"라고 전했다.

매니지먼트권에 대해서는 "방송을 통해 팀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활동시키면 밴드 신이 살아날 거라 판단해 8강으로 정의했다. 부가수익 사업 목적이 아니라, CJ ENM에 돈을 줘도 회수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광고·스폰서도 없었고, 제작비에 음원 제작비가 포함되어야 하지만, 그것조차 CJ ENM이 못 하겠다고 해서 우리가 별도로 제작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8강으로 진행하면서 소속사 없는 팀이나 우리와 관련 있는 팀을 제외하고, 각 회사에 '원래 소속사에서 진행하라'고 안내했다. 결국 세 팀만 우리가 담당하게 됐고, 나머지는 요청하는 팀에게만 지원했다. 매니지먼트 제작은 포기하고, 필요한 팀만 도왔으며, 나머지는 알아서 하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이 PD는 후속 조치에 대해 "늦었지만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 다시는 우리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처음에 하던 약속이 중간에 바뀌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일정 부분 손실을 감내했고, 그 돈으로 음악 신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열의 있고 생각 있는 분들과 함께 이런 상황을 만들거나, 직접 하더라도 그 정도가 바람이다. 법적 책임이 있는 부분은 기업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IP와 상표권에 대해서는 "방송 콘텐츠, 녹화 분량은 이미 티빙과 해외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제목과 네이밍도 제가 지었고, 방송을 보며 '이 부분까지 보호할 수 있겠다' 판단해 뒤늦게 상표권을 등록했다. 시즌2 제작 가능성도 고려했으나, 상황이 어려워 진행하지 못했다. 외국 회사와도 관련 논의를 한 적이 있다. 방송과 관련한 모든 것(분량, 국내·해외 판권)은 CJ ENM이 서비스하고 있지만, 돈을 줄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우리는 단지 이름만 사용하지 못하도록 권리를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종현 PD는 사후 비용까지 총 50억 원을 투자해 4~50억 원의 적자가 났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