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 ‘Shut Up, I Love You’, 절망을 지나 희망으로
양준일 ‘Shut Up, I Love You’가 발매되던 날, 도입부의 “Can you take me away now?”라는 외침이 한동안 메아리처럼 가슴에 남았었다.
절규 같으면서도 기도 같은 이 말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나를 구원해달라 부탁하는 것인지, 막연히 허공을 향해 내지르는 탄식인지 알 수가 없어, 그 물음을 오래도록 곱씹었었다.
뮤직비디오에는 알 수 없는 메시지들이 가득했고, 모든 장면은 고요하고 묵직했다. 혈혈단신인 듯 혼자 여행용 가방을 들고, 기차역 한켠 “Way to go Home”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벽 앞을 걸어가는 모습, 서야 할 기차가 정차하지 않고 지나쳐 버리는 것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모습, 여행을 포기한 듯 홀로 뒤돌아서는 실루엣까지. 처음에는 그저 외로운 사람의 모습처럼 보였고, “Can you take me away now?”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
몇 달 뒤, 양준일이 팬들을 위해 펴낸 'MAYBE 2 : Come As You Are'에 포함된 ‘Shut Up, I Love You’ 가사에 다 담지 못한 양준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비로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책 속에는 그가 지나온 시간이 솔직하게 담겨 있었다. 무릎 꿇고 버텨야 했던 날들, 세상에 버려진 듯했던 순간, 스스로조차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끼던 절망감. 가장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던, 가난함에 굴복해야 했던 순간이, 자신에 대한 책망이 가득했던 시간이, 스냅샷처럼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책장을 넘기며 깨달았다. ‘Shut Up, I Love You’ 도입부에 메아리처럼 반복되던 물음은 절망 속에서 신에게 건네던 마지막 부탁이었다는 사실을. “제발 나를 데려가 달라.” 그것은 사람을 향한 말이 아니라, 신을 향한 원망이자 마지막 기도였다. 그제야 뮤직비디오 속 장면들이 모두 새롭게 보였다.
텅 빈 플랫폼에 홀로 서 있던 그는 단순히 외로운 남자가 아니라, 구원을 기다리던 자의 자화상인 듯하다. 지나가는 기차는 놓쳐버린 기회와 흘러간 세월이고, 그럼에도 제자리에 서 있는 모습은 삶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 아닐까.
'MAYBE 2'에 담긴 양준일의 일기장과도 같은 고백은 뮤직비디오와 겹쳐 깊은 울림을 주었다. 한없이 무너져야 했던 나약한 인간의 모습에서도 끝내 다시 얼굴을 들어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려는 의지가 느껴졌고, 인생의 끝을 바라보았던 사람이 다시 살아내며 “내가 그토록 아파봤는데, 괜찮아, 인생 참 살만해.”라고 말하니, 큰 위로가 되어 다가왔다.
‘Shut Up, I Love You’ 뮤직비디오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던 막연한 슬픔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어렴풋이 이해됐고, 마지막 장면을 인생의 희망으로 남기고 싶어, 미소를 머금은 채 어디론가 떠나는 모습으로 마무리했다는 양준일의 의도도 이제는 이해한다. 양준일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절망이 어떻게 희망으로 바뀌었는지를 팬들이 목도하길 바란 것 같다.
뮤직비디오 속 여행의 이미지는 힘겨움으로부터의 도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향한 선언인 것 같다. 실제로는 가본 적도 없고, 여행을 갈 형편도 되지 않으며,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다른 지역이라는 사실조차 분간하지 못하는 한없이 부족한 자신이지만, 양준일은 마치 여유로운 듯이 한가롭게 여행을 떠나가자고 청한다. 낡은 껍질을 벗고 새로운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을.
뮤직비디오 속 텅 빈 플랫폼은 더 이상 고립의 공간이 아니다. 낡음을 버리고 새로움을 취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을 향한 새로운 출발선이다. 가족을 위해 무릎 꿇고 자신을 버리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던 그는 이제 가족과 자신의 삶을 위해 일어선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뱉는 절규이자 응원의 메시지인 ‘Shut Up, I Love You’라는 외침을 들으면서 말이다.
‘Shut Up, I Love You’는 양준일이 자기의 과거의 슬픔을 전하고자 하는 노래가 아니다. 절망을 넘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선언이자, 팬들에게 건네는 희망의 메시지다. “Can you take me away now?”라는 가사는 절망의 외침이 아닌, “함께 새로운 길을 걸어가자.”는 초대이다. 과거에는 신을 원망하며 건네던 절규였지만, 이제는 팬들과 함께하는 삶을 향한 의지를 다지는 선언이다.
지금 양준일의 곁에는 팬들이 있다. 무대 위에서, 영상 속에서, 그리고 삶의 길 위에서. 과거는 상처로 남아 있을 테지만, 그 상처를 함께 나눌 팬들이 있기에 더 이상 무겁지 않으며 두렵지 않을 것이다. 양준일은 이제 절망의 고백이 아니라, 살아갈 용기를 주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에.
한때 신에게 “Can you take me away now?”라고 외쳤지만, 이제는 팬들에게 “Stay with me, Stay awake”라고 말한다. 그에 팬들은 답한다. “우리는 언제나 함께할 것이고, 당신이 걸어가는 길 위에 늘 함께일 것이며, 당신의 노래에 귀 기울일 것입니다. 당신이 흔들릴 때는 손을 잡아주고, 당신이 웃을 때는 함께 미소를 짓고, 당신이 울 때는 함께 울 것입니다.”라고.
과거의 시간으로 인해 지금의 희망이 유난히 더욱 밝게 빛난다고 믿는다. "Shut Up, I Love You." 이 솔직하고 뜨거운 고백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팬으로서 영광이 아닐까. 양준일이 무대 위에서 부디 오래도록 팬들과 함께 노래해 주기를, 오래도록 그 희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I STAND BY YOU, ALWAYS!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