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 'Day By Day', 시리도록 뜨거운 남자의 서사시(敍事詩)
‘Day By Day’는 양준일이 2021년 2월 22일 발매한 미니앨범의 제목이자, 여덟 번째 수록곡인 ‘하루하루’의 영어 제목이다. 정규 앨범은 아니지만, 디지털 싱글이 아닌, 앨범 형태로 발매한 것은, 2001년 4월 17일 “양준일 V2” 앨범의 공식 발매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미니앨범 ‘Day By Day’에는 총 여덟 곡이 수록되었고, 타이틀곡은 팬송인 ‘Let’s Dance’의 한국어 버전이다. ‘Let’s Dance’와 ‘Alibis’ 두 곡의 영어 버전과 한국어 버전이 각각 실렸고, ‘Do You Wanna Know’는 영어 버전, ‘Rocking Roll Again’, ‘Sha la la’, ‘하루하루’ 세 곡은 한국어 버전이 실려, 총 여덟 곡을 완성하였다.
모든 곡은 양준일이 작사하였으며, “양준일 V2” 앨범 작업을 함께 했던 작곡가 발 가이나(Val Gaina)가 참여했다. 양준일은 다수의 곡에 뮤직비디오 형태의 영상 자료를 남기며, 팬송인 “Let’s Dance”를 비롯하여 모든 곡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숨김없이 표현했다.
2월 22일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앨범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다음 날 밤 이루어진 팬들과의 유튜브 라이브에서 양준일은 20년 만의 앨범 발매의 의미를 ‘밤새 한잠도 이루지 못했다’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양준일은 말이나 글로는 온전히 표현해내기 어려운 설렘의 깊이를 상기된 얼굴로 표현하며, 곡 하나하나의 의미를 소개하였으며, 팬들의 반응에 고마워하며, 밤을 지새운 다음 날 밤임에도 ‘하루하루’를 라이브로 부르며 팬들의 성원에 화답했다.
양준일은 이십여 년을 음반 작업에 대한 열망을 고이 접어 가슴 속 깊이 묻고 가수의 길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하고 완전히 다른 길을 걸으며 살았다. 그러다가 2019년 12월 ‘슈가맨 프로젝트’를 통해 촉발된 양준일 신드롬으로 팬들의 선택으로 다시 가수의 길에 서게 되었을 때, ‘내가 그토록 가지고자 열망할 때는 손에 잡히지 않았던 것을, 더는 붙잡지 않겠다 하고 놓으니 팬들 덕분에 얻게 되었다’라고 표현한 그때, 양준일은 어떤 계획이 있었을까.
‘리베카’나 ‘Fantasy’ 같은 대중에게 이미 알려진 히트송을 토대로 가수 활동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양준일의 인생을 둘러싼 스토리에 기반하여 방송인으로 활동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양준일은 잘 닦인 탄탄대로가 아닌 전혀 가본 적 없는 길을 선택하고 신곡 작업을 시작하고 앨범 발매 준비를 진행했다.
나는 미니앨범 ‘Day By Day’가 “양준일 V2” 앨범에서 뚝 끊긴 그의 인생이 온전히 담겼다고 생각한다. 천상 연예인으로서 팬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스타가, 봉인했던 끼를 다시 깨우는 데에는 분명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이 표현된 시작이 미니앨범 ‘Day By Day’가 아닌가 싶다.
우선 타이틀곡이자 팬송인 ‘Let’s Dance’의 가사가 그렇다. “선을 넘어 너를 향해 가고 있어”라며 팬들 가슴 속에 훅 들어올 줄도 알고 “네가 나를 밀어내야만 해”라고 말은 하지만 팬들이 절대 밀어내지 않을 것도 잘 아는 옴므파탈 그 자체임이 그대로 드러나니 말이다.
‘Do You Wanna Know’의 가사처럼 인생길을 걸으며 해법을 찾아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자 제안하며 사색을 즐기는 남자이며, ‘Alibis’처럼 사회의 정의라는 이름 뒤에 숨은 그림자의 실체를 꿰뚫고 냉소를 보낼 줄도 아는 남자이다. ‘Sha la la’처럼 가슴 속에 뜨거운 응어리를 깊이 묻고 일갈할 줄도 아는 한없이 차가운 남자이며, ‘하루하루’처럼 아무리 난 생각해도 너밖에 없다며 한없이 기대어 올 줄도 아는 여린 남자이기도 하다.
양준일 미니앨범 ‘Day By Day’가 발매된 지 4년이 지나가지만, 나는 음원이 공개되던 그 날 저녁의 공기를 기억한다. 팬덤 전체가 숨을 죽인 채 발매시간을 기다렸던 듯하다. 디지털 싱글이 아닌 여덟 곡이 한 번에 공개되었으니 바빴던 밤이다. 곡들을 반복 재생하여 들으며 음을 익히고 가사를 음미하면서 내 나름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밤이었다.
지금까지 그 밤의 기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데에는, 양준일이 그간의 콘서트 무대에서 꾸준히 양준일 미니앨범 ‘Day By Day’의 수록곡들을 표현하며 팬들과 함께 이야기를 이어온 덕분도 있을 것 같다. 가수의 팬으로써, 이보다 더 행복한 추억이 있을 수 있을까. 앞으로의 양준일의 가수 활동을 응원하며, 언제까지나 Let’s Dance, 양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