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꼭 지켜줄게”…고민시→이채연, 계엄 해제 후 탄핵 정국에 연예계도 혼란 [2024 연말결산]

2024-12-23     서승아 기자

2024년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후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정국이 혼란을 겪자 연예계도 여러 시상식과 일정들이 취소되고 때 아닌 연예인들의 사상검열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정국에 대한 소신 발언을 하지 않거나 연예인의 과거 정치 발언까지 소환되기도하면서 과거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검열을 했다면, 올해에는 네티즌들의 검열이 과열된 양상을 보였다. 

◆계속되는 정국 혼란에 결방에 행사 취소까지 줄이어→영화 ‘서울의 봄’은 역주행

영화 ‘서울의 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국회의원들은 국회를 막고 있는 계엄군을 피해 담장을 넘어 국회 본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등 윤 대통령 탄핵 절차가 발 빠르게 진행되지 못해 여전히 정국이 혼란을 겪으면서 연예계도 타격을 입었다.

넷플릭스 ‘트렁크’에 출연한 그룹 밀크 출신 가수 겸 배우 서현진은 혼란한 정국 상황을 고려해 4일 예정됐던 서현진의 인터뷰를 취소했다.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 공유도 인터뷰 일정을 연기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한 프랑스 명품 포토월 행사도 취소됐다. 이 행사에는 배우 김재영, 남윤수, 정은채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계엄 해제 후에도 정국이 계속해서 혼란을 겪고 뉴스 특보가 쏟아지자 드라마, 예능 등 결방도 이어졌다. 이달 4일 MBC ‘라디오 스타’, ‘시골마을 이장우’,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세계관의 확장’,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TV조선 ‘미스쓰리랑’, MBN ‘나는 자연인이다’ 등이 결방됐고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같은 달 7일과 14일에도 대다수의 방송사들이 드라마, 예능 대신 뉴스 특보를 편성했다. KBS는 가요대축제와 2024 연예대상 시상식의 레드카펫 행사를 취소했다.

대중들의 관심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이 시기 개봉한 신작 영화들도 타격을 입었다. 배우 송강호, 박정민 등이 주연 배우를 맡은 ‘1승’은 4일에 개봉했지만, 좋지 못한 흥행 성적을 받았다. 송강호, 박정민은 ‘1승’ 홍보를 위해 SBS 라디오 ‘씨네타운’에도 출연하려 했지만, 취소했다. 

반면 젊은 세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계엄에 대한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 영화 ‘서울의 봄’은 오히려 역주행 했다. ‘서울의 봄’은 12·3 계엄 선포를 예언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면서 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역주행을 했다. 재개봉 요청에 일부 극장에서는 재개봉되기도 했다.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은 시국 선언에 이어 감독상을 받으며 수상 소감으로 12ㆍ3 내란 사태에 대해 소신 발언 했다. 

김성수 감독은 17일 오후 7시 마포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제11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시상식에서 영화 ‘서울의 봄’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날 김성수 감독은 “12월 3일에 정신 나간 대통령이 갑자기 어처구니없는 친위 쿠데타를 벌였다”라고 12ㆍ3 내란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또 김성수 감독은 “내가 늘 항상 말하고 감사한 분들은 ‘서울의 봄’ 관객분들이다, 영화 준비하고 개봉하려고 할 때까지만 해도 이 영화를 관객들이 많이 봐줄까 하는 불안감과 걱정이 많았다”라며 밝혔다.

더불어 김성수 감독은 “코로나19 때 예산이 꽤 들어간 영화라 손익분기점을 넘길까 걱정이 많았다. 개봉하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져서 너무 많은 사람이 봐서 너무 큰 행복감을 느꼈는데 한편으로 왜 이렇게 많이 볼까? 왜 특히 젊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아줄까 의구심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성수 감독은 “그런데 얼마 전에 개봉 후 1년이 지나고 나서 12월 3일에 정신 나간 대통령이 갑자기 어처구니없는 친위 쿠데타를 벌이고 그날 시민들이 뛰쳐나가 국회로 달려가고 탄핵이 부결되고 탄핵(소추안)을 찬성(가결)시키려고 여의도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젊은 사람들이 뛰쳐나와서 탄핵을 찬성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왜 요즘 관객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왜 우리 영화를 많이 봐줬는지 깨달았다”라며 전했다.

이처럼 연예인들이 과거와 달리 정치적 발언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각자 팬덤의 응원 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비중도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외신도 주목했고 이달 22일 농민들을 고립시킨 남태령 집회에서도 응원 봉을 든 20대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날 트랙터를 운전하고 온 한 농민은 집회에 대해 “농민들만 왔을 때 경찰들이 폭력적으로 했는데 20대 시민들이 다가와서 정말 큰 힘이 돼 코끝이 찡할 정도로 감동이 있었다. 농민들만 있었으면 다 연행됐을 텐데 20대 여성들이 우리를 지켜줘서 감동이었다”라고 말했다. 

◆ SNSㆍ선 결제 넘어 집회에 직접 참석해 목소리 낸 연예인들

이채연-고민시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과거 정치적 발언에 소극적이던 연예인들과 달리 이번 탄핵 정국 속에서 연예인들은 SNS에 자신의 의견을 게재하고 집회 장소 근처 가게에 선 결제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을 응원했다. 또 일부 연예인들은 자신의 응원 봉을 들고 직접 집회에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아이돌 중 하나인 그룹 아이즈원 출신 가수 이채연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민의힘 의원들 퇴장으로 의결 정족수가 미달로 자동 폐기됐던 날인 이달 7일 팬 소통 어플로 팬들과 대화하던 중 “정치 얘기할 위치가 아니라고? 정치 얘기할 수 있는 위치는 어떤 위치인데?”라며 반문했다.

또한 이채연은 “국민으로서, 시민으로서 알아서 할 게 언급도 내가 알아서 할 게 연예인이니까 목소리 내는 거지 걱정은 정말 고마워 우리 더 나은 세상에서 살자. 그런 세상에서 맘껏 사랑하자”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채연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신의 응원 봉을 들고 직접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가수 박혜경, 배우 이엘, 정찬, 김기천, 영화감독 변영주 등 다수의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가수 이승환은 13일 윤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KBS2 ‘오월의 청춘’에서 김명희 역을 맡았던 배우 고민시도 촛불 이모티콘이 담긴 게시물을 게재하고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날에는 뉴스 캡처본과 함께 박수 이모티콘 여러 개를 첨부하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치적 발언은 좋지 못하다는 일부 네티즌들이 고민시의 최근 게시물에 악플을 남기자 다른 네티즌들은 선플로 악플을 밑으로 밀어내 고민시가 보지 못하게 했다. 이 중 ‘오월의 청춘’ 속 고민시의 역할을 뜻하는 ‘명희’를 넣어 한 네티즌은 ‘사랑하는 명희야 이번에는 꼭 지켜줄게. 가고 싶어 했던 독일도 가고 평화로운 5월의 밤에 풀벌레 소리도 듣자’라는 댓글을 남겨 이를 보는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더불어 다른 연예인들은 집회 장소 인근 가게에 선 결제를 통해 참가자를 격려하기도 했다. 14일 뉴진스는 새로운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뒤 “많은 아이돌 선배들님과 아이돌 팬들께서 노력하고 함께 뭉쳐서 하고 계신 것 응원하고 있다.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이런 걸 준비했으니 몸조심해서 함께 힘냅시다”라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을 위한 여의도 인근 삼계탕집과 분식집, 만둣국집, 카페 등의 선 결제를 사항을 알리며 집회 참가자들의 사용을 촉구했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 그룹 소녀시대 출신 가수 겸 배우 유리, 그룹 에버글로우 멤버 미아도 선결제로 힘을 보탰다.

◆“멋진男 박정희”…공유, 과거 발언까지 파묘→영화 ‘소방관’ 불매 확산까지

공유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과거와 달리 정국이 혼란을 겪으면서 소신 발언을 하는 사람이 아닌 하지 않는 사람의 대한 사상검증이 불거졌다. 

‘트렁크’의 인터뷰를 최근 진행한 공유는 과거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남자’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던 것이 재조명돼 다시 뭇매를 맞아야했다. 이날 공유는 인터뷰에서 “난 그렇게 살지 않았고, (정치적 성향이) 그렇지도 않다. 정확한 건 20대 초중반인 20년 전엔 지금보다 생각이 짧고 신중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영화 ‘소방관’의 곽경택 감독은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곽규택 국민의힘 원이 친동생이란 사실이 알려지며 불매 운동 조짐이 일자 입장을 밝혔다.

곽 감독은 “최근 저의 가족 구성원 중 막내인 곽 힘 의원이 당론에 따라 탄핵 투표에 불참한 것으로 인해 ‘소방관’까지 비난의 대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저 또한 단체로 투표조차 참여하지 않았던 국회의원들에게 크게 실망하고 분노한 건 마찬가지다. 솔직히 저는 대한민국에 대혼란을 초래하고 전 세계에 창피를 준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탄핵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라며 동생과 자신의 뜻은 다르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