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 양준일, 화란춘성(花爛春盛) 시간 위를 걷는 자의 여행은 진행 중

2024-12-03     황선용 기자

오는 12월 6일은 양준일의 복귀 계기가 된 JTBC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3’의 양준일 출연 회차가 방송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다. 양준일 팬들의 상당수가 덕질 5주년을 맞이하는 날이기도 할 터이다.

‘슈가맨’ 방송 당시, 양준일은 신드롬이라고 할만한 사회적 현상을 일으켰다. 지쳐있는 이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듯하다. ‘사필귀정(事必歸正), 선함의 끝을 정의한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고진감래(苦盡甘來), 삶의 희망을 보여준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슈가맨 양준일, 화란춘성(花爛春盛) 시간 위를 걷는 자의 여행은 진행 중 / 사진=양준일 인스타그램 jiytime

언제나 그렇듯이 신드롬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났다. 신드롬이 신기루의 다른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누군가의 또는 뭔가의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쏠림현상을 만들어내는 대중의 섭리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신드롬과 별개로, 양준일은 자신에게 지지와 사랑을 보내준 팬들에게 가수로서 복귀 후 펴나갈 것이라고 약속한 활동을 하나하나 완성해 나갔다. 사그라져가는 대중의 관심에 흔들리는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본인으로부터 비롯된 ‘양준일 신드롬’을 타인의 시선으로 그저 신기하게 바라본 것 같다. 시류에 감정적으로 동요되지 않았으니, 계속 일상의 평온함을 유지한 듯하다.

신드롬이 형성되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인식에 양준일은 ‘리베카’와 ‘슈가맨’이라는 키워드로 깊게 각인됐다. 20대 양준일의 화려하고 세련된 베이비 페이스와 패션 센스가 컬러 사진처럼 남았고, 50대 양준일의 불평이나 비난의 말 한마디 없이 조곤조곤 과거를 회고하는 동시에 현재를 아낀다고 말하며 미소 짓던 선한 이미지가 흑백 사진처럼 남았다.

슈가맨 양준일, 화란춘성(花爛春盛) 시간 위를 걷는 자의 여행은 진행 중 / 사진=양준일 인스타그램 jiytime

방송에서 양준일은 20대 초반 양준일 1집과 2집, 30대 초반 양준일 V2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하던 댄스 가수로서의 삶을 조용히 회고했다. 그 조용한 회고 속에는 가수로서 대중의 인정을 받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쳐야 했던 시간과 끝내 인정받지 못하고 사라져야만 했던 아픔이 격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 시간 속에는 대중의 배척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어린 양준일이 있다. 대중은 거침없이 거부감을 표현했고, 머리가 길고 피부가 하얀 남자 가수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한국인의 외모임에도 미국 이민 2세대로써 한국어와 한국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청년을 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으며, 공연 중인 무대 위로 돌을 던지기까지 했다.

슈가맨 양준일, 화란춘성(花爛春盛) 시간 위를 걷는 자의 여행은 진행 중 / 사진=양준일 인스타그램 jiytime

‘슈가맨’을 방송한 JTBC 뉴스룸은 앵커 브리핑을 통해, 양준일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그때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해 무분별한 차별과 비난의 말과 행동을 쏟아냈던 대중은, 과연 삼십 년이 지난 지금은 좀 더 성숙해졌을까”라고 반문했다.

작금은 웹2.0을 통해 집단지성을 이룬 시대이다. 온라인에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이의 의견에 공감이나 이견을 표현할 수 있다. 각자가 가진 지식을 토대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여럿의 지성과 실시간 토론을 벌이고 의견을 나누면서 지식을 붙이고 교정해 나가며 또 다른 지식을 생성할 수 있다. 이것은 집단지성 형성의 긍정적인 피드백 구조이다. 하지만, 일부의 악의적인 행동과 집단지성에 대한 이해 부족은 온라인 세계를 비방의 장으로 변질시켰고, 현실 세계와는 또 다른 범주의 사이버 범죄를 만들어냈다.

양준일에게 각인된 20대 양준일의 ‘리베카’의 화려한 컬러 사진과 ‘슈가맨’으로 만들어진 50대 양준일의 수수한 흑백 사진은 가수 양준일의 정체성을 정의했지만, 반대급부적으로 양준일을 옭아매는 덫이 되기도 했다. 대중은 컬러 사진과 흑백 사진 간의 간극을 받아들이지 않고, 흑백 사진 속의 화려한 양준일을 용납하지 못했다. 대중은 양준일을 향해 ‘여전히 이질적이고 다르다’라고 비방했고, 삼십 년 전 돌을 던지던 대중은 이제 온라인에 공개된 양준일 관련 기사, 사진, 영상 등에 악취 가득한 댓글로 칼을 꽂아 놓았다.

슈가맨 양준일, 화란춘성(花爛春盛) 시간 위를 걷는 자의 여행은 진행 중 / 사진=양준일 인스타그램 jiytime

나는 ‘슈가맨’ 양준일에게 씌워진 흑백 사진의 이미지를 사랑한다. 그 사진 속 양준일은 삶에 지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고, 여린 목소리와 조용한 미소로 천천히 화답하며, 특별한 쥬얼리 하나 두르지 않은 채 수수하다. 가수의 꿈을 버리고 일반인으로 삶을 영위하던 평균적인 남자의 모습이다.

그런 그가 가수로서 복귀했으니, 다시 무대에 오르고 팬들 앞에 서야 하는 연예인이 되었다. 팬들에 대한 예의로써 양준일은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을 다듬었고, 무대에 맞는 아웃핏을 선택하였다. 화려해졌고, 다시 20대 때 활동하던 시절과 같은 컬러 사진이 되었다.

양준일에 대해, 누군가는 수수한 모습만 기대했는데 화려해졌고, 누군가는 20대의 생기발랄함만 원했는데 진중해졌으며, 누군가는 세월이 녹아든 주름진 얼굴을 기대했는데 세월이 무색하도록 아름다워졌다. 자신이 원하던 것과 다른 이미지를 본 대중은 과도하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다름’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대중의 모습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슈가맨 양준일, 화란춘성(花爛春盛) 시간 위를 걷는 자의 여행은 진행 중 / 사진=양준일 인스타그램 jiytime

‘슈가맨’ 양준일의 복귀 이후부터 지금까지 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걸어온 팬들은 양준일이 걸어온 방향과 그 방향의 이유를 안다. 콘서트 때마다 매번 이전과 ‘다름’을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아티스트 양준일을 이해하며 지지한다. 지금의 팬들이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줄 아는 것도 있겠으나, 그 ‘다름’에 빠져든 이유도 있겠으며, 무엇보다도 양준일 덕질을 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배운 면이 있는 듯도 하다.

나는 지금 양준일의 인력(引力)에 끌려 있다. 사실상 벗어날 의지도 없다. 나의 ‘양준일 덕질’이 5주년을 넘어 10주년 그 이상을 기록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건강을 위해 설탕과 탄수화물을 절제하는 양준일이지만, 나의 인생에 설탕보다 백만 배 이상의 달달함을 더해주는 아티스트 양준일을 언제나 응원할 것이다. 또한 절대 끝나지 않을 이야기가 될 듯한 나의 양준일 덕질도 응원한다. 양준일의 ‘슈가맨’ 방송 5주년을 축하하며, 브라보! 양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