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 1집 ‘겨울 나그네’ 발매 34주년…짙은 감성으로 완성하는 진심
오는 11월 30일은 양준일 1집 ‘겨울 나그네’ 발매 34주년이 되는 날이다. 양준일의 대표곡인 ‘리베카’가 실려 있는 앨범이다. 앨범 자켓은 양준일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있지만, 가사지 등으로 포함된 여러 장의 사진에는 하얀 눈밭 위에 롱코트를 걸친 채 서 있는 겨울의 어린 나그네 양준일의 모습이 담겨 있다.
‘리베카’가 양준일의 대표곡이기는 하나, 양준일 1집의 타이틀곡은 아니다. 학창 시절 동네에서 유명한 댄스킹이었던 청년이 선택한 타이틀곡은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발라드곡 ‘겨울 나그네’이다. 양준일 1집에는 ‘겨울 나그네’ 이외에도 ‘오월의 교정’, ‘강변의 한사람’ 등의 발라드곡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1990년 대한민국 가요계의 풍경을 담고 있는 듯하다.
발라드곡인 ‘겨울 나그네’를 타이틀곡으로 삼고 앨범 자켓의 컨셉도 그에 맞춰 찍은 이유는 아마도 발라드곡이 우세였던 당시 가요계의 분위기를 반영한 듯하다. 그럼에도, 양준일은 ‘겨울 나그네’ 곡 위에 직접 작사한 가사를 올린 ‘그리움’이라는 노래를 2집에도 수록했고, 2019년 12월 복귀 이후에도 여러 번 노래 ‘겨울 나그네’를 좋아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양준일은 2022년 2월 12일 개최한 ‘The First Dance’ 단독 콘서트에서 복귀 후 처음 ‘겨울 나그네’를 불렀고, 콘서트 직캠 중 가장 먼저 ‘겨울 나그네’ 촬영분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 ‘빈티지 양준일’에 공개했다. 그만큼 노래 ‘겨울 나그네’를 아낀 것이 아닐까. 1집 활동 시절에는 단 한 번도 ‘겨울 나그네’를 무대 위에 올려볼 기회가 없었다고 했으니, 감회가 새로울 만도 할 것 같다.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언어와 사회문화를 가장 많이 학습할 시기인 초중고 학창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기에, 양준일에게 대한민국은 모국이지만 타국과도 같이 낯설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노래 ‘겨울 나그네’를 좋아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 정서에 공감했다고 표현하는 양준일의 감수성이 매우 뛰어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대 위에서 ‘겨울 나그네’를 부르는 양준일의 모습을 보니, 내 생각이 맞았던 듯했다. 자신을 이방인으로 여기는 대한민국에서 가수로 데뷔를 준비하던 갓 스무 살이 된 청년은 충분히 ‘나그네’라는 단어를 이해하고 있었던 듯하다.
양준일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정착하지 못하고 환영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본인의 삶을 이방인과도 같다 느끼고 그것을 통해 ‘나그네’를 이해했던 것이려나 짐작한다. 그래서인지 양준일의 맑고 여린 음색이 그때나 지금이나 특히 아름답게 그러나 스산하게 다가오는 노래가 ‘겨울 나그네’인 것 같다.
양준일은 ‘겨울 나그네’를 타이틀곡으로 하는 1집을 1990년 11월 30일 발매했지만, 1991년 3월 16일 방송된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244회에서 ‘리베카’로 정식 데뷔했다. 일명 ‘병아리 무대’로 신인을 소개하는 기획 코너였던 듯하다. 이후 ‘리베카’가 대중의 기억에 남았고, 그렇게 ‘리베카’로 활동했다. 양준일 1집에 수록된 여덟 곡 중, 방송에 소개된 노래는 ‘리베카’와 ‘헬프미 큐핏’ 두 곡뿐이다.
두 곡의 무대마저도 1991년 방송 당시에는 대중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익숙하지 않은 패션을 두르고 춤을 추며, 서툴게 한국말을 하는 예쁜 남자 양준일을 보는 대한민국의 시선은 곱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무대마다 각기 다르게 공연의 컨셉을 기획하고, 모자나 액세서리 같은 작은 소품부터 헤어스타일까지 직접 챙기며 최선을 다했던 양준일의 무대의 기록이 30년이 지난 2019년에 양준일을 다시 가수로서 서게 했다. 그러니, 양준일 1집은 양준일의 인생에서 매우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을 듯하다.
2024년의 양준일은 자신의 음악 스타일과 패션 스타일링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팬덤의 지지를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 언제든지 자유로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불러서 팬들과 공유하며, 좋아하는 가사의 의미를 나누고, 선곡의 이유를 공유한다. 어쩌면 가수 양준일의 인생이 34주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지금, 언제나 짙은 감성으로 완성하는 그의 진심을 들으며, 팬으로써 나의 가수 양준일의 시간 속에 함께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양준일은 오는 12월 29일과 내년 1월 30일 단독 콘서트 ‘CLOSE-UP & PERSONAL’을 개최한다. 한겨울에 이루어지는 그의 콘서트를 통해 전해질 그의 여리지만 단단한 감성을 기대해 본다. 이제 더 이상 이방인일 필요 없는 현재의 겨울에 부르는 그의 노래는 얼마나 더 짙은 감성을 자아낼까. 언제나 응원합니다. 브라보! 양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