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퐁남' 작가 "어떤 부분이 혐오"→불매운동·공모전 탈락…고개 숙인 네이버웹툰 [이슈종합]

2024-11-22     이수현 기자

'이세계 퐁퐁남'이 지상최대공모전에서 최종 탈락한 가운데, 네이버 웹툰이 외부 자문위원회 신설을 약속했다.

22일 네이버 웹툰은 2024 지상최대공모전 웹툰 부문 2기 수상작을 발표했다.

대상은 백준영 작가의 '귀신망치'가 차지했다. 최우수상은 머클-곰방 작가의 '괴이현상 하나', 독자 인기상은 01Q1 작가의 '과학고 사변'이 수상했다.

네이버 웹툰

우수상은 '기로의 밤', '별 거 아니겠지', '비인간서사', '소녀바둑', '어느 마녀의 회고록', '오리짱!', '작성자OO', '저승차사 노동조합', '좀비 대 조폭', '짝사랑 사생결단'이 차지했다.

성별 갈등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세계 퐁퐁남'은 수상작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퐁퐁 작가의 '이세계 퐁퐁남'은 가정을 위해 헌신한 남편이 아내가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자신이 ‘퐁퐁남’이라는 것을 자각해 이혼을 시도하나 아내에게 당해 모든 것을 잃고 새로운 세계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제목에 사용된 ‘퐁퐁남’은 연애경험이 전무하거나 매우 적은 사람이 젊은 시절 문란한 성생활을 즐겼던 상대방과 결혼하는 행위를 비하하는 설거지론에서 파생된 단어로, 특정 커뮤니티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러나 네이버는 1차 심사에서 해당 작품을 베스트 도전만화로 승격시켰고, 2차 심사 대상이 됐다.

이를 두고 이용자들 간의 갈등이 계속됐고, 결국 불매운동까지 진행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 웹툰은 공식 계정에 '불매운동 밈'을 사용해 불매운동에 불을 지폈고, 네이버 웹측의 사과에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웹툰 작가 연합은 성명문을 발표하고 독자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네이버웹툰의 검열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퐁퐁남'에 대한 검열을 하지 않는 네이버웹툰이 인기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싱숑) 웹툰 버전을 연재하면서 한강 작가를 대사에서 삭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강 작가 검열이 뒤늦게 논란이 되자 네이버 측은 대사를 수정했다.

일각에서는 '집게손'과 같은 남성 혐오 표현은 즉각 검열해 수정하면서 여성 혐오 표현에는 대응이 없는 점을 지적하며 네이버 웹툰의 일관적이지 않은 혐오 표현 검열 기준 공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불매 운동 이후 일간 활성 이용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 수치로 확인됐다.

네이버 웹툰 '이세계 퐁퐁남'

이와 관련해 퐁퐁 작가는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고작 사회현상 하나 집은 제 만화가 이토록 문제가 되어야 하나"라며 "제 만화는 흔하디흔한 여성향을 남성향으로 바꾼 이혼물 만화다, 대체 어디 어떤 부분이 혐오 만화였나"라고 표현의 자유에서 기울어져 있는 웹툰 검열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세계 퐁퐁남' 작품을 지지하는 의견도 있었다.

지상최대공모전 2차 심사는 창의성, 대중성, 완성도, 독자 반응 등을 통합해 진행된다. '이세계 퐁퐁남'은 결국 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 네이버웹툰은 '콘텐츠 운영 정책 및 프로세스 개선 방향'에 대한 글을 남겼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공모전과 관련된 이슈로 독자 및 웹툰 창작자 분들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네이버웹툰은 더 나은 서비스 운영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보내주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다음과 같은 개선 방향을 마련할 것을 말씀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네이버 웹툰은 "플랫폼과 만화 산업 및 창작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부 자문위원회를 마련하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외부 자문위원들이 네이버웹툰 주최의 공모전을 포함한 전체 콘텐츠 서비스의 현행 운영 정책을 검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문위원들이 네이버웹툰의 임직원은 물론,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 보다 실질적인 개선 방향을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은 "자문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토대로 운영 정책과 프로세스를 보완하고, 이 내용이 네이버웹툰 임직원들과 창작자들에게 보다 잘 공유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끝으로 "이용자와 창작가의 소중한 의견에 더욱 귀 기울이며,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는 동시에 책임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독자랑 기싸움은 왜 해 독점 시장도 아닌데", "처음엔 불매가 목적이었는데 안 보다 보니까 진짜로 관심이 없어짐", "정식 절차 통해서 탈락한 게 무슨 사과고 조치라는 거임?", "뭐 때문에 이런 공지를 냈는지 내용이 하나도 없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네이버웹툰이 떠나간 이용자들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