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의 나라', 조정석-이선균-유재명 연기 차력쇼에 유려한 연출까지 [무비포커스]
2024-08-07 정은영 기자
한줄평 : 조정석의 재발견, 한국 현대사의 재발견
영화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 분)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해당 영화에는 배우 조정석과 유재명, 우현, 이원종, 전배수, 최원영, 강말금, 진기주 등이 출연하며 故 이선균의 유작이기도 하다.
지난 7월 31일 개봉된 영화 '파일럿'에서 화려한 여장 연기를 선보였던 조정석은 '행복의 나라'를 통해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영화 중간에는 정인후가 게걸스럽게 뼈를 뜯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는 현실의 욕망을 탐하는 그의 모습을 투영한 듯이 보인다.
반대로 정인후가 변호하는 박태주는 중앙정보부장의 수행비서관으로, 강직하고 올곳은 군인이다. 그는 단심제인 군사 재판을 피할 생각이 없으며, 자신의 상관인 김영일을 끝까지 지키려는 인물이다.
유재명이 연기한 전상두는 10.26 사건의 합동수사단장이자 보안사령관으로, 권력에 눈이 먼 인물로 그려진다.
해당 영화는 10.26 사태를 다룬 만큼, 지난 2020년 개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과 지난해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준다.
다만 '행복의 나라'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닌, 그의 부하였던 박흥주 대령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해당 영화는 감각적이고 유려한 연출과 이선균, 조정석, 유재명, 최원영 등의 수려한 연기력이 어우러진 수작이다.
훌륭한 연출과 연기력은 정인후와 박태주가 조금씩 라포를 형성해가는 과정에 몰입하게 만든다.
해당 영화는 신파로 흘러갈 수 있는 극의 흐름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극중 캐릭터들이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느끼게끔 한다.
또한 정인후와 전상두가 대치하는 장면도 관전 포인트다. 첫 대면 당시, 정인후는 관등성명이 권위주의적이라며 보안사령관 전상두의 두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한다.
정인후는 "군바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전상두의 질문에 "권력을 너무 오래 쥐고 있었다. 필요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의견을 꼿꼿하게 개진한다.
하지만 극 후반부에서 정인후는 박태주의 사형을 면하기 위해 골프를 치고 있는 전상두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한다.
전상두는 정인후에게 골프공을 주워오라고 시키고, 정인후는 말 그대로 '개처럼' 달려가 공을 줍는다.
그럼에도 전상두의 태도가 변하지 않자, 정인후는 "왕이 되고 싶으면 왕을 해. 돈이 갖고 싶으면 대한민국 돈 다 가져. 대신 사람은 죽이지 마"라고 울분을 토해낸다.
과연 극중 박태주가 사형을 면할 수 있을까. 박태주의 마지막 대사는 故 이선균이 대중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해 뭉클함을 자아낸다.
다만, 박태주의 부인 옥정애(강말금 분)와 정인후의 여자친구인 조순정(진기주 분)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못하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조순정은 다소 무거운 극의 흐름을 환기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며, 옥정애는 박태주의 슬픈 상황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현대사를 다룬 작품은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앞서 언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총 관객 수 475만 명을 동원했다.
또한 영화 '서울의 봄'은 1312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과연 '행복의 나라' 역시 해당 작품들의 뒤를 이어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당 영화에 쿠키 영상은 없으며, 손익분기점은 약 170만 명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