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과 비호감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영화 '그녀가 죽었다' [무비포커스]
2024-04-29 박현정 기자
한줄평 : 관음증 환자와 관심종자가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그런 구정태의 관심을 사로잡은 인물은 바로 한소라. 구정태는 편의점 소시지를 먹으며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에 흥미를 느끼고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집 드나들듯 한소라의 집을 드나들던 구정태는 어느 날 한소라가 소파에 죽은 채 늘어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누군가가 구정태가 한소라의 집에 들어간 것을 알고 협박을 시작한다.
사건을 맡은 강력반 형사 오영주(이엘)는 수사망을 점점 좁혀가고, 용의자는 구정태로 몰리는 상황. 구정태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스스로 범인을 찾아 나선다.
진범을 찾아 나선 구정태는 한소라의 주변 인물들을 파헤칠수록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이를 도와주는 것이 바로 구정태와 한소라의 내레이션. 29일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김세휘 감독은 "처음에는 내레이션 없이 시나리오를 써보려고 했다. 그런데 나도 이 인물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라며 "직접적으로 관객들에게 말을 걸면 이해를 하든 말든 듣게는 된다"라고 내레이션을 넣은 이유를 밝혔다.
이어 "구정태와 한소라의 내레이션은 둘이 결이 다르다. 구정태는 좀 더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친근하고 직접적인 방식이고, 한소라는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다"라며 "둘은 같은 사람이나 구정태는 밖으로, 한소라는 안으로 향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세휘 감독의 설명대로 구정태는 관객들에게 계속 말을 걸며 겉으로는 정상인의 모습을 보이는 반면, 한소라는 계속해서 자신의 행동을 불쌍하게 여기고 스스로에게까지 변명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범죄자의 시각에서 전개되는 영화이다 보니 일각에선 범죄, 주인공에 대한 미화를 우려했다. 그러나 강력반 형사 오영주의 존재가 이를 해소한다.
"나쁜 짓은 절대 안 해요. 그냥 보기만 하는 거예요"
구정태의 대사다. 그는 그저 보기만 할 뿐 잘 못이 없다는 듯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영주는 구정태와 한소라, 둘 중 어느 한쪽도 합리화하지 않고 모두가 범죄자라고 말한다.
스토킹, SNS, 관심종자, 관음증 환자. 어떻게 보면 어느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다. 그러나 '그녀가 죽었다'는 예상을 깨는 반전의 반전의 반전 스토리로 러닝타임 내내 지루할 틈이 없게 한다.
변요한, 신혜선, 이엘이 출연하는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오는 15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