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림', 재미+감동 둘 다 잡기는 역부족 [무비포커스]
2023-04-21 한수지
한줄평 : 이병헌 감독이 어쩌다
영화 '드림'은 이병헌 감독의 전작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둔다. '스물' '극한직업' 같은 영화를 기대했다면 어느 정도 내려놓길 당부한다. 신파 없이 빵빵 터지는 웃음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그가 어쩌다?라는 의문부호가 내내 머릿속을 휘젓는다.
'극한직업'으로 천오백만 관객을 동원한 이병헌 감독은 앞서 진행된 '드림' 제작발표회와 언론시사회에서 "데뷔 때보다 떨린다"라며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 누구보다 떨리는 모습을 보였던 이유가 이것이었을까. 이병헌 감독은 주종목인 코미디가 아닌 감동을 택했다. 물론 거기에 특화된 웃음 코드를 곁들여.
그의 고충은 영화 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초반 웃음은 '기생충'의 박명훈이 대부분 담당하고, 박서준과 아이유는 티키타카는 환상적이나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옷을 입고 있는 듯하다. 이들의 연기가 이병헌 표 말맛과 궁합이 썩 좋게 느껴지진 않는다.
실질적인 주인공들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홈리스 멤버들이다. 인생의 울타리 밖으로 내몰린 이들, 집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사연을 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파 요소도 등장한다.
전작에 비해 코미디 타율은 떨어지고, 눈물을 쏙 빼기에도 부족하다.
실화이기에 어쩔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스포츠 영화의 묘미는 성장 서사와 우승의 짜릿한 쾌감에서 나온다. 하지만 당시 홈리스 월드컵에 처음으로 출전한 우리나라는 43개국 중 꼴찌로 경기를 마쳤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중심을 맞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이끌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그럼에도 영화는 시작과 끝이 좋다.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다시끔 이병헌 감독의 능력이 빛을 발한다. 극중 윤홍대(박서준 분)가 비상하는 장면에서는 홈리스의 극적인 승리보다 어째서인지 더 벅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