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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그것이알고싶다' 故변희수 하사가 죽음을 택한 '이유' "차별금지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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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조현우 기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변희수 하사의 죽음과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대해 다뤘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3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故변희수 하사의 죽음과 우리 주변의 평범한 트랜스젠더들에 대해 취재했다. 김상중은 "많은 사람이 트랜스젠더란 수술을 해서 성별을 바꾼 사람으로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 중 수술을 한 이들은 외려 적은 편"이라 설명했다.

수술을 한 사람들과 수술을 하지 않은 사람들 모두를 트랜스젠더라 부른다며 김상중은 말하면서 "수술한 사람이 적다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냐, 그렇다면 변하사는 왜 수술을 했을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우리도 이 이유에 대해 취재해보려 합니다. 수술을 한 이들과 하지 않은 이들의 차이는 무얼까요"라고 얘기한다.

어느날 갑자기 시작된 삶이 아니다. 그알측이 만난 트랜스젠더들은 대부분 어릴 적부터 남과 다르단 생각에 불안감을 느끼며 성장했다 한다. 임새론(가명) 씨는 "정말 평범하게 밥 먹고 평범하게 직장 다니고 싶고 그런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선택을 했냐고 제작진이 물으니 임새론 씨는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게 아니면 죽을 것 같아 살고 있는 것"이라 답했다.

"일반인으로 사는 게 제일 편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는 이유는, 애초에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그들은 얘기한다. 강노을(가명) 씨는 "내가 트렌스젠더야, 라고 하면 그건 무서운 거고 엄마도 아빠도 날 싫어할 것 같고 주변 친구들도 멀어질 것 같고 그렇다고 누가 날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무서웠죠. 무서워서 말을 못한 게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무지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트랜스젠더들은 흔하게 혐오, 편견과 마주친다. 트랜스젠더들은 대부분 성인이 될 때까지 그 사실을 숨기고 산다고 한다. 제작진이 만난 하늘 씨 역시 그랬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어릴 적부터 스스로 여자로 생각했다는 하늘 씨. 성인이 되어서도 평범하게 살았던 장하늘 씨는 현재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받고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살아가고 잇다.

"나는 남자로서 살고 할아버지가 되어서 죽어야지, 이런 생각을 했었다"고 하늘 씨는 말한다. 장하늘 씨는 경찰에 연행된 적이 있다고 말하며 "갑자기 사무실로 와서 여직원이 저를 불러냈고 성범죄자가 됐다"고 말한다. 청소년때부터 남자 화장실을 가지 못했다는 장하늘 씨는 "그 남자들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게 너무나 큰 스트레스였다"고 전한다.

남자 화장실에 가기 싫어 화장실 갈 일을 애초에 만들지 않으려 노력했던 장하늘 씨. "굉장히 인적이 드문 여자 화장실을 눈치 보면서 이용했었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진단서도 없었고 호르몬 치료 하기 전인 상태에서 누군가 저를 신고를 했다"고 장하늘 씨는 전한다. 조사 결과 성범죄 전력이 없어 기소유예로 끝났으나 사건 이후 장하늘 씨의 본격적 고민이 시작됐다.

"내가 이렇게 살 바에는 도저히 남성으로 못 살겠다, 싶어 정신과에 가서 진단을 떼고 그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고 장하늘 씨는 말한다. 임새론 씨는 "얘 사실 남자 아닌 거 아니야? 이러면서 쟤가 화장실 오면 다 쳐다보는 거예요. 화장실에 있으면 막 다 쳐다보고 문을 열려고 하고 그래서 화장실을 제대로 못 갔던 것 같아요"라고 전한다.

이는 강노을 씨의 경우도 비슷했다. 가급적 밖에선 화장실을 가려고 하지 않다보니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한다. 유바름(가명) 씨는 "남성과 여성 나뉘어져 있는 화장실을 가는 것 자체가 시선 등의 이유로 너무 불편해서 안 가려고 하니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얘기했다.

임새론 씨는 약국이나 병원에 갔을 때도 주민등록증을 보고 "성별이 다르네요?"라고 물으니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도 염려스러웠다 한다. 이한결 씨의 경우엔 "난 이 몸이 싫다. 난 내가 가슴이 나오는 것도 싫고 중학교 1-2학년 때부턴 어머니한테 난 이 몸이 싫다고 했었어요"라고 전한다.

장하늘 씨는 "수염이 너무 싫어서 라이터불로 수염을 태웠어요. 그 뜨거운 고통을 참으면서. 이렇게 하면 차라리 모근이 죽겠지. 괜찮겠지"라고 과거의 경험을 말하기도 했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데 일상 속에서 더 나은 만족감을 얻기 위해 하는 치료는 아니라고 보시면 된다"고 전문가는 이들이 받는 치료에 대해 얘기했다.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김형남 씨는 "젠더 디스포리아가 굉장히 심한 상태에 이르러서 수술적 치료가 꼭 필요합니다 라는 소견을 준 이는 국군병원 주치의입니다"라고 전한다. 김종철 기자는 "본인 이야기로는 스스로가 용납을 못해서 성별 전환을 해야 되는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성전환 수술을 결심했다고 하시더라고요"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어 故변희수 하사가 수술을 하기 직전의 상황을 그 주변 지인들을 통해 전해들었다. "그 당시에 한 40명, 50명 정도가 트랜스젠더들끼리 있는 대화방에 모여 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막상 수술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근데 어떤 결심이 서서 갑자기 그렇게 급하게 수술 계획도 짜고 일정을 잡은 건진 저도 모르겠어요. 얼마 안 됐을 거예요. 그거 결정하고 바로 바로 진행한 게 "라고 지인들은 말한다. 

대화방에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수술에 부정적이었다 한다. "특히나 군인 신분이고 그런데 큰 결정이라 말렸어요. 대부분"하고 지인들은 전했다. 하지만 변희수 하사의 결심은 확고했었다 한다. 비슷한 사람들의 만류에도 변하사가 수술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 동료였던 문성호(가명) 씨는 "성전환 수술한 여군으로 최초로 돼가지고 허락을 해주겠단 약속을 받고 간 거거든요"라고 이야기한다. 당시 장성들은 수술을 위한 휴가를 허락한 건 물론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한다. 변하사는 대화방 내용은 물론 대대장에게 받았던 성별 정정 관련 필요한 서류 내용을 담은 문서 건도 공개했었다.

변하사와 장성들의 대화에서도 이들이 수술에 대해 가진 생각과 그에 대한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모두들 건강을 빨리 회복하고 귀국을 무사히 하길 바란단 이야기들이 많았다. 대화방 참여자이자 군 동료인 강바다(가명) 씨는 "이게 군단장님이 직접 메일 보낸, 이걸 보여줬어요. 쓰리스타가 직접 이렇게 보내주었다고"라고 대화 내용을 다시금 공개했다.

"나는 변 하사를 존중하고 있네.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 변 하사를 많이 생각해주고 있는 여단장과도 잘 상의해서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라네. 화이팅이네"라는 개인적인 격려 문자와 메일 내용. 변하사는 A성적을 받은 것은 물론 지휘관들의 총애를 받은 군인이었다. 그러나 변하사의 사정을 이해했던 든든한 상관들조차 변하사의 강제전역을 막을 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이었던 소속 부대의 입장관 달리 국방부는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그알측이 군에게서 구체적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변하사의 강제전역과 죽음엔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죽음이 있다. 수술이 필요하단 진단을 받고 호르몬 치료를 받은 것도 이미 군에서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군은 왜 수술 이후 변하사를 강제전역 시킨 것일까. 그리고 변하사는 죽음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는 없었던 걸까. 

변하사 사망 전까지 재판은 단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왜 변하사는 희망을 놔버린 걸까. 그것이 설마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윤슬기(가명) 씨는 말한다. 그는 변희수 하사의 지인이다. "이게 이제 마지막 시도가 될 것 같다, 이런 식의 문장을 써서 보냈어요"라며 죄책감을 느끼는 지인.

변하사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흔적은 2월 27일자. SNS에 올린 '마지막 용기'란 말이다. 윤슬기 씨는 "28일이 군 복무 끝이었단 거, 그래서 저는 아마 28일, 그렇게 생각해요. 그게 아마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군인권센터 김형남 씨는 "장기복무 신청을 못하죠. 신청할 날짜가 되기 전 강제전역을 당해서 아예 그럴 기회조차 박탈당했으니까"라고 얘기한다.

"이게 무슨 문제가 있냐. 강제전역 취소 행정소송 승소를 하더라도 돌아왔을 때 복직이 안되는 거예요"라고 김형남 씨는 추가로 설명했다. 강바다 씨는 "이걸 왜 알아채지 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자살 시도를 몇 번 더 한 걸로 알고 있었어요. 호신용인 가스총으르 갖고 다닐 정도로 엄청나게 불안해하던 상황이었어요. 강제전역 당한 후에. 복직을 못할 것 같은 느낌. 그 후에 목숨을 끊은 거고요"라고 전했다.

불안이 심했던 건 일반적이지 않았던 강제전역 과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변하사는 준비 기간도 받지 못하고 전역이 결정된 바로 다음 날, 머물던 관사에서조차 나가야했다. "오늘 전역 심사했고 내일 나가라고, 바로 쫓아내는 건데요. 군인 변희수가 부대 안에 발도 붙이지 말고 나가란 결정을 내린 거예요"라고 김형남 씨는 전한다.

군의 처사로 인한 분노와 절망. 김종철 기자는 "군을 진짜 사랑했거든요. 그랬는데 배신을 당해 억울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기자 회견을 했다고 들었다"고 전한다. 왜 이렇게 일반적이지 않은 처사를 취한 걸까. 그알측은 이유가 담긴 군 문건을 찾을 수 있었다. 

순천향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어느 의사가 자해하도록 환자를 돕겠습니까? 성전환 치료는 의학적으로 인정이 되는 치료 범주"라고 설명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주무관 유소연 씨는 "군은 중립적인 규정에 의한 합법적 조치라는 입장인데, 변희수 하사가 본인이 원치 않는 전역처분을 받은 것은 아무래도 성전환  수술을 했다, 이런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한다.

이어 언론에서는 여군이 성소수자 군인의 복무를 반대한단 뉴스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제보자는 "제가 물어봤거든요. 누가 반대하냐, 혹시 여군에서 반대하냐, 그니까 아니라고 했어요"라고 전한다. 그알측은 군이나 지인이 아닌 보다 객관적인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다양한 나이와 직업을 가진 이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토론 주제를 공개함으로써 평소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들은 변하사의 강제 전역을 어떻게 생각할까? 고은하 씨는 "그렇게 아예 군복을 벗으라는 건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고, "성별이 바뀌었다고 전차 조종수라는 능력이 상실된 것인가. 그건 이해가 안 간다"고 30대 남성은 얘기했다.

또 다른 30대 남성은 "한사람 때문에 모두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변희수 하사의 지인 윤슬기 씨는 "여군으로 재입대 가능하지 않냐고 하는데 안돼요. 그것도 모르고 사람들이 이제 막 뭐라 하는 경우도 많이 봤고요. 사실 그래요. 진퇴양난이었죠, 그게"라고 얘기했다.

군에 따르면 현재 트랜스젠더는 수술 여부와 상관없이 현역 군인이나 장교가 될 수 없다. 병무청 관계자는 "성별 불일치라고 해서 6개월 이상 치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증상이 있어 군 복무에 지장이 초래된다면"하고 이유를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준비태세나 결속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없었다"고 218년 발표한 바 있다.

2019년 미국 공공방송에서 미국 해군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은 "그들의 복무 욕구를 존중하고 제가 아는 한 그들은 모두 준비태세가 되어있다"고 전했던 바도 있다. 그러나 우리 국방부는 충분한 합의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트랜스젠더들의 군 복무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트랜스젠더들이 넘어야 할 벽은 군대만이 아니다. 성별정정을 법원에 신청했지만 주민등록번호와 겉모습에 차이가 있다보니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강노을 씨. 강노을 씨는 "어떤 면에선 동물이 사람보다 편견없이 날 봐준다는 것에서 헐씬 낫지 않나. 반려동물이 없었음 지금까지 밝게 못 살았을 수도 있어요"라고 자신의 반려견과 산책을 하며 얘기했다.

"정신과 진단서가 필요하고 수술확인서도 필요하고요. 수술을 한 의사의 소견서도 필요하고요"라며 강노을 씨는 내야 하는 소견서와 서류들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아직까지 산재해 있는 것이 법의 실정이기도 하다. 이한결 씨는 어렵게 성별정정을 신청해 한 번의 기각 끝에 다시 성공했다고 전한다.

"제가 소위 남성기라고 불리는 페니스 재건술을 받지 않은 것 때문에 기각했는데요. 아직 심지어 수술이 안정화된 것도 아닌데 기술이, 요구하는 건 국가가 너무 나간 것 같고"라고 이한결 씨는 전한다. 순천향대 산부인과 이은실 교수는 "사실 재건술이라는 게 굉장히 합병증이 많고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겨울 씨는 법원에서 성별정정 허가를 받을 때 황당한 요구도 많다고 전했다. 법정 직원이 화장실에 가서 진짠지 가짠지 보고 오라는 요구부터, 사람을 일으켜 세워 앞 뒤, 옆으로 돌아보라고 하는 등 대법원만의 판단에 맡겨져 있어 비인권적인 요구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게다가 보험 적용이 안되어 '성형수술'로 취급되는 성별 정정 수술의 경우 엄청난 비용이 소모된다. 판사의 성향에 따라 성별정정 과정이 복불복이다 보니 수술을 하고 법원에 들어가는 편이 유리한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 취업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불이익이 많다.

남자 정장을 입고 짧은 가발도 쓰고 면접을 가봤지만 취업장에서 원하는 '100% 남성의 느낌'은 될 수 없었다며 트랜스젠더 임푸른 씨는 말한다. 변하사가 대출까지 받으며 수술을 했던 이유는 강제전역을 당하지 않으리란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지인들은 말한다. 김종철 기자는 "비정규직이라도 그런 아무 일이라도 우선 하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한다. 변하사가 강제전역 후 제일 먼저 찾았던 일자리는 경호 업체였다 한다. 그러나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알려진 탓에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었다고.

하다못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지원이 어려웠다는 변하사. 실제로 변희수 하사의 SNS에를 보면 변하사가 얼마나 일자리를 간절히 구하고 있었는지가 드러난다. 남은 길은 강제전역을 취소해달라는 소송 뿐이었다. 당사자에게는 피를 말리는 일이었을 거라고 변호사는 얘기한다.

결국 스스로를 자책하기 시작한 변하사. 수술한 것 자체를 후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애초에 시작을 안 했음 이렇게까지 끝이 안 났을 텐데하고 후회를 하더라고요"라고 변희수 하사의 지인들은 전한다. 어릴 적부터 군인이 꿈이었던 청년이 정신적 질환과 스트레스로 치료를 받고 왔는데 직장에서 바로 쫓겨나고 재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 놓인 것. 다른 일을 하기조차 결코 쉽지 않게 된 변희수 하사의 죽음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김상중은 "사실 이 모든 것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시행되는 일이기도 하다"며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게끔 준비되어 있는 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성소수자들 중에서는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그는 덧붙인다. 삶에서는 소수자지만, 죽음에서만큼은 다수자가 되었다는 이들.

트랜스젠더 김겨울 씨는 "저희한텐 그런 경사는 없고 오랜만에 다같이 모이는 자리는 왜 늘 장례식어야만 하나. 어제 장례식에서 봤던 친구도 다음에 보면 또 죽어있거든요"라고 전한다. 2017년 한 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는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을 일반인에 비해 19배, 자살시도는 10배 이상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한결 씨 또한 "죽음이 한국에서 사는 것보단 나을 것 같다"며 자살을 생각했던 때가 수없이 많다 한다. 2020년 12월 강충룡, 서울특별시의회 김상진 의원 등은 혐오 발언을 마구 쏟아내며 버젓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을 퍼부었다. 

강노을 씨는 "내가 살고 있는 걸 반대해 하면 날 죽일 수 있는 건가요? 그 사람한테 무슨 권리가 있어서?"라고 얘기한다. 혐오를 쏟아내고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고, 주변엔 그런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하는 막연한 태도 때문이다. 주위의 성소수자들이 있는 걸 알면 사람들은 달라질까. 이어 그알측은 앞서 모였던 사람들에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모임 안의 사람들에 트랜스젠더들을 포함시키고, 그것을 알았을 때와 알지 못할 때 대화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지켜본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물으니, 30대 회사원 최재형 씨는 "특별한 혜택을 줘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여러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이한결 씨와 김겨울 씨, 임푸른 씨가 트랜스젠더라고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밝혔다. 세 명의 트랜스젠더가 갑자기 커밍아웃을 하자 전혀 예상치 못한 사실에 당혹스러웠다는 참가자들. 장영숙 씨는 "진짜 그야말로 뭐 뿔이 하나 더 달린 것도 아니고, 정말 똑같구나. 똑같은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다 전했다.

한대석 씨는 "좀 조심스럽게 말할걸. 왜냐면 생각하고 말할 때 더 조심스럽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인혜 씨는 "기분 나쁘실까봐 조마조마하긴 한데 후회하거나 그런 적이 없으셨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이한결 씨는 "후회를 할 수 있는 선택권 자체가 없었어요"라고 전했다.

토론의 주제라고만 여긴 트랜스젠더들을 실제로 만나게 된 참가자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최재형 씨는 "솔직히 말해서 좀 안좋은 인식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근데 토론을 하고 보니까 내가 좀 안 좋게 생각했구나"라고 말했다. 이인혜 씨는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생각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며 "나라도 죽음을 생각할 수 있었겠다"고 얘기했다. 

내 옆에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생각이 180도 달라진다는 걸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은 이가 있으니, 바로 성소수자들의 부모들이다. 성소수자 부모 중 한 사람인 권명보 씨는 "정말 멍했죠. 제가 살아오면서 트랜스젠더란 말을 나완 전혀 상관없는 세계의 사람들이 쓰는 말로만 알았거든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지? 내가 우리 애를 가졌을 때 안 좋은 생각을 했나? 죄책감이 컸죠"라고 얘기한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사실 딸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은 아이를 다시 낳는 것만큼 고통스런 과정이었다. 성소수자 부모인 변홍철 씨는 "정말 이 아이한텐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구나. 우선 애부터 살려야겠다"고 말한다. "부모마저 안 받아주면 애넨 진짜 갈 데가 없을 것 같아요. 암흑 속에서 사는 기분일 거예요, 진짜"라고 한 부부는 전하기도 했다.

권명보 씨는 "사실은 저희 애가 변한 게 없어요. 그냥 저희 애는 그대로고, 잘 살아가고 있어요. 어느 순간에는 얘가 딸이고 아들이고 이런 의미 자체가 없어지고 그냥 한 사람으로 보이죠"라고 말한다. 성소수자의 부모들은 혐오와 편견을 벗어버리고 가족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가 함께 잘 접근하기만 하면 불행하기만 한 일도 아니고 크게 다른 사람들도 아니구나, 이런 걸 알수 있습니다"라고 가족들은 전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여전히 가족들에게조차 외면 당하는 성소수자들이 많다. 윤바름 씨는 목회자 가족에게서 태어나 자신의 존재 자체를 거부당했다. 임한울 씨는 "집안 망신이라고 하셨고 손에 잡히는대로 구타, 폭행했다"고 전한다. 혐오와 편견 대신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삶, 이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차별금지법의 제정이다. 

하지만 이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법안이 된지 오래다. 이상민 국회의원은 "특정 종교의 성직자나 또 그와 관련된 분들이 문자 폭탄을 보내고요. 표로 응징하겠다, 낙선 운동을 하겠다"고 전했다. 차별금지법이 나올 때마다 반대하는 이들은 마치 합의라도 한 듯 "국민적 합의"를 주장한다.

조하루(가명) 씨는 "우리도 국민이에요. 근데 그들이 말하는 국민엔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거예요"라고 전한다.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90% 이상의 국민이 '나도 차별을 받거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는 통계 결과가 계속해서 등장한지 오래다. 

혐오를 타파해야 한다는 입장의 정치인, 변호사들은 "인권은 사회적 합의로 가는 게 아니고 지켜줘야 하는 거죠.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합의로만 풀리지 않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김상중은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을 숨기고 힘들게 살아가는 성소수자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어 김상중은 "내 주변에는 성소수자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는 게 아니라 말하지 않는 것 뿐입니다. 하지만 성소수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보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깁니다. 모두에게 호의적일 필요는 없지만 말하지 않는 이유 중에 내 가족이나 친구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이 방송을 보고 불편함을 표현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 말을 듣고 있는 사람 중에 성소수자가 있을 수 있단 사실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한 부모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아이의 이야길 통해 내가 성다수자인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어느 누구나 어떤 부분에선 소수자일수밖에 없습니다. 성소수자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 사회, 사람을 대할 때 성별이나 외모가 아닌 오롯한 당신으로 대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변희수 전 하사가 살고 싶었던 나라의 모습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우울한 생각 및 생활의 지속적인 어려움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는 24시간 전화 상담과 온라인 상담, 직접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부터 한국생명의 전화 1588-9191에서 상담 가능하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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