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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그것이알고싶다' 정인이로 본 '아동학대' "국가 역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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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조현우 기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정인이 사건으로 본 아동학대에 관해 취재했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23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정인이 사건에 대한 취재가 계속됐다. 검찰 측에서 살인죄를 추가했고, 아이의 죽음에 대해 고의 여부가 있었는지 양부모에게 물을 수 있게 됐다. 양부모 측 변호사는 "실수였고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법원 앞,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며 진실을 알고 싶어했다. 양모를 태우고 가는 긴급호송 차량을 두드리며 울며 분노하는 시민들의 모습. '그알'측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며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아이의 죽음을 막지 못한 진짜 이유들을 지금부터라도 찾아야 한다고 김상중은 얘기했다. 우리는 지금 이 분노가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 

지난 방송 이후 꼭 찾고 싶었던 곳이라며, 김상중은 정인이의 묘 앞에 고개를 숙였다. "많은 분들이 지난 방송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하며 "모두가 정인이의 죽음에 미안하고 안타깝기 때문일 것"이라 김상중은 말했다. "방송 이후 3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법원에선 양부모에 관한 재판이 시작됐고, 아동학대 방지법도 통과됐습니다. 그만큼 정인이의 사망이 많은 사회 문제를 담고 있단 뜻일 겁니다"라는 말이 이어졌다.

"감당할 수 없으면서 왜 아이를 입양하고, 아내의 학대를 방관하고 돕고, 세 번의 학대신고가 있었음에도 아이를 구하지 못한 사회는 왜 그랬는지. 우리는 이 이유를 시청자 여러분들과 함께 찾기 위해서 방송을 진행할 것"이라 김상중이 덧붙였고, 이어 국정감사 영상이 이어졌다.

"주택청약 받는 거랑 관련해서 자녀의 수는 당첨과 굉장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라고 최춘식 국회의원이 양부모가 정인이를 입양한 이유로 얘기되는 '청약권'에 대해 지적했다. 실제 양부모가 받은 대출액수는 다자녀 혜택과는 무관하단 것이 전문가의 입장이다. 

"집을 살 때 혜택을 받기 위해 아이를 입양했다고 단정짓긴 조금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고 전문가는 말했다. 사람들이 자꾸만 의혹을 품게 되는 건, 양부모의 입양이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하고서도 학대를 하고 사망까지 하게 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는 "입양에 대한 생각이 결혼 전부터 두 사람이 합의된 부분이라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2020년 10월, 제작진과 만났던 양부는 순수한 마음으로 아이를 입양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두 사람 모두 종교적인 신념을 갖고 있었고, 미국에서처럼 한국에서도 입양에 대한 편견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에 입양을 결심했다는 양부모.

그러나 지인들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양모 장OO 지인은 "둘째를 낳지 왜 입양을 하냐 그랬더니 자매를 만들어주고 싶은데 딸을 원하고 그리고 자기는 임신하는 게 싫으니까. 아이도 싫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양모 장OO의 다른 지인은 "첫째를 돌보는 걸 봐왔던 지인들이니까 다 반대를 했어요. 입야을. 근데 그게 어렸을 때부터 자기의 꿈이래요. 근데 이건 생명이잖아요"라고 말한다.

그간 첫째를 키울 때만도 스트레스가 상당해보였다는 양모 장 씨. 이어 다른 지인은 "한 번 왔다 가면 그래도 3-4시간 있다 가고, 저녁에 가면 50분도 더 걸리는 거리예요"라며 아이를 두고 외출하는 양모 장 씨의 외출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전했다. 아이를 차에 홀로 방치했다 신고를 당한 이후로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했다는 양모 장 씨.

그러나 이는 상습 아동 유기와 방치에 해당된다. 공소장 내용을 보면 지난 3월 하루에는 3시간 54분 동안 아이를 홀로 방치한 것으로 나타난다. 외출시간 동안 양모 장 씨가 하는 건 운동, 커피 마시기 등 자신의 취미 활동이었다. 자기의 인생에 아이가 방해가 되니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아이를 학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시작된 학대 행위. 입양기관에선 전혀 눈치챌 수 없었던 걸까.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는 "3월에 사후방문을 갔고 그 이후로도 간혹 가다 문자로 아이 잘 있습니다, 이런 소통은 계속 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입양 후 가정조사를 갔던 때는 정인이가 막 '엄마'라는 말을 배웠던 때였다.

그러나 그 다음 날, 아이에게 학대의 흔적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정인이를 돌보던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발견한 상처들이었다.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김태경 교수는 아기가 9개월, 10개월이 되면 걷기 시작하고 챙겨야 될 것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며 "그러니까 그 행동을 제어하기 위해서 조금 더 강도높은 제어나 학대나 이런 것들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모 장 씨는 왼팔로 아이의 목덜미만을 감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뒤, 엘리베이터 안 손잡이에 정인이를 올려놓고 마치 짐을 나르듯이 아이를 대헀다 한다. 양부는 자신은 입양을 한두번 정도 포기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며, 아내와는 좋은 마음으로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었다고 10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거듭 강조했었다. 그러나 정인이에게 돌아온 것은 학대, 사망이었다.

김태경 교수는 "우리는 원래 입양하고 싶었던 사람들이란 걸 계속 강조하잖아요. 헌신적이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란 걸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었을 뿐인 거죠"라고 말했고, 박지선 교수 또한 "아이가 그런 걸 위한 소모품이었던 것"이라 지적했다.
양부 또한 아이의 오른팔이 부러져 있던 것을 명확히 알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양모 장OO 지인은 양부에 대해서도 "이상하다고 느낀 게, 이맘때 지능지수가 강아지하고 비슷해서 잘하면 상을 주고 못하면 벌을 준다면서 9개월된 아기를 데리고 얘가 우니까 안 안아주고 울지 않고 울음을 그쳤을때 안 안아주고 이런 걸 하는 거예요"라고 얘기했다.

"정인이 왜 없냐고 물어보니까, 차에서 지금 잠을 자고 있다고. 카페에서 한 시간 반 이상 머무를 동안 두 사람이 한번도 아이를 찾지 않더라고요"라고 양부모의 다른 지인은 증언했다. 이어 갓 돌이 지난 정인이에게 영어로 폭언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고 지인들은 증언하기도 했다. 

몇 번이고 소아과 전문의,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신고가 있었지만 양천경찰서에서는 제대로 된 조치가 없었다. 아이가 살 수 있었던 3차 학대 신고에서도 경찰들은 그냥 돌아갔다. 단순히 책임 소재를 따져 누군가를 처벌하잔 것이 아니라고 '그알' 제작진은 말한다. "실수를 제대로 알고 책임을 갖고 대책을 정해야 다음 번에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고, 또한 그런 일들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망 하루 전, 오랜만에 어린이집에 등원했던 정인이는 선생님의 품에 내내 안겨 있었다. 아픈 정인이를 보던 선생님은 양부모의 항의 탓에 병원에 데려갈 수 없었지만, 진심 어린 보살핌을 계속했고 아이는 그 덕에 잠시 기운을 냈었다. 사랑을 주면 온 몸을 다해 사랑으로 보답해주는 존재, 정인이 역시 그런 아이였다.

그런데 더 오래 아이를 품어주지 못한 것이 내내 가슴에 사무친다는 어린이집 선생님. 그리고 더 많이, 더 깊이 고통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마음에 남는다는 선생님들. 어른이라면, 부모라면, 이 작은 아이의 죽음 앞에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구할 수 있던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책의 눈물을 흘려야 할 이들은 선생님들뿐만이 아니다. 어쩌면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어린 정인이에게 유일한 안식처였다. 정인이가 떠난 그날부터 선생님들에겐 꼭 풀고 싶은 의문이 생겼다. "또 이런 일이 안 일어날 거란 보장이 없잖아요. 신고를 여러 차례 했었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라며 선생님들은 눈물을 흘린다.

1차, 2차, 3차 신고가 있었던 상황을 '그알' 제작진은 시청자들과 세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1차 학대 의심 신고 상황.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신고가 이뤄졌다. 2020년 5월 25일 아이의 배 부위와 귀 안쪽 등에서 다수의 멍과 상처를 발견한다. 이에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 조사를 시작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양부가 오다리 교정하기 위해서 마사지한 상흔만 얘기했는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부모가 설명하는 거랑 달라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거죠"라고 설명했다. 수사를 위해 찾아간 양천경찰서. 그러나 경찰은 사건을 내사종결한다. 

입양기관 기록을 보면 조사를 받은 다음날, 경찰서 수사관이 아동을 양육하다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너그러이 이해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입양이라는 걸 하기 때문에 그럴 사람이 아니다, 라고 판단하는 것이 계속된 것이 아닐까 하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경찰청 아동청소년수사계장은 "양부모의 진술을 좀 더 면밀하게 확인하지 않고 수사가 좀 미진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판단을 오직 경찰만이 내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사실 이런 학대 정황과 보호, 격리에 대한 의무를 다하라고 만들어 놓은 기관이라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내사종결을 한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부모가 서비스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가정 방문해서 아동 안전을 확인하거나 이런 건 어려웠다"라고 말한다. 안전 모니터링은 진행을 했었다는 전문기관의 입장. 총 80회에 걸쳐 모니터링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화가 되지 않거나 수신이 되지 않았다는 기록이 많다. 면담 횟수는 정작 3번.

정인이를 구할 수 있었던 세 번의 기회 중 두 번째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신고 닷새 전, 갓 돌이 지난 아이가 여름철 차량에서 홀로 방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 신고자. 고심 끝에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를 한다. 관계자는 "신고 접수를 받고 양부, 양모에 연락하고 그 학대 피해를 확인해보기 위해 수사 의뢰했고 그건 경찰한테 확인해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주변 CCTV를 봤다면 양모, 양부의 학대 사실을 구체적으로 포착한 증거를 획득할 수 있었을텐데, 경찰은 늦은 대처를 했다. 이들은 아동방치 차량위치를 파악하고 수사를 의뢰하고 발생장소 방문조사를 하는 동안 14일의 시간을 허비한다. 이에 경찰청에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신고자의 정보를 알려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늦었다"고 설명한다.

2차 신고를 했던 신고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말도 안된다며 황당해했다. "제가 거기 발생 장소를 확실히 말씀드렸어요. 굳이 저를 앞세워서 뭘 하진 말아달라곤 말씀 드렸죠"라고 신고자는 말하며 신변보호를 요청했음에도 자신의 신분이 양모에게 노출되었다고 덧붙였다. 신고자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양모 장OO이 연락을 계속 취했던 것.

대부분의 신고자들은 경찰보다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관의 책임과 역할이 매우 막중하다. 내내 정인이를 지켜봤었던 아동보호전문기관 측. 정말로 이상한 점이 안 보였던 걸까. 3차 신고 당시에는 분리 여부를 논의했다는 전ㅁ누기관 관계자. 

그러나 양부, 양모가 분리를 거부해 적극적으로 분리하지 못했다고 관계자는 전한다. 1차 사건에서는 내사종결, 2차 사건에서는 혐의 없음이 되었던 사례 때문에 자신들이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고 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은 얘기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관들이 위탁기관이기 때문에 가해자와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학대를 판단하기에 전문성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시 도 경찰청에 아동학대 전담팀을 포함한 여청 수사대를 신설할 예정입니다. 여청 강력팀을 운영할 예정이고요 .교대 근무로 인해서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예방 방안을 마련했습니다"라고 경찰 측은 얘기했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부 정익중 교수는 "제발 종합대책은 이제 그만 만들고 그 대책을 구현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는 것부터 하라는 얘길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상담도 받고 교육도 받고 치료도 받아야 돼요. 부모도. 처벌뿐만 아니라"라고 비판했다. 예산안이 이미 통과된 뒤 쏟아지는 대책들이 과연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정익중 교수의 지적은 타당하게 여겨진다.

소라미 변호사는 "쉬운 방법을 선택하는 거죠. 법 개정 됐다, 이러면 사람들이 안심하겠죠"라며 여당과 야당에서 마치 경쟁하듯 아동학대 법안 발의를 진행한 모습에 대해 얘기한다. "예산을 쓴다는 건 사실 국가에서 무엇을 우선으로 두냐는 것의 척도잖아요"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그알'측은 정인이 사건이 남긴 교훈을 제대로 읽어내야 또 다른 정인이들을 살릴 수 있다며, 지금 필요한 건 정인이법이 아닌 시스템과 예산, 인력이라는 얘기를 전한다. 생각보다 긴 시간과 큰 돈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의지와 함께 또 하나 필요한 것, 아동학대의 죄를 엄히 묻는 법의 판단이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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