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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낯선 매력의 '조제', 담담해서 더 깊은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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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한수지 기자) 해당 리뷰에는 일정 수준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기대했다면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 눈물이 절절히 흐를 만큼 애절하지도 않지만 복잡 미묘한 여운을 남긴다. '조제'는 두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담담하고 잔잔하게 담아냈다.

영화는 주인공 조제(한지민)와 영석(남주혁)의 첫 만남으로 시작된다. 골목길 널브러진 휠체어와 여자(조제)의 모습을 보고 다가오는 한 남자(영석). 조제는 자신을 일으켜준 영석을 향해 고맙다는 인사 대신 대뜸 반말부터 한다. 

도움을 받으면서도 당당하고, 때론 뻔뻔하게까지 느껴지는 조제의 모습은 낯설지만 불쾌하지 만은 않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조제는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이 서툴다. 그런 그가 고마움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밥이다.
 
영화 '조제' 포스터
영화 '조제' 포스터
조제는 영석의 도움을 받을 때 마다 "밥 먹고 가"라고 말한다. 조제의 집을 가득 채운 헌 책과 낡은 사진들, 나오지 않는 고장난 티비, 다리가 불편한 조제를 위해 맞춰진 낮은 부엌 구조. 그 안에서 능숙하게 요리를 하는 조제의 모습을 보는 영석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서려있다.

바퀴 달린 낡은 식탁엔 조제가 끓인 정체불명의 찌개가 놓여있다. 밥을 먹기가 썩 내키지 않았던 영석은 어렵게 한 숟갈을 떴고, 그런 영석을 보며 조제는 나직이 "왜 독이라도 탔을까 봐?"라고 말한다. 자칫 섬뜩한 이 대사에 대해 한지민은 조제만의 유머라고 표현했다.

가려진 머리카락과 나직한 목소리. 한지민이 만들어낸 조제는 때론 무섭고 스산한 느낌마저 준다. 책으로 접한 세상을 직접 겪은 것처럼 얘기하는 모습은 자칫 허언증처럼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빈 와인병의 향을 맡으며 바디감을 얘기하고, 고아원 동료에게 엄마가 되어 주고 싶어 자신을 엄마라고 말하는 조제에겐 낯선 매력이 있다.

영석은 대학교를 다니며 취업을 고민하는 평범한 취준생이나,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정파는 아니다. 대학 교수와 내연관계이며,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후배와 관계를 맺는 불순한 면도 있다. 남주혁은 때론 흔들리고 불안하지만, 사랑 앞에서 솔직한 이 시대 청춘의 얼굴을 담아냈다.

영화는 장애라는 편견을 거두면, 그저 평범한 커플의 만남과 헤어짐을 다루고 있다. 두 사람의 이별은 여느 커플이 그렇듯 특별한 이유 없이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다.

김종관 감독의 특유의 분위기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는 큰 희로애락을 담고 있진 않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운이 남고 곱씹을수록 아프다. "네가 없어도 괜찮아. 네가 없어도 있다고 생각할 거야"라는 조제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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