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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반도’ 연상호 감독, 포스트 아포칼립스 위에 세운 새로운 ‘연니버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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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이은혜 기자) ‘서울역’과 ‘부산행’으로 K-좀비물 세계관을 선보인 연상호 감독이 ‘반도’로 돌아왔다. 앞선 두 작품들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반도’는 비극적인 상황 속 ‘살아 남은 이들’에 초점을 맞추며 결을 달리했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연상호 감독과 극장용 작품으로는 6번째, 실사 영화로는 3번째 작품인 영화 ‘반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부산행’으로 확장 시켰다. 2016년 유일한 천만 영화로 기록된 ‘부산행’의 등장은 한국형 좀비물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부산행’의 성공 이후 국내에서는 다양한 좀비 이야기들이 등장했다.
 
연상호 감독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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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흐름을 이끌어낸 연상호 감독은 ‘반도’를 통해 새로운 변주에 도전했다. ‘반도’는 ‘부산행’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좀비보다는 ‘인간’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좀비가 줄 수 있는 공포로 들어가면, 좀비가 진화하고 변화해야 해요. 그런 장르들이 많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런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가를 생각했어요. 631 부대가 신종 좀비라는 생각으로 설계를 했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부대 인물들이 희망이 없고, 자극을 따라가는 인물들이죠”

인간성을 상실한 이들의 표본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631부대는 작품 속 안타고니스트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들과 상반된 대척점에 있는 강동원 이정현 이레 등은 ‘부산행’과 마찬가지로 일정 수준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들이 된다.
 
연상호 감독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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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작품 속에는 늘 드라마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극한 상황 속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하게 된 ‘반도’의 드라마는 ‘부산행’보다 깊고 진해졌다.

“‘어느 정도, 어떤 방식으로 드라마가 들어가야 관객들이 만족할까’가 가장 힘든 지점이었어요. 사실 저는 애니메이션도 했고, 영화도 했기 때문에 저의 기준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영화는 저만 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느 지점이 맞는지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저희 어머니가 영화는 잘 안 보시고 일일드라마를 좋아하시는데, 어머니 정도의 기준에 맞추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수준인 것 같아요”
 
연상호 감독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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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또 다른 특성은 ‘부산행’ 속 성별 역할의 반전이다. ‘반도’ 속 많은 남성 캐릭터들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여성 캐릭터들은 모두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며,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거친 남성 중심의 액션이라는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건 ‘부산행’ 때부터 느꼈어요. ‘부산행’도 개봉 2년 전에 촬영한 거니까요. 개봉 이후부터는 그런 흐름에 대한 느낌이 굉장히 강했기 때문에, ‘시대가 원하는 상이 변화한다’는 것을 많이 반영했어요 ‘반도’는 영화 내 상황 변화도 많이 반영되고요. 초반부에는 강동원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초중반부터 이레가 등장하면서 영화가 리세팅돼 이야기가 흘러가는 형식으로요”
 
연상호 감독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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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는 실제로 이레의 등장과 동시에 전체적인 이야기의 톤이 변화한다. 또한 이레는 등장과 동시에 강렬한 카 체이싱을 선보이며 ‘반도’에 숨겨져 있던 ‘오락성’을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어린 아이가 덤프트럭을 몬다’는 콘셉를 초반부터 잡았어요.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를 더 극대화하고 싶었거든요. ‘부산행’의 마동석 캐릭터를 역으로 생각해서 이레가 카 체이싱을 하게 됐죠”

“‘부산행’의 카타르시스는 좁은 기차 안에서의 액션신이라고 생각해요. ‘반도’에서는 그걸 대체할 수 있는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사실 한국에서 카 체이싱을 찍기가 힘들거든요. 도로도 없고, 허가도 잘 안 나고요. 위험하기도 하고, 돈도 많이 들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100% CG로 가자고 결정했어요. 애매하게 촬영과 CG를 섞었으면 비용도 2배 가까이 뛰게 되거든요. 저와 미술 감독, CG이 카 체이싱 회의만 3개월을 했어요. 카 체이싱 장면은 촬영 전에 애니메이션으로 모든 장면, 음악까지 그대로 나와 있었고, 애니메이션 그대로 촬영했어요”
 
연상호 감독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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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는 좁은 열차 안이라는 한정적 공간 배경이 있었던 ‘부산행’과는 달리 다양한 공간 배경을 보여준다. 인천항에서부터 구로디지털단지, 대형 쇼핑몰 등 관객들에게 일상적인 공간들을 공포가 깃든 장소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631부대가 점령한 쇼핑몰은 익히 알고 있는 이미지와는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익숙한 공간이 가장 공포스럽고 의문스러운 공간으로 변했을 때의 무게감이 ‘반도’에는 스며들어 있다.

“631 부대가 한국을 대표하는 공간을 지키고 있다는 느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반도 내 다른 집단들이 존재할 수 있고, 그 가운데 631 부대는 한 에피소드 정도로 소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살아 남은 욕망도 소박했으면 좋겠더라고요. 일부러 이런 영화에 등장할법한 우리나라의 시그니처적인 63빌딩, 국회의사당이 파괴된 이미지는 피했어요. 카 체이싱도 강남대로가 아니라 구로구쪽으로 배경을 잡았고요”
 
연상호 감독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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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는 ‘서울역’ ‘부산행’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세 작품은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라고 불리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연니버스의 새로운 이야기 ‘반도’는 ‘부산행’의 4년 뒤 이야기다. 동시에 필연적으로 영화 결말 이후의 이야기 혹은 공개되지 않은 4년 동안의 이야기 등에 관객들이 자연스러운 의문과 관심을 표하게 만든다.

“속편은 지나봐야 알겠지만, 반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 더 있다고 봐요. 안타고니스트 설정할 때, ‘타락한 군인 집단’과 ‘광신도 집단’ 등을 생각했어요. 액션 콘셉트가 잡히면서 광신도 설정이 폐기됐죠.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강점은 여기서 펼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거예요. ‘반도’ 이후의 이야기도 가능하다고 봐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겠어요. 또 주인공들의 마지막 이후도 있겠죠. 그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것도 같아요. ‘반도’라는 세계관은 무궁무진하게 나올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상호 감독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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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는 100억 이상 투자된 한국 영화들 중 코로나19 속 개봉하는 첫 영화다. 전세계적인 혼란 속에서도 ‘반도’는 칸 영화제, 시체스 판타스틱 영화제 등에 초청받고 160여개국에 수출하는 등 묵묵히 기록들을 써가고 있다.

‘반도’가 2016년의 ‘부산행’처럼 한국 영화계의 단비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강동원 이정현 이레 구교환 김민재 권해효 등이 출연하는 영화 ‘반도’의 개봉일은 1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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