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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군함도 역사' 왜곡 전시관 일반 공개…일본에 속은 유네스코, 메이지 강조하는 일본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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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 조선인 차별 없었다" 억지주장 소개…논란 불가피할 듯
교도통신 "과거 사실 덮는 '역사수정주의 조장' 비판 살 것"

(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한반도 강점기인 메이지(明治) 시대의 산업유산에 관한 전시시설을 왜곡된 내용을 담은 채로 일반인에 공개할 예정이어서 역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일반재단법인 '산업유산국민회의'(이하 국민회의)는 지난 3월 31일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 소재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를 15일부터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공개한다.

국민회의 측은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근대 산업시설의 역사를 소개하는 이 센터의 개관식을 연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곧바로 임시휴관에 들어갔다.

그 후 개관 시점을 미뤄오다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돼 지난달 25일 일본 전역의 긴급사태가 해제됨에 따라 당분간 완전 예약제 형태(하루 3차례)로 일반 관람객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의 조선인 징용 현장인 나가사키(長崎)시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을 영상과 패널로 소개하면서 강제동원 사실을 은폐하는 등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방식의 전시를 강행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이 강제 노역에 시달린 해저 탄광이 있던 하시마(端島, 군함도) 전경.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이 강제 노역에 시달린 해저 탄광이 있던 하시마(端島, 군함도) 전경.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중 하나로 꼽는 하시마 탄광의 전시 코너에서는 한반도 출신자들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없었다는 군함도 옛 주민들의 증언이 영상과 글로 소개된다.

증언자 중에는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전쟁기에 어린 시절을 군함도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진 재일교포 2세인 스즈키 후미오(鈴木文雄·고인) 씨가 포함돼 있다.

스즈키 씨는 조선 출신자들이 '노예노동'에 내몰렸는지를 묻는 말에 "그런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즈키 씨 외에도 차별적인 취급을 부정하는 옛 주민 30명 이상의 증언이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증언은 일제 강점기의 군함도에서 수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가혹한 취급을 받은 역사적 사실과 배치된다.

일본은 산업혁명 유산 중 군함도를 비롯해 야하타(八幡) 제철소, 나가사키(長崎) 조선소, 다카시마(高島)와 미이케(三池) 탄광 등에 한국인(조선인) 3만3천400명을 강제 동원했다.

특히 군함도에서는 1943∼1945년 500∼800명의 한국인이 강제 노역을 했고, 1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부정하는 움직임에 대해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역사적 정설을 '자학사관'으로 보고 반론을 펴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과거의 사실을 덮는 역사수정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3년 9월 군함도를 포함하는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결정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어두운'(負) 역사로부터 눈을 돌리고 있다는 이유로 등재에 반대해 양국 간 갈등이 심화했다.

결국 일본은 몇몇 시설에서 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대 많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끌려와 가혹한 환경에서 일하기를 강요받은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하고 2015년 7월 철강, 조선·탄광 등 23개 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은 등재가 결정된 후에 세계유산 각 시설의 역사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 전략을 마련하라는 세계유산위원회 결의를 무시하고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조선인 강제 노역의 역사를 구현하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 유네스코에 제출한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후속 조치 이행경과 보고서'에서도 한국인 강제노역을 인정하거나 징용 피해자를 기리는 조치 사항을 포함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 정부는 등재 결정을 받을 당시 일본 정부가 전시징용 역사를 설명하겠다고 약속하고도 군함도 등의 유산 보전상황 보고에 그런 기재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시정을 요구해 왔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끝내 군함도에서 한반도 출신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없었다는 왜곡된 증언의 일반 공개를 그대로 강행하는 것으로 '역사 도발'을 이어갈 태세다.

교도통신은 "한국 정부는 한반도 출신자들이 강제로 일했다는 사실을 일본이 성의 있게 설명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다"며 "일본 정부의 이번 대응은 매우 불성실한 것이어서 (한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메이지유신을 일본이 강조하는 것은 '일본회의'에서 주도하는 것으로 결국 일본 우경화와 흐름을 같이 한다.

일본회의의 목적이 패전이전의 일본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명확한 만큼, 이번 군함도 전시관 공개 역시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의 노림수에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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