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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처럼 가까이…국가유공자 돌봄 '보훈섬김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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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장혜숙 기자)
뉴시스 제공
"나라를 지킨 국가유공자 어르신 곁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참전 당시 이야기를 들으며 아픈 역사를 생생히 접하기도 하죠."

대구지방보훈청 소속 보훈섬김이 황명희(53)씨는 "어르신들이 자녀에게 털어놓지 않는 사적인 문제를 말씀하실 만큼 보훈섬김이들을 신뢰하신다. 꾸준한 만남이 이런 믿음이 만드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보훈섬김이들의 활동이 눈길을 끈다.

대구지방보훈청에 따르면 대구와 경산, 청도 등 경북 일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보훈섬김이는 2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혼자 살거나 노인성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국가유공자를 찾아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요양보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돌봄에 필요한 자격증도 갖추고 있다.

청소 등 가사를 돕는 것은 물론 병원에 동행하거나 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꼼꼼히 알려주는 등 일상의 전반적인 부분을 가족처럼 책임진다는 것이 보훈청의 설명이다.

대구 서구 비산동에 사는 이기달(91) 할아버지는 "노인끼리 생활하면 외로울 때가 많은데 보훈섬김이가 매주 집에 와 이야기도 하고 집안일도 도와주니 참 좋다"며 웃었다.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인 이 할아버지는 자녀들이 모두 가정을 꾸린 후 부인과 단둘이 생활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황명희씨와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는 부부의 표정은 친자식을 대하는 것처럼 편안했다.

황씨는 "혼자 생활하는 어르신들은 마음의 외로움이 가장 힘들다고 말씀하신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소외된 채 생활하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산에서 활동하는 보훈섬김이 김태순(56)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보훈가족을 묻자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온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는 김씨의 첫 재가복지서비스 대상자였다.

"할머니는 결혼 두 달 만에 남편이 한국전쟁으로 입대했고 이후 생사를 모른 채 지내셨다. 하나뿐인 아이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눈을 감았다고 한다"며 옛이야기를 회상했다.

이어 "사람에 대한 상처로 한참이나 맘을 열지 않으셨지만 이후엔 나를 딸처럼 여겨주셨다"며 "우리 집에 모셔와 목욕 시켜 드린 적도 있고, 남편이 할머니 댁 곳곳의 낡은 부분을 수리하기도 했다. 5년을 모시고 임종까지 지켜봤다"라고 했다.

특히 최근 대구·경북을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보훈가족과 보훈섬김이들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재택근무 규정이 내려왔지만 비대면 활동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황명희씨는 "심장 문제로 약이 꼭 필요한 어르신을 위해 코로나19 진료가 이뤄지는 대형병원에 직접 다녀오곤 했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나중에 어르신의 자녀로부터 고맙다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뉴시스 제공
김태순씨는 재택근무 기간에도 몇몇 보훈가족의 집을 직접 찾았다.

노환 탓에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대상자들에게 전화로 안부를 물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르신들이 전화를 받을 수 없었고 가족들도 먼 지역에 있었다. 코로나19가 두려웠지만 어르신들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며 "평소처럼 어르신 댁을 찾아 식사를 챙겨드리고 혈압약도 전해 드렸다. 잘 계시는 걸 보니 그제야 맘이 놓이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노인을 돌보며 생기는 고충도 있다. 치매 증세가 있는 대상자가 '보훈섬김이들이 물건을 훔쳐 갔다'고 오해하는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엇보다 고령의 보훈가족이 세상을 떠나는 일은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아픔이다.

하지만 보훈가족이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현할 때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보람찬 마음으로 근무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김태순 씨는 "처음엔 차갑기만 하던 어르신들도 진심을 담아 대하면 언젠가는 우리의 마음을 다 알아주시더라"며 "국가유공자를 위한 보훈섬김이의 활동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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