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포커스] 영화 ‘결백’ 스크린에서도 통하는 신혜선…‘배우들이 다 했다’

(톱스타뉴스 이은혜 기자) * 이 리뷰에는 일정 수준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줄평: 배종옥의 노련함 그리고, 스크린에서도 통하는 신혜선

아빠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엄마는 장례식장에서 일어난 ‘막걸리 독극물 살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됐다. 엄마는 나를 기억하지도 못하는 치매고, 현장에 함께 있던 동생은 자폐증이다.

주인공 정인(신혜선 분)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고,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한 뒤 대형 로펌에서 활약 중인 에이스 변호사다. 그런 정인에게 ‘가족’은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버리고 싶었지만, 완벽하게 버리지 못한 미련의 일부이기도 하다.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의 이야기는 살해 현장을 찾아간 신혜선이 엄마 채화자(배종옥 분)는 절대 범인이 아닐 것이라 확신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극을 이끌어 나가는 신혜선의 모든 행동과 발언, 움직임은 전체적인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변호사’라는 특수함을 무기로 지닌 신혜선 캐릭터는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의뭉스러움을 무리 없이 풀어나간다.

급성 치매를 앓고 있는 배종옥의 모습 역시 영화 ‘침입자’의 동력이 된다. 배종옥의 행동은 신혜선을 코너로 몰아넣기도 하고, 극 전체에 숨겨 놓은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기도 한다.

중요 인물인 신혜선과 배종옥 뿐 아니라 남동생 정수(홍경 분), 시장 추인화(허준호 분) 등 주요 인물들이 대부분 극적이고 강렬한 색채를 품고 있다. 그러나 ‘자백’의 배우들은 각자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을 완벽하게 녹여냈다. 누구 하나 튀지 않고 각자의 음을 완벽하게 연주해내는 것이다.

브라운관에서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신혜선의 연기는 스크린에서도 통했다. 첫 장편 주연 데뷔작에서 얻은 ‘1번 배우’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건만, 신혜선은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베테랑 배우들인 배종옥과 허준호 앞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신혜선의 집중력은 결국 관객들의 몰입감으로 이어진다. 작품의 화자가 중심을 잃지 않으니,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극으로 빠져들고, 작품이 가지고 있는 극적인 요소들에 대한 부담과 의문이 줄어든다.

표면적으로는 ‘막걸리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영화 ‘결백’은 결국 어머니와 딸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시작점인 사건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고, 신혜선은 남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내가 죽기 전에는 못 벗어난다”는 아버지의 말은 예언처럼 들어맞았다. 신혜선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가족의 비밀과 어머니의 과거를 마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신혜선을 완전히 과거에서 벗어나게 하고, 그토록 원망했던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촉매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