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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 남자의 기억법’ 주석태, ‘진짜 마지막’ 악역이란 마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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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임라라 기자) ‘악역 전문 배우’, 주석태를 담기에 그 이름은 너무 작은 것일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은 ‘슬기로운 의사생활’(2017) 염반장부터, ‘붉은 달 푸른 해’(2019) 윤태주, ‘시크릿 부티크’(2019) 오태석까지 주석태가 연기한 다양한 악역을 만나왔다. 그에게 내려진 ‘악역 전문’ ‘악역 맛집’ 호칭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닐터. 하지만 진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주석태는 “제 특기는 선역”이라며 자신만만해 했다. 그 안에 숨겨진 내공의 깊이는 감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때를 노리는 범처럼 주석태 역시 ‘그 순간’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이 순간, ‘진짜, 마지막, 최종’ 악역으로 분한 ‘그 남자의 기억법’ 주석태를 만나봤다. 지난 8일 톱스타뉴스가 ‘그 남자의 기억법’ 문성호 역의 주석태와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석태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주석태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그 남자의 기억법’ 촬영 분량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주석태는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드라마 ‘구미호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에 출연할 예정이다. 근황을 묻자 역시나 열심히 차기작을 준비 중이었다.

“문성호 촬영 분량이 모두 끝나고 현재 다른 작품에 들어갔다. 콘셉트 미팅이나 아직 역할에 대한 전체 대본이 안 나와서 논의 중이기도 하다. 역할은 일단 악역이 아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듯하다”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주석태가 맡은 문성호는 과대망상에 빠져 이정훈(김동욱 분)의 연인 정서연(이주빈 분)을 납치하고 살해까지 하는 스토커다. 주석태는 실감나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그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유골함 키스신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고. 

“제가 볼 때 문성호는 스토커이자 과대망상증을 가지고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상식적으로는 접근하기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것은 그냥 서연이를 사랑하자, 정서연을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진짜 여자친구라고 생각하자(고 했다.) 저 혼자서는 나름 멜로를 찍은 거다. 저 혼자서는 서연이 때문에 마음 아프고 구구절절했다. 물론 시청자들이 보는 입장에서는 소름끼쳤겠지만(웃음)”

“그래서 촬영하기는 수월했다. 그런데 너무 사랑하는 그 감정이 회가 거듭되고 감정이 쌓여갈 때, 유골함을 가져나왔을 때… 그것 때문에 제가 질타를 많이 받고 있다. 원래 대본은 유골함을 꺼내고 한 번 보고 끝이다. 그런데 유골함을 돌리다가 이름 부분을 보니 너무 애틋한 거다. 제가 유골함에다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그 감정이 좋았다. 찍었는데 모니터를 보니 스태프분들은 난리가 났다. 얼마나 어이가 없으셨겠나”

 
주석태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주석태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그 스스로는 멜로였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완전한 악인으로 비췄으면 했다. 주석태는 문성호를 연기하기 위해 다른 배우들과 소통도 자제했고, 외모적인 부분 역시 일부러 거칠게 다듬었다. 

“사실은 의도한 악인이다. 저는 물론 악역에 타당성을 부여하지만 그 타당성까지 시청자들이 알아주길 원하지 않는다. 어쨋든 악역은 악역으로 남아야 하니까. 그래서 제가 처음에 이 드라마를 할 때 진짜 하나의 연민도 없이 나쁜 사람으로 비춰졌으면 했다. 그래서 외모적인 부분도 머리도 투박하게 컷팅했고 기본적인 메이크업을 하면, 분장하시는 분들께 죄송하지만 화장실가서 티슈로 조금 닦기도 했다. 피부도 더 나빠보였으면 했고, 머리도 재수없게 길어보였으면 했다. 

탈옥을 하고나서는 문가영 씨를 찾아가고, 도망가고 옥상에서 김동욱 씨를 만났을 때는 머리 세팅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제가 준비한 헤어 오일을 치덕치덕 발라서 떡진 느낌을 줬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머리를 넘기는 모습이 소름이 돋았는데, 그런 장면이 옥상 신에서 차용되기도 했다”

목소리 역시도 문성호를 연기하기 위해 바꿨다. 젠틀한 목소리로 유명한 주석태지만 문성호 역에는 맞지 않는다는 과감한 판단이었다.

“성악 발성을 통해 흉식에서 복식 호흡으로 바꿨다. 복식 호흡을 하면 소리가 진정성이 있는데 문성호는 진정성있는 캐릭터가 아니지 않나, 그래서 다시 흉식으로 바꿔 생소리로 연기했다. 그런데 촬영을 한 번 하고 다시 원래 목소리로 돌아가면 소리의 잔재가 남아서 목이 쉬게 되더라”

 
주석태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주석태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드라마에서 다루지 못한 디테일한 설정도 흥미를 끌었다. 주석태는 정서연이 문성호에게 베푼 작은 친절이 사실은 작은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만든 문성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원래 설정은 문성호가 사진작가 지망생인데 이게 잘 안되니까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거였다. 연기자들도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작품이 없을 때는 자존감 떨어지는데 문성호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무시하는 상황에 먼저 웃어주고 다가왔던 정서연이 남다르게 느껴졌던 것이다. 문성호에게 정서연의 친절은 소소한 것이 아닌 큰 친절이었다. 
 
정서연을 납치한 방 사방에 붙은 사진 역시, 문성호가 사진 작가 지망생이라서 가능했던 장면이다. 원래 사진 장비를 들고 서연을 보는 그런 컷도 있었다” 

‘이정훈이 정서연을 죽였다’는 문성호의 착각 역시 그의 과대망상을 극대화하는 포인트 중 하나였다. 문성호 입장에선 정말 이정훈이 정서연을 살해한 것이라는 그의 설명이 소름을 유발하기도 했다.

“저는 (정서연을) 안락사했다고 명시했다. 서연이한테 치유할 수 없는 암덩어리를 이정훈 앵커가 준 거고, 그래서 나는 서연이를 안락사시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성호는 서연이의 곁으로 가기 위해 감옥에서, 병원에서 계속 자해를 한다. 그렇기에 일정 부분의 약을 계속 투여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연기의) 애티튜드 자체가 병원 안과 밖에서 다르다. 병원에서 문성호는 약을 투여받고 있다가 끊기니 밖에서는 몸이 가볍고 날아다니는 거다”

직접 스토커를 연기하다보니 스토커 방지 법안의 필요성 역시 실감했다. 그는 최근 일어난 바둑기사 조혜연의 스토커 사건을 언급하며 여러 차례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가 한번 스토커로 가짜 인생을 살아보니 스토커 방지 법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혹시 그런 스토커 방지 법안 관련 운동이 있으면 저도 참가하면 좋겠다” 

 
주석태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주석태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그렇게 악의로 똘똘 뭉친 문성호의 마지막은 비참했다. 정서연에게 가기 위해 옥상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지만 얼굴 아래 전신 마비로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이다. 주석태 역시 이런 결말에 동감했다.

“대본이 나온 것을 보고 ‘그래 이래야지’라고 했다. 저희끼리는 대본이 나오기 전에 ‘아마 죽으려나’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제가 생각할 때 문성호는 죽으면 목적을 이루는 거다. 그렇다면 굉장히 아프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했다. 그런데 대본을 보니 식물인간이 된 거다. 보자마자 저도 ‘그래 이래야지’ 싶었다” 

누워서 아무것도 못하는 문성호를 연기할 때도 주석태의 연기는 빛을 발했다. 그저 누워있는 장면임에도 치떨리게 분노하는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TV나 영화로 접해보면 (식물인간은) 아무 힘이 없는 상태로 눈을 깜박이는 경우가 있다. 문성호는 어떻게 할지 누워서 생각을 해봤는데 진짜 억울하고, 속에서는 이 창살을 꽝꽝 때리고 있을 것 같다. 잠도 안 올 것 같고. 그래서 일단 화만 냈다. 당시 촬영할 때 앞에 반사돼서 살짝 정훈이 보였다. 문성호 입장에서 그걸 볼 때 화가 치미는 거다. 그런데 그렇게 눈이 무섭게 보일 줄은 몰랐다. 저도 모니터링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석태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주석태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훌륭했던 연기만큼 찬사도 쏟아졌다. 특히 ‘그 남자의 기억법’은 시청률은 3%(닐슨코리아 기준) 정도로 낮은 편이었으나, 화제성만큼 여타 인기 드라마 부럽지 않은 인기를 자랑하던 작품이다. 주석태 또한 그런 분위기를 실감했다고 한다.

“여태 이런 분위기는 ‘슬기로운 감빵 생활’ 이후로는 처음이다. ‘슬기로운 감빵 생활’은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했다면 이번 작품은 10대, 20대, 30대의 관심이 쏟아지는게 느껴졌다. 드라마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것도 좋지만 어느 세대 취향에 딱 맞추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도 이번 작품이 남다르다고 본다”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문성호의 역할 상 홀로 찍는 장면이 대다수였지만, 가장 많이 촬영을 한 김동욱, 이주빈과의 촬영 당시를 짧게나마 회상하기도 했다.

“김동욱 씨와 저는 사실 관계하기 보다는 저 혼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가까운 역할이었다. 그런데 김동욱 씨가 너무 잘 받아주셨다. 저는 일방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인데 그것에 대한 반응이라던지, 대상 배우의 아우라를 절실하게 느꼈다”

“이주빈 씨와 촬영할 때는 근처를 잘 안 갔다. 문성호는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인물이라서 연기를 위해 그게 도움이 될 듯했고, 주빈씨에게도 그 편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주빈 씨와의 반지 장면도 애드리브였다. 이렇게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말씀드리니 감독님이 적극 수용해주셨다. 다음 촬영에 가니 반지가 준비돼 있었다. 원래는 반지 사이즈가 안 맞는데도 피가 나올 때까지 집어넣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렇게까지는 좀 부담스러워서 조금 방향을 틀어 억지로 집어넣는 것까지만 했다”

 
주석태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주석태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지난해에만 영화 ‘왓칭’ ‘양자물리학’, 드라마 ‘더 뱅커’ ‘루머’ ‘시크릿 부티크’ ‘그렇게 살다’ 등 다작을 해왔던 주석태, 올해 역시 이미 영화 ‘남산의 부장들’,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그리고 차기작 2편까지 다작을 이어오고 있다. 쉴 틈이라곤 보이지 않은 그의 필모그래피 사이, 원동력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했다. 

“안 쉬는 것보다는 작품이 동력 그자체다. 이걸 안 하면 숨이 안 쉬어진다. 한 달이라도 공백이 생기면 풀이 죽어서 뭐라도 해야하는데 그런 생각을 한다. 저는 쉴 때도 연기를 하면서 논다.
 
개인적인 욕심인데 촬영을 멀리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찍을 때 프랑스 남부에 10일 정도 있었는데 정말 좋더라. 여행보다는 좀 멀리가는 촬영이 좋다(웃음)”

다작의 비결에는 긴 무명 생활이 거름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염반장 역을 맡기 전까지 주석태의 이름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영화 ‘레드아이’ 단역부터 지금까지 17여 년의 세월, 주석태가 그 기간을 이겨낼 수 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지고 싶지 않았다. 저한테보다는 제가 처해진 상황이나 선택받지 못한 상황에 지고 싶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몇 년까지 하고 접겠다는 게 저한테는 안 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후에는 더 많이 부지런 해졌고, 굉장히 많이 웃게 됐다. 그 전에도 낙천적인 성격이라 누가 때렸다면 아파도 ‘됐어’ 라고 체념하고 넘기는 거였다면, 지금은 ‘왜 쳐’ 하고 웃으면서 넘기는 정도다(웃음)”

스스로 낙천적이라 말할 만큼 주석태가 바라보는 미래는 밝다. 현재 악역 전문 배우라 불릴 만큼 대부분의 작품에서 악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한 주석태, 그렇지만 그의 전공은 사실 다른 분야다. 

“악역을 많이 하는 것에 혹자는 회의감이 들지 않느냐고 하신다. 그럼 저는 ‘아니요’라고 한다.저는 공연도 하고, 단편 영화도 하고, 다양한 곳에서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다.

또 제 특기는 사실 선한 역이다. 아직 부전공만 보여드린 거다. 기회가 오게 만들 것이고, 그래서 진짜 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저는 그것을 즐겁게 기다리는 중이다. 저는 매 작품 악역을 할 때마다 ‘이게 진짜 마지막 악역이다’는 생각으로 달려든다. 후회없이 할 때로 하려고 한다”

한편 주석태는 MBC 수목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이정훈 앵커의 연인 정서연을 죽인 스토커 문성호로 분해 희대의 악인을 연기했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지난 13일 32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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