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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국제유가 폭락에 "출구가 안보인다"…정유4사 1분기 적자 2조5천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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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초유의 실적쇼크 예상…코로나-저유가-정제마진 복합충격
정유4사 적자 2조5천억원대…불황 장기화에 경영 비상

(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과 국제유가 폭락, 정제마진 악화 등 삼중고에 시달리며 사상 초유의 실적 쇼크에 직면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반등할 수 있다는 일부 기대감도 있긴 하지만, 정제마진 악화와 코로나 영향에 따른 '수요절벽'이 워낙 심각해 "출구가 안보인다"는 업계의 우려가 크다.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실적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의 1분기 영업적자가 2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정유업계에서는 셰일가스 패권을 둘러싸고 산유국들 간 '가격전쟁'이 있었던 2014년의 4분기 실적이 최악이라고 평가해왔다. 당시 정유4사 영업손실이 1조1천5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당시 수치를 훨씬 웃도는 사상 최악일 것으로 점쳐진다. 2분기 역시 조 단위 적자를 이어가며 올해 2014년 이후 6년 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정유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것으로, 통상 배럴당 4∼5달러여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정제마진 수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특히 3월 셋째 주부터는 연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정유사들이 제품을 만들어 팔수록 손해라는 뜻이다.

정제마진 악화 속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수요 급감, 산유국들의 유가전쟁으로 인한 유가폭락 등 악재란 악재는 모두 겹쳤다.

지난 1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아우르는 'OPEC+'가 하루 1천만 배럴의 감산을 추진했지만, 최종 타결에 이르지는 못했다. 1천만 배럴은 글로벌 산유량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업계는 1천만 배럴의 감산이 이뤄진다 해도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추가적인 유가 하락을 제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수요절벽이나 정제마진 악화 상황을 반등시키기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1천만 배럴의 감산 폭은 3천만 배럴로 추정되는 수요감소폭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 자체가 워낙 위축돼 있어 감산합의로 유가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가 오른다 해도 현재는 코로나 영향으로 수요 절벽이 심각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더욱이 코로나19 회복국면에 들어선 중국의 정유사들이 공장 가동률을 올리고 있어, 시장에 공급이 증가하며 정제마진이 약세를 이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 정부는 유가가 급락해도 자국 석유제품 판매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해주기 때문에 코로나19로 타격을 봤던 중국 정유사들의 수익성은 개선세다.

교보증권[030610] 김정현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가 완화해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중국발(發) 만성적인 공급 과잉이 예고돼 있다"며 당분간 한국 정유업종에 대해 보수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했다.

사상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는 정유사들은 일제히 '비상 경영' 모드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공장 가동률을 85∼90% 수준으로 낮췄고 추가 하향도 검토 중이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정기보수를 앞당겼으며, 에쓰오일은 희망퇴직을 추진 중이다.

정유업계는 또한 정부에 세제완화 등 각종 정책 지원을 해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4∼6월분 석유 수입·판매 부과금 징수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수요 부족으로 남는 석유를 저장할 공간으로 한국석유공사의 비축시설을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계는 이외에 ▲ 석유류 개별소비세 조건부 면세 ▲ 환경·안전시설 투자세액공제율 확대 ▲ 임시투자세액제도 부활 등 추가적인 대책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가 1∼2분기 '보릿고개'를 지나 하반기부터는 정제마진과 유가가 회복하고 코로나19도 진정하며 실적이 개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코로나19로 마비된 수요 추이와 중국발 공급과잉 등이 변수로 평가된다.

정유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정제마진, 수요, 유가가 모두 회복돼야 유의미한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며 "단기적으로는 반등 계기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OPEC 원유 감산 / 연합뉴스
OPEC 원유 감산 / 연합뉴스
정유사들의 이런 최악의 실적은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와 석유제품의 가치도 크게 떨어지는 재고 관련 손실에서 비롯한다.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초 배럴당 65달러에서 1분기 말에는 23달러로 65% 급락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1분기에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만 7천5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전망됐고, GS칼텍스의 재고 평가 손실도 4천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정제마진이 악화한 데다 코로나19로 수요도 대폭 감소해 적자 규모를 늘렸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12월 배럴당 -0.1달러로 역마진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월 0.4달러, 2월 3.0달러, 3월 0.4달러 등에 그친다.

미중 무역분쟁에 중국의 공급과잉 악재가 겹쳤던 지난해 3월의 배럴당 4.5달러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실정으로 업체들은 설비 가동률을 낮춰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이 이동을 제한하는 '록다운'을 시행하는 등 석유제품 판매가 급감하고 있어 2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제마진 역시 이달 첫째 주에 -1.4달러로 다시 역마진을 기록해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NH투자증권 황유식 애널리스트는 "2분기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유지될 경우 추가적인 재고평가손실이 반영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2천666억원으로 분기 적자가 지속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산업활동 축소 영향이 2분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원유도입단가(OSP)가 4월부터 전월 대비 배럴당 6달러 하락해 정유 부문 마진은 소폭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표] 4대 정유업체 1분기 실적 전망

(단위 : 억원, %)

 

  매출액 영업이익
2020.1Q 2019.1Q 증감 2020.1Q 2019.1Q 증감
SK이노베이션 105,927 128,486 -17.6 -10,403 3,048 적자
전환
GS칼텍스 - 79,536 - -5,716
(NH투자증권)
-5,841
(DB금융투자)
3,295 적자
전환
에쓰오일 52,546 54,262 -3.2 -6,612 2,704 적자
전환
현대오일뱅크 43,469 51,411 -15.4 -4,782
(대신증권)
1,008 적자
전환

 

※ 자료 : 연합인포맥스, 각 증권사,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는 비상장사로 컨센서스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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