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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픽] 웹툰 원작 ‘이태원 클라쓰’…편견 깨고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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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현 기자]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의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 사실상 한 해에 한 작품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할 정도로 원작이 있는 드라마는 의외로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 올해 '이태원 클라쓰'와 비슷한 시기에 방영되고 있는 웹툰 원작 드라마 OCN '루갈', tvN '메모리스트', KBS2 '계약우정'등을 떠올려본다면, 해당 작품들이 실제 드라마로는 큰 흥행 성적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광진 작가의 '이태원 클라쓰'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JTBC ‘이태원 클라쓰’가 종영한지 약 한 달이 흘렀지만 ‘이태원 앓이‘는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는 '이태원 클라쓰'의 명장면과 웹툰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들 역시 각종 예능을 통해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태원 클라쓰'는 다른 드라마들과 달리 원작을 기반으로 낮은 확률을 뚫고 성공적으로 종영할 수 있었을까. 
 
광진 작가 인스타그램
광진 작가 인스타그램

#캐릭터를 가장 잘 아는 원작 작가…'덧붙이고 빼도 중심 잡는다'

'이태원 클라쓰'가 드라마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지는 관심은 드라마 작가뿐만 아니라 바로 원작 작가일 것이다. 보통 웹툰 작가들은 자신의 웹툰을 드라마화 시킬 때 전문 드라마 작가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방송에 선보인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시나리오 작가가 웹툰을 완벽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직접 캐릭터를 만든 사람만큼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드라마, 영화 작가가 가진 한계다. 이에 '이태원 클라쓰'의 광진 작가는 자신이 직접 감독의 제안에 드라마 대본으로 손을 뻗으며 본인이 드라마의 시나리오까지 쓰겠다고 선언했다. 웹툰 작가와 드라마 작가가 동일한 것은 드라마계에서는 최초의 시도다. 

광진 작가는 이러한 이점을 이용해 박새로이, 조이서 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에 자신의 애정을 담아냈다. 특히나 드라마적 요소에서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상황을 원작과 조금씩 바꿔가며 담아내거나 만화 속에서만 가능하지만 드라마화된다면 어색할 수 있는 장면들을 가감히 변경했다. 

예를 들면 광진 작가는 기존 웹툰에서 오수아(권나라) 분의 역할에 고아라는 설정을 더하며, 박새로이(박서준)의 아버지와의 서사를 부여해 장가를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로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또한, 장근원(안보현)이 박새로이의 아버지 뺑소니를 내는 장면에서는 오토바이를 자동차로 표현해 극적인 연출을 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해당 캐릭터와 줄거리에 살을 붙이거나, 과감하게 빼더라도 '이태원 클라쓰'의 굵은 뼈대는 변하지 않았다. '이태원 클라쓰'는 '박새로이가 장가를 무너뜨린다'라는 큰 뼈대의 틀을 어떻게 하면 더 극적으로 살릴 수 있을지를 고민한 흔적이 뚜렷이 엿보였다. 

흥행에 실패하는 드라마들은 원작을 훼손하거나, 결말과는 아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인물을 구성하거나 초반 줄거리를 잡아낼 때에는 심도 있게 담아내지만, 그 이후부턴 큰 틀이 없기 때문에 결국 중심을 잃게 되는 것이다.
 
tvN '미생' 홈페이지

#'아무리 닮아도'…흥행의 보증수표가 싱크로율은 아니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는 늘 비교할 대상을 두고 시작한다. '이 주인공이 실제 배우와 얼마나 닮았나'를 두고 따지는 것이다. 이후 하나둘씩 드라마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면, 원작의 팬들은 캐스팅에 대한 쓰고 단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이태원 클라쓰' 역시 방영 전부터 관련 검색어에 '캐스팅'이 떴을 만큼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나 닮았냐'는 초반의 문제이지 '얼마나 재미있게 극을 끝까지 이끌어 갈수 있느냐'라는 전반적인 문제를 이끌어가는 건 결국 작가의 역량이자 드라마의 역량이다. 물론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 tvN '미생'과 같은 경우에도 장그래(임시완), 오상식(이성민), 김동식(김대명)등이 원작 캐릭터와 배우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지만, 그것은 흥행이라는 성적의 일부 요소였을 뿐이었다. 

오히려 웹툰 원작을 보지 않고 드라마를 접하는 시청자들의 경우에는 싱크로율이라는 문제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반대로 드라마가 좋아서 웹툰을 찾아보는 정도로 역방향 현상이 더욱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몰입엔 도움이 되지만 실제로 그 캐릭터를 구현해 내는 건 바로 배우다. 
 
김다미 인스타그램

#원작보다 더 실제 같은 배우들의 연기력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모든 배우들이 주목받았지만, 아마 가장 주목을 받았던 배우가 있다면 바로 조이서 역을 맡은 김다미일 것이다. 원작 1화와 드라마 1화에서는 조이서의 장면이 강렬하게 등장한다. 해당 장면에서는 탈색 머리에 검정 라이더 자켓을 입고 심리 상담사와 상담하는 조이서의 장면이 등장한다. 

강렬하게 첫 등장한 조이서는 소시오패스라는 다소 생소한 여주인공 인물 설정에도 특유의 표정 변화와 연기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제 김다미는 원작에서는 단지 그림체로 표현된 장면들을 상당히 현실감 있고 역동적으로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나 김다미가 자신의 동창 엄마를 향해 뺨을 때리며 "카운터"라고 하는 장면과 박새로이에게 키스를 하려고 한 오수아의 입을 막으며 "디펜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원작보다 역동적으로 씬을 구현하며 자칫하면 오글거릴 수 있는 부분을 오히려 원작보다 배로 소화해내며 드라마의 인기를 더했다. 

'이태원 클라쓰'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박새로이 역을 맡은 박서준은 실제 종영 이후에도 해당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원작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으로 박새로이를 표현한 박서준은 높은 싱크로율 뿐만 아니라 원작 속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아버지와의 술자리에서의 대화, 장대희(유재명)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는 자신의 신념을 보인 장면들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에 오히려 원작보다 박서준의 연기가 더해진 드라마의 장면이 더 좋았다는 반응 역시 이어졌다. 감정을 풍부하게 소화해내며 조이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며 조이서와 박새로이의 시너지 효과를 폭발시켰다. 우선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이 사니, 조연까지도 함께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원작보다 드라마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은 여기에있다. 바로 적재적소에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들과 그들의 합, 평면적인 2D 웹툰에서 볼 수 없는 표정과 감정에 몰입시킬 수 있는 힘이 바로 그것이다.
 
박서준 인스타그램

# "신파, 로맨스가 아니어도"…'이태원 클라쓰'로 보는 드라마의 의미

'이태원 클라쓰'는 복수극이자 박새로이라는 한 인간의 서사가 담긴 극이다. 박새로이의 아버지의 죽음에서부터 우린 주인공 새로이에게 감정을 이입한다. 그가 언젠간 자신을 무너뜨린 장가에게 복수를 할 것이며, 그것이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박새로이를 지켜본다. 

어떤 면에서 박새로이는 참 답답하다. 누구나 아니라고, 그만두라고 하는 길을 묵묵히 걷기 때문이다. 마치 돌덩이처럼 단단한 박새로이는 '자신이 가진 신념을 굽히지 않고 따라가면 그 끝에는 단밤이 있을 것이다'라는 결말을 선사한다. 

시청자들은 대개 자신에게 없는 것을 보여주는 드라마에 열광한다. 광진 작가 역시 "난 새로이 같은 삶을 살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쉬웠다. 살면서 아쉬웠던 것과 돌이키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보면 떠올랐다"고 전했다. 우리가 새로이를 응원하고, 속도는 늦지만 정방향으로 향하는 그의 신념에 열광하는 이유 역시 그런 점이 자기 자신에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는 결국 자신이 갖고 있는 그 신념과 소신을 지킨다면 그 끝이 마냥 쓰지 만은 않을 거라는 가능성과 희망을 전한다. 한정적이고 뻔한 신파극, 로맨스 코미디, 스릴러가 아닌 박새로이라는 인물을 통해 내 삶의 방향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모든 세대에게 제시하고 교훈을 준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매력이 돋보이는 것이다. 

뜨겁게 종영한 JTBC '이태원 클라쓰'는 웹툰 원작 드라마의 선례를 남겼다. 과연 '이태원 클라쓰'의 바톤을 이어 받을 작품이 등장할 수 있을지, 이 드라마가 남긴 여러 의미들에 대해 되짚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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