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김동률의 새 앨범 ‘동행’은 지금 이 순간의 김동률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다. 이것은 한 뮤지션이 20년의 시간동안 변하고 발전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은 것이 이상적인 순간에 만난 결과물이기도 하다. 1994년 친구 서동욱과 전람회를 결성한지 20년. 그는 많은 앨범을 냈고, 유학을 떠나보기도 했고, 카니발과 베란다 프로젝트처럼 동료들과 또 다른 팀도 만들었다. ‘동행’의 수록곡 "내 마음은"처럼 "뜨겁지 않은 사람이 됐어"라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월. 그러나 "청춘"의 다음 가사는 "우린 아직 뜨거운 가슴이 뛰고 다를 게 없는데"다. 전람회의 첫 히트곡 "기억의 습작"을 처음 불렀던 그 때처럼, 그는 그 시절 격정적으로 표현하던 그 감정들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앨범 첫 곡 "고백"에서는 사랑을 고백하던 그 순간을 수줍은 목소리로 재현하고, "내 사람"에서는 날 설레게 했던 사랑이 지금도 "지친 하루에 숨이 턱 막혀올 때 한 사람은 내 옆에 있다는" 행복을 주고 있다고 노래한다.
존박과 함께 부른 "Advice"처럼, 김동률은 후배에게 사랑에 대해 조언하는 나이다. "청춘"에서 노래하듯 "우린 결국 이렇게 어른이 되었고 푸르던 그 때 그 시절 추억이 되었지"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청춘"의 다음 구절은 "우린 아직 뜨거운 가슴이 뛰고 다를 게 없는데"다. 노래하는 사람은 여전히 청춘의 심장을 가졌는데, 세월이 먼저 가버렸다. 그래서 "그게 나야"의 한구절처럼 "그 시절을 아직 살아 가는 한 사람"이 됐다. 20년동안 음악을 해온 뮤지션의 기술적인 완성도가 그 때처럼 뜨거운 심장과 만났다. 노래들은 지나버린 과거의 안타까움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포기나 추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때의 감성을 지키겠다는, 현재에도 뜨겁게 사랑하겠다는 절절한 토로다. 이 복잡한 감정이, 20년동안 쌓인 김동률의 역량을 통해 선명하게 구체화 된다.
김동률 / 뮤직팜
그래서 ‘동행’은 회고와 동시에 현재를 담았고, 견고하되 실험적이다. 물리적인 시간은 지나갔지만 그것을 부르는 김동률의 마음은 여전히 뜨겁고, 이 복잡한 감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의 이전작들보다 더욱 치밀하면서도 과감한 시도가 필요했다. "동행"은 1절의 "넌 울고 있었고... (중략) ... 함께 울어주기"의 멜로디를 반복하며 진행된다. 긴 호흡을 가진 멜로디의 반복에는 그만큼 섬세한 변주가 필요하고, 가사의 흐름에 따라 치밀하게 소리를 쌓아가는 편곡은 잔잔하게 시작한 곡을 거대한 마무리로 끌고 간다. "청춘"은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 코러스 정도의 구성으로 곡을 끌고 가면서도 스무살 시절을 그리워하는 친구들의 한탄부터 그 시절을 아직 놓지 않은 사람의 절절한 마음까지 이르는 감정의 폭을 모두 표현한다. 마치 강물이 바다로 흐르듯, ‘동행’에 수록된 노래의 멜로디는 유려한 호흡을 갖고 흐르고, 편곡은 그 흐름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연출한다. 그 속에서 김동률이 표현하고자 하는 자신의 마음은 마치 그림처럼 선명하게 펼쳐진다.
이것은 한국 대중 음악 산업에서 발라드가 다시 한 번 가져야할 가치이기도 하다. ‘동행’의 노랫말들은 하나의 시와 같다. 김동률은 유행어나 속어는 배제한 채 가사의 운율을 맞추고, 노래마다 시작부터 끝까지 명확한 흐름과 완결성을 가진 이야기를 썼다. "내 사람"은 사람을 만나고, 설레고, 사랑하고, 함께 하는 인생사를 압축해 담았고, "오늘"은 지나간 인연에 대한 감정을 독백의 형식으로 풀어 놓는다. 과거에도 그의 가사는 시였다. 하지만 그가 ‘동행’에 이르기까지 쌓인 음악적 역량은 시와 음악이 한 몸이 되어 흐르도록 만든다. 초반 30초가 지루하면 외면받는다는 시대에, 김동률은 멜로디에 대중의 귀를 억지로 끌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어디 하나 허술하지 않은 작곡과 편곡으로 노랫말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그만큼 멜로디는 길고, 소리는 어느 것 하나 빼 놓을 수 없을 만큼 섬세하다. 30초만 듣거나, 후렴구만 들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온전히 한 곡을 감상하면, 김동률이라는 한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유행이나 대중의 호오 이전에 자신의 마음을 음악이 붙은 시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발라드였다. 김동률은 20년동안 쌓은 역량과, 20년동안 간직한 마음을 통해 한 세계의 본질로 깊숙이 파고 들었다. 집중하고 들여다볼수록, 그 과정에서 얻은 성취는 거대하게 느껴질 것이다.
노래마다 표현하려는 마음이 있고, 그 노래들이 모여 한 사람의 현재를 설명한다. 한 장의 앨범을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된 흐름으로 만들고, 그것을 모두 감상하면 한 사람의 마음을 전달 받을 수 있다. 요즘에는 불편해 보이기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자세가 지금 김동률의 감정을,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뮤지션이 그 때가 아니면 절대로 만들 수 없는 음악이 있다. ‘동행’은 바로 그 순간의 마음과 에너지를 모두 담았다. 그리고, 감성과 기술적 완성이 이상적으로 만난 한 장르의 클래식으로 남을 것이다.
Track Preview
01. 고백
"난 붙잡아 두려 해 시간을 멈추려 해 언젠가 우리 어떤 날에 마법이 풀리고 다 스러진다 해도"
‘동행’의 첫 곡으로, 앨범을 여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풋풋하게 느껴질 만큼 고백의 수줍은 느낌을 전달하는 김동률의 목소리는 최근 김동률의 곡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던 것이기도 하다. 기타와 베이스를 곡의 중심에 놓아 담백하게 감정을 전달하면서도, 후반부에 약간의 변화로 고백하는 이의 애틋하고 절실한 감정까지 모두 표현하는 편곡이 인상적이다.
02. 청춘 (Featuring 이상순)
"우린 아직 뜨거운 가슴이 뛰고 다를 게 없는데 뭐가 이리 어려운걸까"
Written & Arranged by 김동률
Drum 신석철
Bass 최훈
A. Piano 김동률
Acoustic & Elec Guitar 이상순
청춘이라 불리던 시절은 지났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여전히 뜨거운 청춘의 마음이 있다. 그 열정과 아쉬움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을, 김동률은 곡의 테마에 정확히 어울리는 방법으로 표현한다. 피아노-기타-드럼-베이스로 곡을 이끌어 가고, 김동률이 청춘에 대한 심사를 토로하는 후반부에는 이상순의 격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이어진다. 하지만 흐름에 따라 섬세하게 변화하는 사운드는 밴드에 가까운 구성으로도 곡의 스케일을 자연스럽게 키우고, 잠깐씩 등장하는 코러스는 곡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킨다.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다른 곡들에 비해서는 단촐해 보인다. 하지만 음악적인 내공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곡을 만들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청춘이 아니고,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청춘인 뮤지션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인상적인 순간.
03. 내 사람
"다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모두 내 맘 같아서 그냥 맘 놓고 울어도 되는 단 한 사람 넌 내 사람"
Written & Arranged by 김동률
String Orchestrated by 김동률
Drum 신석철
Bass 최훈
A. Piano 나원주
Acoustic & Elec Guitar 이상순
Strings JAM
만남, 사랑, 그리고 일상을 함께 하는 순간까지 한 사람과의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편곡은 어느 순간에도 오버하지 않고 정석적인 흐름을 유지하며 노랫말에 담긴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하고, 김동률의 보컬은 설렘의 마음을 곱게 펼쳐 놓은 초반에서 언제나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격정적으로 표현하는 후반까지 다채롭게 변화하며 폭 넓은 감정폭을 소화한다. 요즘 듣기 어려운, 낭만적인 가사와 치밀한 사운드가 제대로 조화된 발라드.
04. Advice
"넌 아직 어린거야 뭘 모르지 안절부절 성질만 급하잖아 아이처럼"
Written & Arranged by 김동률
Rhythm Programming 김우근
E. Piano 나원주
Bass 황호규
김동률이 프로듀싱을 하기도 했던 후배 존 박과 함께 불렀다. ‘동행’의 다른 곡들이 여전히 뜨거운 감정을 간직한 김동률의 마음을 드러낸다면, 이 곡에서만큼은 좀 더 연륜이 쌓인 입장에서 후배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고 있다. 그만큼 김동률 개인의 감정을 증폭시키기 보다는 같은 멜로디를 반복하며 존박과 대화를 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유쾌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05. 그게 나야
"그 시절을 아직 살아 가는 한 사람 그게 나야"
Written & Arranged by 김동률
String & Brass Orchestrated by 김동률
Drum 신석철
Bass 최훈
A. Piano 나원주
Acoustic & Elec Guitar 이상순
Strings 융스트링
제목 그대로 김동률 자신에 대해 말하는 듯한 노래. 사람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처럼 그 시절을 말하지만, 김동률은 여전히 그 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자신의 음악을 파고 들고 있다. 특히 후반부의 "다 지운채로 사는 건지"부터 변한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부분은 엄청난 에너지로 듣는 사람을 몰아친다. "청춘"-"그게 나야"-"내 마음은" 한 곡씩 간격을 두고 나오는 이 세곡은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서 여전히 변치 않는 김동률의 자화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06. 퍼즐
“이제 난 알겠어 너라는 비밀을 널 이렇게 내 품에 안은 순간 그 마지막 조각을”
Written by 김동률
Arranged by 황성제(BJJ MUSIC)
Rhythm & Percussion programming 황성제
String Orchestrated & Conducted by 박인영
앨범의 유일한 댄스곡.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곡들처럼 전자음 위주가 아니라 밴드와 오케스트라 편성을 동시에 사용해 화려하고 다채로운 구성을 만들었다. 펑키한 리듬을 바탕으로 흐름에 따라 완급 조절을 하다 후반부에 모든 것을 쏟아내는 연주자들의 연주력이 압도적이다. 또한 곡의 리듬을 따르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을 쏟아내는 김동률의 보컬은 김동률이 댄스 음악을 소화하는 방식.
07. 내 마음은
"뜨겁지 않은 사람이 됐어 웬만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어 예전처럼 조그만 일에 화내지 않고 조금씩 무던해졌어"
Written & Arranged by 김동률
String Orchestrated & Conducted by 박인영
Drum 신석철
Bass 최훈
A. Piano 나원주
Acoustic & Elec Guitar 임헌일
Strings 융스트링
Percussion Programming 황성제(BJJ MUSIC)
‘동행’은 여러 곡에서 과거에 대한 회고와 함께 현재의 아쉬움을 담고 있다. "내 마음은"은 그 중에서도 과거와 현재의 격차가 가장 눈에 띈다. 과거에는 뜨겁게 사랑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뜨겁지 않은 사람이 됐고, 모든 것에 무던해졌다. 덤덤하게 사는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할수록, 그 뜨겁던 사랑이 생생해질수록 감정은 격렬해진다. 편곡도 그와 함께 담담했던 전반부와 격렬한 후반부가 큰 차이를 보인다. ‘동행’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고, 그만큼 곡의 감정이 어떻게 흐르는지 명확히 전달한다. 별 다를 것 없는 현재에서 절절했던 과거의 추억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마치 영화나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펼쳐 놓았다.
08. 오늘
"우리 이별이란 그 때가 아닌 오늘인지도 모르네"
Written & Arranged by 김동률
String Orchestrated by 김동률
Stirng Conducted by 이지원
Nylon Guitar 정재원
Strings JAM
이별은 오래 전 일이다. 하지만 어느 날 이별의 순간이 떠오르고, 진정한 이별이 시작된다. 곡만으로 본다면 이별에 관한 노래로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김동률은 ‘동행’에서 과거에 대한 회고와 현재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마음을 고백했던 과거는 지나갔고, 오늘의 나는 그 시절과 이별해야 한다. 또한 ‘오늘’은 ‘고백’처럼 기타가 주를 이루지만 풋풋했던 사랑의 고백이 이별의 아픔으로 변하듯, ‘고백’과 정 반대로 앨범에서 가장 낮고 우울한 멜로디를 들려준다. 산뜻했던 "고백"의 기타 연주가 처연하고 쓸쓸한 기타로 변했듯, 과거의 풋풋한 고백은 결국 쓰라린 ‘오늘’의 이별로 끝나는 것이다. 고백도, 이별도 모두 과거의 일이된 오늘. 그리고 오늘에서야, 과거와 이별하게 된 것이다.
09. 그 노래
"노래는 추억들을 부르지 아랑곳없이 차갑게 굳어버린 줄만 알았던 내 맘 무색하게"
Written & Arranged by 김동률
String Orchestrated by 김동률
A. Piano 나원주
Contra Bass 황호규
Strings 융스트링
김동률이 존박에게 주었던 곡을 자신의 노래로 소화했다. 전반부는 마치 독백에 가까울 만큼 피아노와 김동률의 목소리가 곡을 끌고 가고, 오케스트라가 등장하면서 천천히 감정을 끌어 올린다. 그만큼 노래에 대한, 또는 노래에 얽힌 추억에 대한 회고이면서, 동시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차분함과 뜨거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음악이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 시작부터 클라이막스까지 점점 더 높이, 더 힘이 들어가는 목소리로 곡의 스케일을 표현하는 김동률의 역량은 그가 보컬리스트로서도 얼마나 뛰어난 뮤지션인지 새삼 느끼게 만든다. 대조적인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한 가운데에서 흐름을 잡아주는 콘트라베이스 연주도 인상적.
10. 동행
"네 앞에 놓여 진 세상의 벽이 가늠이 안될 만큼 아득하게 높아도 둘이서 함께라면 오를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Written by 김동률
Arranged by 김동률 황성제(BJJ MUSIC)
Rhythm Programming 황성제(BJJ MUSIC)
String & Brass Orchestrated by 김동률
E. Piano 김동률
Strings JAM
Midi Strings dubbed by 이용범
내 소중한 사람이 힘들어 할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함께라면 그 모든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연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이 될 수도 있지만,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또는 세상에 건네는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동행"의 가사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고, 음악은 보다 큰 차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박하게 시작한 곡이 편곡을 통해 점점 스케일이 커지고, 이윽고 "우리가 함께 하는 오늘이 또 모이면"이 나올 때 쯤에는 엄청난 스케일로 모든 공간을 휘감는다. 한 사람이 소중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우리 모두에 대한 메시지로 퍼져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음악을 통해 완벽하게 구현되는 순간. 그리하여 이 앨범은 고백, 청춘, 이별 등 사람이 거치게 되는 인생의 다양한 과정을 거쳐 함께 하는 것에 대한 희망을 남기며 마무리 된다. 또한 이 곡의 멜로디는 시작부터 끝까지 긴 호흡을 가진 하나의 멜로디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변주하고 있는데, 그만큼 듣는 사람들에게 멜로디를 각인 시키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려한 흐름을 보여준다. 김동률의 음악적인 역량과 감성적인 깊이가 이상적으로 만나며 앨범을 마무리하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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