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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 타고 공개된 교실 사교육과 비교 불가피…공교육 위기 or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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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변상현 기자)
뉴시스 제공
지난 9일 중·고등학교 3학년부터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시스템 접속 오류, 학생 관리 등 그동안 우려했던 문제들이 고스란히 수면 위로 드러났다.

교육 전문가들은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공교육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한다. 원격교육으로 교실 안의 교육이 학부모 등에게 공개될 수 있고, 지금까지 사교육 영역의 몫이었던 동영상 강의와 비교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기기 대여와 원격수업 시스템 접속 오류 등 인프라 개선, 낯선 방식으로 진행되는 교육의 질을 본궤도로 끌어올리고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10일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사상 첫 온라인 개학으로 교육 패러다임에 변화가 예상되고, 이는 공교육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프라 문제는 개선 가능…중요한 건 내용물"

온라인 개학 첫날인 지난 9일 오전 9시부터 오전 10시15분까지 75분간 학습관리시스템인 EBS 온라인 클래스 접속이 지연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오는 16일에는 초등학생까지 7개 학년이 추가로 개학하는 만큼 학생과 학부모의 우려가 높다.

교육부는 접속 오류는 웹 서버와 공유 저장소 사이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류를 야기한 장치를 제거했기 때문에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기술(IT) 전문가도 앞으로 이 같은 기술적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소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요훈 IT전문 칼럼니스트는 "트래픽을 분배하지 못해 문제가 생긴 것인데, 공간이 넓어도 들어갈 문이 좁아서 발생한 오류나 마찬가지"라며 "고3과 중3만 개학했다면 접속량이 많은 것도 아닌데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예산을 더 투자해서 접속 용량 자체를 늘린다면 문이 넓어지는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미 EBS 온라인 클래스와 e학습터 서버 등 초·중·고교 학생들이 동시접속할 수 있도록 확충하는데 130억원을 투입했다. 원격교육 서버와 플랫폼은 학교를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이요훈씨는 "교육정보화를 선언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원격교육 시뮬레이션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면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고 문제를 극복해 나간다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대 김민희 교수(교직부) 역시 "1학기 전체는 해봐야 교사와 학생 모두 어떻게 체계가 돌아가는지 알게 된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마음에서 이번 학기는 온라인 교육으로 실시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실 유일한 존재였던 '선생님'이 경쟁자 사이로 나오다

김민희 교수는 특히 "우리 공교육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오프라인으로 교실 안에서 교사와 학생만이 소통하던 교실 안 수업 풍경이 이제는 교실 밖에서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교사가 동영상 강의를 찍어도,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해도 학생 옆에 있는 학부모나 보호자가 함께 그 수업을 볼 수 있다. 일부 플랫폼은 화상회의 녹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학생의 수업을 다시 재생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학부모와 보호자가 어렴풋이 예상만 했던 공교육이 랜선을 타고 각 가정으로 퍼지는 만큼 학부모가 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공교육은 평가절하될 수도, 반대로 큰 신뢰를 얻을 수도 있다.

김민희 교수는 "교사는 준 공무원 집단이라 그 동안 변화가 크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바꿔나가는 유능한 교사들이 주목받고 교단의 문화를 바꿔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교육학과)는 "일단 개학은 했다고 하지만 추후에 원격수업 유형과 품질에 따라 학생부 기재, 지필평가 등을 두고 시비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졌다"면서 "학기가 진행되는 동안 미리 대비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원격수업이 끌고 갈 교육혁신…변화 불가피

원격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상황은 더 장기화될 수도 있다. 결국 그에 맞게 교수학습법과 평가, 인력, 조직 운영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교사는 교실 안에서 늘 권위를 지니고 지식을 전달하던 역할에서 앞으로는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고 학생 간 협력을 촉진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역할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학급 규모나 운영방식도 바뀔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실시할 경우 '줌'(zoom)의 경우 한 화면에 보여지는 인원 수가 한정돼 있다. 현재 한 반에 있는 학생 수는 평균 24명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사가 칠판 앞에서 학생들을 내려보는 것과는 달리 일일이 챙기기는 어려운 구조다.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는 학생들을 수업에 집중하도록 하려면 교수학습법상 유인책을 찾아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기창 교수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내실화 되려면 학생 수가 화상으로 토의도 가능하기 때문에 원격수업에 맞는 수업운영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지금까지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1교실 2교사제도 검토될 수 있다. 분반이 되더라도 수업이 가능하고, 적어도 학생들의 학적을 관리하고 상담할 수 있는 지원인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는 교사 2~3명이 팀을 짜서 동영상 강의를 함께 제작하고 학생들을 나눠 관리하는 방식도 나올 수 있다. 지금까지 담임교사와 교과담당 교사, 보직이 있는 교사와 없는 교사 등으로 구분되던 조직 구성이 바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코로나19와 개학연기로 교생실습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원격수업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민희 교수는 "대학에서도 원격수업이 늘어나면서 교수들끼리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적응해가고 있다"면서 "초중고교 역시 교사들의 협업으로 적극적으로 수업 운영방식을 바꿔나가는 동력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3월 초면 늘 업무에 치여 있었지만 지금처럼 오직 수업과 학생만 바라볼 때가 없었기 때문에 수업을 준비하며 많은 선생님들이 행복하다는 반응도 보내주신다"며 교사들의 역량과 의지로 교육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거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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