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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 첫날 힘겹게 넘긴 장애학생·교사…"장기화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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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강건우 기자)
뉴시스 제공
장애 학생을 가르친 교사들은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일인 9일 하루를 무사히 넘겼으나 상황이 장기화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온전히 교사들의 노력과 학생, 학부모의 조력으로 버텼지만 장애를 가진 학생, 교원에게 장벽으로 다가오는 학습관리시스템(LMS) 웹접근성 문제 등 근본적으로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의사소통 자체가 힘든 중증 학생들, 장애를 두 개 이상 가진 중복장애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은 어떻게 노력해도 적기에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기 어렵다.

경기도 한 특수학교 교사인 이인호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조 위원장은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라 아이들의 개성이 다양한데, 온라인수업에서는 개성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없다"며 "모든 특수학교 교사가 갖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쌍방향 수업도 특수학교에서는 시도하기 어렵다. 학생들과 교사가 즉각 응답해야 하는데 시각장애, 청각장애가 있는 경우 어렵다. 쌍방향 수업에서야 원격수업의 출결문제, 각종 행정문제가 수월해지는데 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 위원장은 "온라인 개학을 했지만 일반 학교처럼 원격 개학식을 전혀 하지 못했다"며 "수업 콘텐츠를 만들고, 그 방식도 쌍방향이 아니라 일방향으로 자료를 전달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맹학교 A(30·남) 교사는 "일일이 옷 입기, 화장실 가기, 점자 배우기와 같이 시기를 놓치면 굉장한 손해를 보는데, (온라인으로는) 여전히 같이 놀아주는 수업밖에 안 됐다"고 말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7교시 내내 학부모가 학생들을 곁에서 도와줘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장애가 없는 학생들에 비해 가정의 부담이 더 클수밖에 없고, 오래 버티기도 어렵다.

A 교사는 "아이들이 기기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 부모가 맞벌이를 함에도 붙어서 봐 줘야 한다"며 "교사들이 직접 집에 점자책을 가져다주며 위로드리고 몸으로 부딪혔기 때문에 걱정했던 것보다는 나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이들이 다음주(13일) 정규수업부터 한 시간을 온전히 들을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제공
장애를 가진 일반학교 교사에게도 첫 온라인 개학일은 고됐다. 서울 도봉구의 한 일반고등학교 3학년 수업을 진행한 전맹인 B(40·여·17년차) 음악교사는 이날 대부분 녹화영상을 재생하는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음에도 돌발상황은 벌어졌다. 일반인 교사들에 비해 대응이 보다 늦어 곤란을 겪었다. B씨는 "녹화 영상이 안 올라왔다는 민원이 많았다"며 "플랫폼을 볼 수 없으니까 다른 선생님을 불러서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고 말했다.

전맹 시각장애 교사는 글자를 읽어주는 음성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플랫폼에 따라서는 이런 기능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청각장애를 가진 교사는 쌍방향 수업에서 의사소통 전달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B교사는 "고3이라 괜찮았지 다음주에는 1, 2학년 수업도 시작한다"며 "교육부 지침을 보면 무사히 이 학기를 마무리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해는 가지만 저희(장애인 교사)가 머릿속에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장애를 가진 교육현장의 각 주체들은 이 모든 한계를 스스로의 힘으로 버텨내고 있다.

A 교사는 "원격수업 플랫폼 사용법을 다 학교 내 자체연수로 진행하고, EBS 점자교재도 전국 맹학교 12곳에서 급히 만들고 있다고 한다"며 "교사로서의 책임감으로 버텨내고 있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게 우리가 다 해야 하는 일인가"고 되물었다.

이들은 원격수업이 장기화될 때를 대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수업을 준비하는 부담감을 줄이도록 장애 교사를 위한 연수과정, 교재제작, 보조 프로그램 지원이라도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B 교사는 "장애 교사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연수가 없고, 온라인 수업에 사용하는 플랫폼의 웹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호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장애교원과 장애학생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며 "장기화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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