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부잣집에 라면·김 왜 주나"…자가격리자 생활필수품 지원 때아닌 논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톱스타뉴스 김광희 기자)
뉴시스 제공
[김광희 기자] 뉴시스에 따르면 "안 줘도 되는 사람에게 막 준다. 이 정부가 세금을 물처럼 낭비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살고 있는 50대 A씨는 최근 친구들과의 단체 채팅방에서 이런 불만을 터뜨렸다.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아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귀국한 뒤 자가격리 대상이 되면서 생활필수품을 지원받자, '잘 사는 사람'한테까지 이런 생활필수품을 보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공론화시킨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해외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 1일부터 모든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의무화 하고 있다. 자가격리자는 14일 동안 외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즉석식품, 라면, 세면도구 등으로 구성된 생활필수품을 동일하게 지급받는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원 품목과 가격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지자체 주민에게는 대체로 비슷한 물품이 제공된다.

특히 자가격리자에 대한 생활필수품 지원은 A씨 주장과는 달리 중앙 정부 예산에서 지출되는 게 아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5일 "(생활필수품은) 각 지자체장의 재량으로 지원되는 것"이라며 "지자체는 특별교부세와 재난관리기금으로 물품을 구입하며, 중앙 정부에서는 지원하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온라인상에선 자가격리자 지원책 논란이 뜨겁다.

A씨처럼 부유한 이들이 아니라 생활필수품이 꼭 필요한 이들을 골라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누구든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면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에 해당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6시 기준 국내 자가격리자는 3만2898명이다. 이 중 국내에서 발생한 자가격리자는 7979명, 해외 입국자는 2만4919명이다. 모든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화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달 31일(2만780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할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따라서 생활필수품을 지원하는 것은 자가격리 이탈자를 막고 코로나19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자가격리자가 개인의 형편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지원받는 것을 문제삼는 의견도 있다. A씨는 자신이 이른바 '부촌'(富村)으로 불리는 한남동에 살아 라면이나 김 등 생활필수품이 필요하지 않은데,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고 지원해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충남 서산에 거주하고 있는 B(33)씨도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한 자가격리자의 게시글을 보고 분노를 표했다. B씨는 "자신이 자가격리 대상자라며 받은 물품 사진을 찍어 올렸다"라며 "그런데 (다른 글에선) 해외여행도 자주 다니고 명품도 많았다. 누가 봐도 형편이 여유로운 사람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똑같이 지원하다보면 정부 예산이 부족해 독거노인 같은 사람에게는 지원하지 못 하는 일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뉴시스 제공
형편이 어떻든 간에 재난 상황에서는 동등하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지난달 해외여행을 다녀와 자가격리 대상자가 된 20대 C씨는 "형편이 여유로운 사람도 갑자기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 미리 물품을 구비하지 못할 것 같아 지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생으로 지난달 말 자가격리된 엄주영(25)씨는 생활필수품 지원에 대해 "물질적인 부분만 있는 게 아닌, 꼼짝없이 격리돼야 하는 외롭고 속상한 마음을 위로해주는 심리적인 부분이 컸다"고 표현했다.

엄씨는 "기대했던 것보다 넘치는 지원이었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세금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도 이해가 간다"면서 "하지만 지원품을 받음으로써 내가 이렇게 철저히 자가격리하는 것을 정부에서도 알아주고 있고, 집에 가둔 게 아닌 최대한 지원하면서 응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모두에게 동등한 혜택을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의 개념이 아직 정착되지 않아 나타난 '인지 부조화' 중 하나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복지의 규모나 복지 정책에서 정부가 갖고 있던 포지션도 작았다"라며 "문화적으로나 인식적으로 아직 보편적 복지에 대해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가) 그런 상황에서의 첫 시험 무대다"면서 "처음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인지 부조화가 있어 그런 얘기가 나온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Tag
#newsis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두에게 알리고 싶은 뉴스라면 ?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버튼을 눌러주세요.
추천을 많이 받은 기사는 ‘독자 추천 뉴스’에 노출됩니다.

240201_광고보고투표권

기사 추천 기사를 추천하면 투표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If you recommend an article, you can get a voting ticket.


모바일 모드로 보기 Go to the Mobile page 모바일 모드로 보기 Go to the Mobile page.

이 기사를 후원해 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해외토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