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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코로나19 경제 위기는 한국 가정을 얼마나 망가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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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이연수 기자)
뉴시스 제공
[이연수 기자] 뉴시스에 따르면 "아버지, 돌아오세요!"

민간 단체 아버지 재단이 지난 1998년 벌였던 캠페인 이름입니다. 한국 경제가 동아시아 외환 위기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까지 신청했던 때지요. 직장을 잃고 실의에 빠져 집을 나온 아버지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이 캠페인에서 볼 수 있듯 경제 위기는 가정에도 큰 악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자살률과 인구 동향(혼인 건수·출생아 수 등)에서 수치로 나타나는데요. 10여년 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러왔던 세계 금융 위기 때 한국은 어땠을까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모양새인 가운데, 지난 2008~2009년 금융 위기 당시 한국 가정은 얼마나 망가졌는지 살펴봤습니다.
뉴시스 제공
한국 경제에 금융 위기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때는 지난 2008년 4분기입니다. 전 분기 4.0%를 기록했던 실질 경제 성장률은 이때 마이너스(-) 1.7%로 곤두박질쳤어요. 이후 2009년 1분기 -1.8%, 2분기 -1.2%를 기록한 뒤 3분기(0.9%)가 돼서야 겨우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이 기간(2008년 10월~2009년 6월)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2006~2008년 20명대 중·후반(22.0~26.0명)이었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09년 31.0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이 수치는 2010년(31.2명), 2011년(31.7명)까지 계속 오르다가 2012년(28.1명) 들어 감소세로 바뀌었습니다.

누적 혼인 건수는 24만7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급감했습니다. 이렇게 뚝 떨어진 혼인 건수는 다음 해 증가세로 돌아섰고(0.4%), 그 다음 해에는 2.2%까지 상승했습니다.

출생 지표도 비슷합니다. 우선 2008년 10월~2009년 6월 누적 출생아 수는 33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다만 이 기간 아이를 낳은 가정은 최소한 10개월 이전에 임신을 계획했을 테니, 이를 금융 위기의 여파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비교 대상이 임신·출산 수요가 컸던 때(2006년 쌍춘년·2007년 황금돼지해)이니, 그 기저 효과(비교 시점에 따라 지표가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지거나 위축되는 현상)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합니다.

금융 위기 당시 임신이 출산으로 이어졌을 2009년 10월~2010년 6월 출생아 수는 어땠을까요? 33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습니다. 임신·출산이 몰렸던 직전 해의 기저 효과로 출생아 수가 확 줄었던 전년보다도 출생 지표가 더 나빴던 것이지요.
뉴시스 제공
이와 관련해 인구학자로 널리 알려진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가정은 혼인·출생 등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이전까지 1.3~1.4명대를 오르내리던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이 2002년 1.1명대로 급격히 떨어진 것도 1997~1998년 외환 위기를 겪은 가정이 혼인·출생을 미뤘기 때문"이라네요.

가족학을 오래 연구한 전귀연 경북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도 "경제는 가정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라면서 "특히 이혼이 그렇다. 경제 활동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여성들이 경제 위기가 왔을 때 이혼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금융 위기 기간 이혼 건수는 9만1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나 줄어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한국 가정에 영향을 얼마나 미칠까요? 조 교수는 "올해도 세계 금융 위기 때와 비슷하게 혼인·출생이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통계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1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2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6%나 적었던 반면 사망자 수는 2만8000명이나 돼 1월 중에서는 인구가 처음으로 자연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는 1월20일 한국에서 처음 발생했으니, 그 본격적인 여파는 2월 인구 동향에서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는 통계청이 예상한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되는 첫해인데요. 코로나19는 이런 현상을 더 부채질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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