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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고의·과실 입증돼야 국가배상…헌재, 합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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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제공
[김윤교 기자] 뉴시스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할 경우를 국가배상의 성립 요건으로 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헌재는 긴급조치 9호 등 위반으로 수사·재판을 받은 A씨 등이 옛 국가배상법 2조 1항 등에 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A씨 등은 박정희 정부 당시 긴급조치 1호나 9호 등 위반으로 수사·재판을 받았다. 이후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불법수사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받은 자들에 대해서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했다며 소송을 각하했고, 나머지 청구인들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당시 수사기관의 직무 행위 등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 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A씨 등은 해당 조항이 헌법에서 규정하는 국가배상 청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국가배상 청구권의 성립 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규정된 게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다.

헌재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데도 국가배상을 인정할 경우 피해자 구제가 확대되기도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원활한 공무수행이 저해될 수 있다"며 "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 국가에서 국가배상 책임에 공무수행자의 유책(有責)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배상 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한 것을 두고 입법 형성의 범위를 벗어나 헌법에서 규정한 국가배상 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침해가 극심하게 이뤄진 점 등을 근거로 배상청구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긴급조치는 집행 당시에 그 위헌 여부를 유효하게 다툴 수 없었다"며 "한참 시간이 흐른 뒤인 201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위헌으로 선언된 만큼, 다른 일반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경우라 해서 국가배상 청구권 성립 요건에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대한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과거에 행해진 법 집행행위로 인해 사후에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면, 국가가 법 집행행위 자체를 꺼리는 등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하거나, 행정 혼란을 초래해 국가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국가배상 책임의 일반적 요건을 규정한 해당 조항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입법자가 별도의 입법을 통해 (피해를) 구제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국가배상 청구권에 관한 법률조항이 지나치게 불합리해 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해당 조항은 개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해 국가배상청구를 현저히 어렵게 했다.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를 외면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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