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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성혜의 나라’ 배우 송지인, 낯설고도 익숙한 얼굴의 완성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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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기자]

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 수심이 가득한 눈빛. 어떤 욕구들이 결여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성혜는 사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송지인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얼굴을 완성 시킨 배우다.

영화 ‘성혜의 나라’(감독 정형석)는 ‘포기’를 먼저 배우는 2030 세대의 이야기다. 배우 송지인은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타이틀롤 성혜로 분해 열연했다. 새로운 얼굴로 이야기를 이끈 송지인을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톱스타뉴스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영화 '성혜의 나라' 배우 송지인 / 톱스타뉴스 정송이 기자
영화 '성혜의 나라' 배우 송지인 / 톱스타뉴스 정송이 기자

송지인이 처음 ‘성혜의 나라’라는 작품을 만난 것은 소속사가 없을 때였다. 5줄이 전부인 시놉시스를 들고 송지인을 찾아 온 정형석 감독은 작품에 녹아 있는 의도를 설명했다. 송지인은 젊은 이들의 힘든 상황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려는 감독의 의도에 공감을 했고, 그렇게 ‘성혜의 나라’ 촬영이 시작됐다.

“한 회차 촬영이 1박 같았어요. 일주일 동안 7회차 촬영을 했으니까요. 2017년 12월에 촬영을 시작했는데, 정말 추웠어요. 핫팩을 들고 있으면 그게 얼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그때 저는 연기에 목이 말랐거든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어요”

한겨울 고생해서 찍은 작품은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2018) 한국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그리고 이 작품은 대상을 거머쥐며 그 해 출품된 독립영화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 '성혜의 나라' 배우 송지인 / 톱스타뉴스 정송이 기자
영화 '성혜의 나라' 배우 송지인 / 톱스타뉴스 정송이 기자

‘성혜의 나라’가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을 수상했지만 정식 개봉까지는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이것 역시 예비 관객들의 펀딩 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부분이다. 송지인은 영화 ‘성혜의 나라’ 정식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시사회가 끝나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남다른 기분을 느꼈다.

“무대 인사하고 정말 엉엉 울었어요. 개봉 못할 줄 알았거든요. 한편으로는 제가 조금 더 유명했다면, 개봉이 지금보다는 쉬웠을 수 있는데. 제가 부족해서 개봉이 더 힘들 것 같았는데, 결국 개봉을 했잖아요. 관객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죠”

‘성혜의 나라’ 속 성혜는 감정 표현이 크지 않고, 표정도 많지 않다. ‘우울’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취업이나 자신의 미래를 위한 도전을 계속해서 해 나가는 강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성혜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혜가 약하기만 했다면, 인턴을 하면서 성희롱을 당했다는 사실을 참았을텐데. 그러지 않고 박차고 나왔잖아요. 그것으로 인해 진로가 막혔는데도 후회하지 않고요. 성혜는 자기 인생의 모든 것을 본인이 직접 결정하고, 뭔가를 하려는 의지가 강한 친구였어요”

영화 '성혜의 나라' 배우 송지인 / 톱스타뉴스 정송이 기자
영화 '성혜의 나라' 배우 송지인 / 톱스타뉴스 정송이 기자

고단한 삶을 살아가던 성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겪는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5억이라는 돈을 얻게 된다. 그 돈으로 뭘 해야 할지 고민하던 성혜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선택한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성혜는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듯 조금은 여유 있는 삶을 살아보기로 결정한다.

“처음에 성혜의 선택이 이해가 안 갔어요. ‘좋아하는 그림 공부라도 하지’, ‘유학이라도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영화 다 만들고 2년 동안 계속 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설득이 됐어요. ‘그럴 수 있겠다’. ‘성혜 너무 힘들었는데 좀 쉰다고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돈이 마냥 행복한 돈은 아니니까요. ‘즐거움’을 위해 쓰지는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 '성혜의 나라' 배우 송지인 / 톱스타뉴스 정송이 기자
영화 '성혜의 나라' 배우 송지인 / 톱스타뉴스 정송이 기자

배우 송지인에게 영화 ‘성혜의 나라’는 첫 스크린 주연 작품이다. ‘성혜의 나라’를 만나기 전과 후, 송지인이라는 사람에게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 송지인은 한 작품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 그 자체의 힘을 배웠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작품이 굴러가게 하는 구성원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호흡을 길게 끌고 나가야 하는 입장이어서 배운 것들이 많아요. 대중들이 ‘저 배우가 어떤 사람이구나’라는 걸 처음으로 봐주시는 첫 작품이기도 해요. 작품 속 내가 아니라 ‘배우 송지인’에 대해 봐주시는 느낌이라 더욱 특별했던 것 같아요”

송지인은 조금 늦은 나이에 영화를 시작했다. 국문과 출신인 송지인은 방송가에서 작가로 일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단역으로, 조연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얼굴을 알렸다.

영화 '성혜의 나라' 배우 송지인 / 톱스타뉴스 정송이 기자
영화 '성혜의 나라' 배우 송지인 / 톱스타뉴스 정송이 기자

“처음에는 조금 뒤처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긴 인생을 두고 봤을 때, 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아서 조바심 안 내려고 노력해요. ‘성혜의 나라’의 승완(강두)이가 허허실실 철없는 모습을 보이는데, 상황이 힘드니까 본인만큼은 심각하지 않으려고. 웃음으로 해소하거든요.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무리해서 몇 년의 차이를 채워야 하나?’ 싶지만 사실 그럴 용기도 없거든요”

단숨에 빠르게 가기보다 조금 늦어도 천천히 가기를 선택한 송지인은 영화 ‘성혜의 나라’ 이후 독립영화가 갖는 매력에 푹 빠졌다. 독립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뿌리를 내리고 싶어하는 송지인은 ‘좋은 연기자’로 성장하고 싶은 좋은 욕심을 내보이기도 했다.

“‘성혜의 나라’와 같은 작품들을 조금 더 해보고 싶어요. 연기하는 재미도 있지만, 다 함께 작품을 만든다는 느낌도 있거든요. 배우로서 잘 성장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제가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깊게 뿌리를 내리고 발전하면요. 그래서 독립 영화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영화 '성혜의 나라' 배우 송지인 / 톱스타뉴스 정송이 기자
영화 '성혜의 나라' 배우 송지인 / 톱스타뉴스 정송이 기자

송지인은 영화 ‘성혜의 나라’로 이전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주던 얼굴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독립영화에 대한 도전 의지를 보여준 송지인은 성숙하고 성실한 배우의 삶을 꿈꾸기도 했다.

“성실한 배우이고 싶어요. 역할의 크기에 상관없이 작품을 많이 하고 싶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인간 송지인’으로는 나이에 맞는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어요”

송지인은 2008년 데뷔 이후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조바심이 날 때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연기자’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영화 ‘성혜의 나라’는 송지인이 걸어온 정직한 길의 증명과도 같은 작품이다.

배우 송지인의 첫 스크린 주연작 ‘성혜의 나라’는 정형석 감독의 작품으로 지난달 30일 정식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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