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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 폐렴 확진자의 슬픈 '안네의 일기'…"우리를 구할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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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유혜지 기자) 중국 우한에서 살고 있는 여성의 일기가 국내 네티즌 사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 우한 어느 여성(소항)의 일기 전문'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우한에 있는 어느 여성, 닉네임 샤오항의 웨이보가 일기처럼 전해지고 있다. 2월 9일로 끝난 이 메시지의 묶음은 현재로선 계정을 찾을 수 없다"며 "물론 국내 뉴스에도 보도가 되었지만 그 짧은 뉴스로는 이 메시지들이 왜 화제가 되었는지 알기 어려워 전문을 번역했다. 하루 빨리 이 사태가 사그러들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글을 작성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환자 받을 준비하는 우한 임시병원 의료진. 중국 의료진이 14일 옥외 스포츠센터를 개조한 후베이성 우한의 쟝샤 임시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총 400개의 병상을 갖춘 쟝샤 임시병원에는 코로나19 경증 환자들이 수용될 예정이다. / 연합뉴스
환자 받을 준비하는 우한 임시병원 의료진. 중국 의료진이 14일 옥외 스포츠센터를 개조한 후베이성 우한의 쟝샤 임시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총 400개의 병상을 갖춘 쟝샤 임시병원에는 코로나19 경증 환자들이 수용될 예정이다. / 연합뉴스

번역된 일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샤오항은 지난해 12월 21일 첫 일기를 작성했다. 그는 "여행에서 돌아와 내가 심어두었떤 토마토가 하나 익어있는 걸 발견했다. 주머니에 넣고 본가에 있는 엄마 아빠에게 맛보여드리려 했다. 집에는 엄마만 있었다. 나는 보물이라도 바치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꺼내 엄마에게 보여 드렸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뭐니? 네가 심었어? 됐다. 나 독살 당하기 싫다고"라며 거절했다.

바이러스와 관련된 본격적인 내용은 1월 19일부터 시작된다. 그는 "하이난 해산물시장에서 채 5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으로서 갑자기 조금씩 약간은 긴장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적었다. 이후 20일 "어제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했는데 그냥 보통 마스크밖에 없어서 짜증나 포기해 버렸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선 보통 마스크라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다시 갔다. 하지만 이미 없었다"며 21일 "어제 약국에서 우선은 65위안짜리 보통 마스크를 사고 오늘은 타오바오에서 400위안짜리 마스크를 주문했다. 오후에는 광구에 있는 친구가 약국에 마스크가 아직 있다고 해서 결국 밤에 강 건너까지 찾아가 360위안짜리 마스크를 더 샀다. 평소라면 정말 이런 일들을 멸시했을 거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이다. 엄마가 열이 난다"고 말했다.

샤오항은 23일 "도시가 닫혔다. 너무 무섭다. 누가 우릴 구해줄 수 있을까. 엄마는 갈수록 안 좋아진다"며 두려움에 떨었다. 이후 "무슨 희망이 보인다고 말씀 드리기 어렵다. 보건 역량이 딸리고 병원에서도 제대로 대처방안을 내놓기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요. 병원에서 경로를 알 수 없는 병균에 옮느니, 집이 어쩌면 더 안전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바라는 건 의학을 아는 분이 계셔서, 집에서 어떤 약을 쓰면 좋은지 가르쳐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병원에서 처방하는 거는 오셀타미비어(항바이러스제), 연화청온(감기약) 정도였어요"라며 자신의 일기를 리트윗 해준 이들에게 전했다.

결국 28일 샤오항의 어머니는 사망했다. 이후 2월 2일 "아빠를 입원시켰다. 아빠는 병실에서 악쓰듯 나를 쫓아내며 다시 오지 말라고 한다"고 적었다. 이후 6일 "병원에서 아빠 간호하며 무수한 전화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희망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절망만 더해 갔다. 됐다. 우리를 구할 사람은 없다. 아빠, 불쌍한 우리 아빠. 방법이 없다"고 좌절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7일 샤오항은 "호흡곤란은 죽음의 길로써는 너무나 잔인하다. 엄마 이젠 아빠를 데려가 줘요. 하늘에서 마음껏 숨쉴 수 있도록. 저는 걱정 마세요. 오늘 아빠에게 말했어요. 꼭 제 모습을 제 목소리를 기억해 달라고"라고 적었다. 결국 8일 샤오항 본인도 코로나19에 노출됐음을 밝혔다.

그는 "어제 갑자기 전신에 힘이 없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정신이 멍해 그저 자고 싶었다. 저는 살고 싶다. 누가 살고 싶지 않겠나. 아빠 엄마가 떠날 때 마치 마음에 박힌 화살들도 다 뽑혀나간 느낌이었다. 제가 가진 두려움과 무력감도 함께. 저는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마지막 2월 9일 날짜에서 그는 "이 병은 너무나 무섭다. 사람들은 고립된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못한다. 그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 가장 친한 사람의 손조차 잡고 있을 수 없고, 포옹 하나조차 얻지 못한다. 이런 두려움 속에서 외부의 정신적 도움은 모두 구원이 되질 못한다. 오직 자신만이 맞서고, 타협하고, 그리고 자신만이 극복해내야 한다"고 마무리 했다.

이 글을 끝으로 샤오항의 글은 올라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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