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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 '시체포대' 고발한 '제2의 천추실' 시민기자 '팡빈' 실종 (종합)

  • 장영권 기자
  • 승인 2020.02.1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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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권 기자] '우한폐렴'의 실태를 영상으로 고발해온 중국의 시민기자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있다. 천추스(천추실) 기자에 이어 두번째 시민기자 실종이 발생한 것.

중국 당국이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각종 콘텐츠의 검열을 강화하는 가운데 우한에서 활동하던 시민기자가 갑자기 사라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일부터 연락이 두절된 저명 비디오 블로거 천추스(천추실) 기자에 이어 지역 의류판매업자인 팡빈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15일 보도했다.

이들은 우한의 병원 밖에 늘어선 긴 줄, 쇠약해진 환자들, 괴로워하는 친척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찍은 영상 수십 편을 올린 뒤 실종됐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을 보도해 이미 시민기자로 명성이 높았던 천추스(천추실) 기자와 달리 팡빈은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의류업자에 불과했다. 이전까지 그의 유튜브 계정은 대부분 중국 전통의상에 관한 영상으로 채워졌다.

사라진 시민기자 '팡빈'-천추실
사라진 시민기자 '팡빈'-천추실

그랬던 팡빈은 우한의 한 병원 밖에 주차된 베이지색 승합차의 살짝 열린 문틈으로 시신을 담은 포대가 8개 놓인 것을 포착한 40분짜리 영상으로 인터넷에서 유명해졌다. 그는 당시 영상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괴로워했다.

그의 영상은 자막을 넣는 등 잘 편집한 천추스(천추실) 기자의 비디오에 비해 매끄럽진 않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저항적으로 바뀌는 모습은 천추스(천추실) 기자와 비슷했다고 NYT는 분석했다.

지난 2일 영상에서 팡빈은 당국이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를 압수하고 시신 포대 영상을 찍은 경위를 심문했다고 했다. 4일에는 자신에게 질문을 하겠다며 찾아와 집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을 촬영했는데, 그가 요구에 응하지 않자 그들은 그의 집문을 부쉈다.

9일 찍은 마지막 영상들에서 그는 중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노골적인 정치 메시지를 던졌다. NYT에 따르면 한 영상에서 팡빈은 자신이 사복경찰들에 둘러싸였다면서 "권력욕", "독재" 등을 맹비난했다. 이어 12초에 불과한 최후의 영상에서 그는 "모든 시민이 저항한다. 인민에 권력을 돌려주라"라고 적힌 종이를 펼쳐보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천추스(천추실) 기자와 팡빈의 영상 저널리즘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일반 중국인들 사이의 불만을 나타내는 징후이지만, 이들의 실종은 집권 공산당이 언론의 자유에 대한 통제를 풀어줄 의사가 전혀 없음을 잘 보여준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3일 "신종코로나는 정치·사회적 안정과 직결된 문제"라며 "간부들은 온라인 매체를 철저히 통제하고 여론을 이끌어 신종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인권단체인 '중국인권수호자'(CHRD)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350명 이상이 코로나19와 관련해 "헛소문을 퍼뜨린 죄"로 처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중국 관영매체들은 시 주석의 지도력을 강조하고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애국심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현재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 온라인에서는 천추스(천추실) 기자와 팡빈의 이름이 거의 검색되지 않을 정도로 신속히 삭제된 상태지만, 이들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미국의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 소속 중국 미디어 전문가인 세라 쿡은 NYT에 중국 당국이 최근 코로나19 확진 기준을 완화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 이들의 영향력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쿡은 "이처럼 매우 용감한 개인들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저항하고, 정부를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팡빈'에 앞서 실종된 시민기자 천추스(천추실) 기자(34)는 지난 6일부터 실종 상태라고 CNN방송이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천추스(천추실) 기자의 가족은 그가 격리됐다는 당국의 통보를 받았으나 언제 어디로 격리된 것인지는 모르는 상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괴담 유포자로 몰렸던 의사 리원량이 지난 7일 세상을 떠난 가운데 우한 지역 실태 고발을 주저하지 않았던 동갑내기 시민기자의 행방도 불분명해진 것이다.

이날 CNN방송 보도에 따르면 우한에서 비판적 보도를 이어온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천추실) 기자가 지난 6일 저녁부터 연락이 끊겼다.

안전을 염려한 친구들과 가족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천추스(천추실) 기자에게 연락을 취해왔는데 천추스(천추실) 기자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다.

중국 동북부 칭다오 지역 출신인 천추스(천추실) 기자는 우한에 봉쇄령이 내려진 다음날인 1월 24일 도착했으며 병원과 장례식장, 임시 격리병동 등을 돌아보고 촬영한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 우한의 암울한 실상을 부지런히 알렸다.

가족에게는 천추스(천추실) 기자가 강제 격리에 들어갔다는 경찰의 통보가 왔다. 그러나 언제 어디로 격리된 것인지 등 자세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구는 천추스(천추실) 기자의 트위터 계정에 천추스(천추실) 기자 모친의 영상 메시지를 올렸다. 천추스(천추실) 기자는 당국에 끌려갈 경우를 대비해 자신의 트위터에 로그인할 수 있는 계정 정보를 이 친구에게 남겼다고 한다.

게시된 영상 메시지에서 천추스(천추실) 기자의 모친은 "온라인의 모든 분, 특히 우한의 친구들에게 아들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한다"고 호소했다.

천추스(천추실) 기자의 친구이자 유명 무술인인 쉬샤오둥은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통해 "천추스(천추실) 기자가 격리라는 이름으로 구금됐다고 당국이 부모에게 알려왔으며 천추스(천추실) 기자의 모친이 '언제 어디로 간 것이냐'고 물었으나 답변을 거부했다"고 알렸다.

천추스(천추실) 기자의 트위터 계정 정보를 받아뒀던 친구는 "우리는 그의 안전이 걱정되고 실종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된다"고 CNN에 말했다.

앞서 의사 리원량의 사망으로 거센 분노와 비판이 인 상황에서 천추스(천추실) 기자의 실종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고 CNN은 전했다.

한 이용자는 "정부가 천추스(천추실) 기자를 공평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또다른 리원량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CNN방송은 천추스(천추실) 기자를 리원량과 함께 '진실의 수호자'라고 치켜세우며 천추스(천추실) 기자가 우한에서 올린 영상 등을 토대로 그간의 활약을 상세히 소개했다.

천추스(천추실) 기자는 우한에 도착한 날 "나는 이전에 내가 시민기자라고 밝혔다. 만약 재앙이 있는 전선으로 달려가지 않는다면 내가 무슨 기자겠냐"라고 말하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여기 있는 동안 루머를 퍼뜨리지 않고 공포나 패닉을 조장하지 않겠다. 그러나 진실을 덮지도 않겠다"고 강조했다.

CNN방송은 천추스(천추실) 기자가 그 이후 우한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알고 싶어 하는 많은 외부인에게 눈과 귀가 되어주었다면서 그의 카메라가 신종코로나로 인한 고통과 절망을 가감 없이 찍었다고 전했다.

고열로 고생하며 입원하려고 며칠을 기다리다 병원 밖에서 쓰러진 사람, 늘어선 임시 병상에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누운 환자들 같이 신종코로나의 확산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했다는 것이다.

천추스(천추실) 기자는 1월 30일 올린 영상에서는 "무섭다. 내 앞에는 바이러스가 있고 내 뒤에는 공안이 있다"며 두려움을 토로한 뒤 "살아있는 한 여기서 보도를 계속할 것이다. 죽는 게 두렵지 않다. 내가 왜 공산당을 두려워해야 하나"라고 했다.

그는 칭다오에 있는 부모가 이미 당국의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도 했다.

천추스(천추실) 기자는 지난해 8월에는 홍콩에서 격화한 민주화 요구 시위를 보도하러 현장을 찾았으며 폭도들의 시위라는 중국 당국의 설명과는 달리 대부분 평화적으로 시위가 진행됐다는 영상을 웨이보에 올렸다.

그의 홍콩행은 당국의 호출로 급작스럽게 종료됐으며 중국에 돌아와서는 여러 부처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고 그는 이후 올린 영상에서 주장했다.

뒤이어 74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천추스(천추실) 기자의 웨이보 계정이 삭제됐다. 그러나 천추스(천추실) 기자는 작년 10월초 유튜브 영상으로 통해 그의 '컴백'을 알리며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10월 올린 영상에서는 "표현의 자유는 중국 헌법 35조에 명시된 기본적 시민의 권리"라며 "압박과 방해를 만나더라도 옳은 일이기 때문에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신종코로나 확산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괴담 유포자로 지목됐던 의사 리원량이 해당 바이러스 감염으로 투병하다 지난 7일 세상을 떠나 거센 분노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천추스(천추실) 기자가 당국의 조치로 '침묵'하게 된 상황이 확인되면 중국 내 분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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