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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진보진영 선거본부 시절 심각한 성폭력 있었다"…대학교수 성추행 의혹도 주장

  • 김명수 기자
  • 승인 2020.02.1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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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기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시인 최영미가 오랫동안 논란이 된 시집 '돼지들에게'에 나오는 수많은 '돼지들' 중 시집을 내도록 계기를 제공한 대표적인 '돼지'가 누구였는지 털어놨다.

11일 마포구 한 카페에서 시집 '돼지들에게'(이미출판사) 개정증보판 출간을 기념해 연 기자 간담회에서다.

'돼지'의 실명을 밝힌 건 아니지만 해당 인물의 신상을 어느 정도 설명했다. 2005년 초판을 낸 이후 '돼지'가 도대체 누구인지를 놓고 문단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계속된 지 약 15년 만이어서 주목된다.

최영미는 간담회에서 "2005년, 그 전쯤에 어떤 문화예술계 사람을 만났다. 그가 시 '돼지들에게'의 모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인물을 "문화예술계에서 권력이 있고 한 자리를 차지한 인사", "승용차와 기사가 딸린 차를 타고 온 사람" 등으로 묘사했다.

최영미 시인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돼지들에게'개정증보판 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영미 시인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돼지들에게'개정증보판 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시 이 인사를 만난 시기는 2004년께로, "성희롱까지는 아니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이 담긴 말"을 듣고 매우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고 한다. 이밖에 약간 더 자세한 설명이 있었으나 보도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최영미는 "그를 만나고서 개운치 않은 기분이어서 며칠 동안 기분이 안 좋았다. 불러내고서 뭔가 기대하는 듯한, 나한테 진주를 기대하는 듯한…"이라며 "'돼지에게 진주를 주지 마라'는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또 "그 사람은 이런 시를 쓰도록 동기를 제공한 사람이고, 첫 문장을 쓰게 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운동권 출신 최영미는 그를 유명하게 한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운동권의 당시 몰락과 새로운 출발을 향한 다짐을 상징했다면, 세 번째 시집 '돼지들에게'를 통해 이른바 '진보의 위선'을 고발한 바 있다.

"그는 원래 평범한 돼지였다/감방에서 한 이십 년 썩은 뒤에/그는 여우가 되었다//그는 워낙 작고 소심한 돼지였는데/어느 화창한 봄날, 감옥을 나온 뒤/사람들이 그를 높이 쳐다보면서/어떻게 그 긴 겨울을 견디었냐고 우러러보면서/하루가 다르게 키가 커졌다//(중략)//냄새나는 돼지 중의 돼지를/하늘에서 내려온 선비로 모시며//언제까지나 사람들은 그를 찬미하고 또 찬미하리라./앞으로도 이 나라는 그를 닮은 여우들 차지라는/오래된 역설이…… 나는 슬프다." (시 '돼지의 변신' 일부)

최영미는 1987년 대통령선거 기간 이른바 진보 단일후보였던 백기완 후보 캠프에서 활동할 당시 많은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고도 폭로했다.

그는 "그때 당한 성추행 말도 못한다"면서 "선거철에 합숙하면서 24시간 일한다. 한 방에 스무명씩 겹쳐서 자는데, 굉장히 불쾌하게 옷 속에 손이 들어왔었다"고 전했다. 또 "나에게뿐만 아니라 그 단체 안에서 심각한 성폭력이 있었다"면서 "학생 출신 외에 노동자 출신 등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 다 봤고, 회의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런 성폭력을 '선배 언니'에게 상담했지만, 그 '언니'는 "네가 운동을 계속하려면 이것보다 더 심한 일도 참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영미는 "한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어느 교수"와 술자리를 갖고 택시를 함께 탔을 때 자신을 "계속 만지고 더듬고 했던" 일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착한 여자의 역습', '자격' 등 신작 시 3편을 추가했다.

신작 시 중 'ㅊ'은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대상인 고은 시인과의 소송과 연관이 없지 않아 원래 시에서 제목 등이 바뀌었다고 한다. 최영미는 "(소송이) 다 끝났지만, 상대측을 자극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밖에 최영미는 최근 이상문학상 거부 사태에 대해 "뿌듯하다. 미투가 없었다면 그게 가능했을까"라고 소감을 밝혔다.

"문단이 정말 깨기 힘든 곳인데, 여성 작가들이 용기를 내서 문제를 제기했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이었고, '세상이 조금은 변화하는구나, 약간은 발언하기 편하도록 균열을 냈구나, 내 인생이 허망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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