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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정우성, 정상에 얽매이지 않는 배우의 품격 (종합)

  • 이창규 기자
  • 승인 2020.02.0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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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규 기자] 배우 정우성이 새 작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돌아왔다. 자타가 공인하는 꽃미남 배우는 진지하게 작품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개봉을 앞두고 정우성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정우성은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며 한탕을 노리는 태영 역을 맡았다.

정우성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의 개봉이 연기된 것에 대해서 정우성은 “모든 영화가 개봉하는 순간과 동시에 영화가 갖는 시대적 상황, 분위기에 따라 운명이 결정지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을 통해 계속해서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는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정우성은 시나리오를 보고 돈가방 앞에 놓인 인간들의 욕망이 아닌, 사람들의 사연에 밀도를 두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삶 속에서 선과 악이라는 건 순간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의 삶을 볼 때 연민을 느끼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선택에 대한 사회적, 도덕적 책임은 본인이 져야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 인간적인 연민의 시선을 놓으면 안 된다”며 “그런 시선이 있어야 사회와 인간과의 관계,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함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치관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제도 안에서 살지 않았던 사람이지 않나. 혼자 어린 시절에 세상을 뛰쳐나와서 맨몸으로 부딪히고, 세상 안에서 나를 찾으려고 했고 관계를 형성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막연한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 막연한 걸음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운이 좋아서 배우가 됐는데, 그 성공이 당연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정우성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정우성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또한 “그렇기 때문에 감사하고,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사람들의 사는 일면을 볼 때 동료로서 내가 받는 혜택만큼 정당한 혜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이 흘러왔던 거 같다. 기회의 나눔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것들을 조금씩 실천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혹시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 태영을 연기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저는 데뷔 초부터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커다란 수식어를 얻었다. 그 수식어는 저라는 사람의 확장을 옥죄는 규정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벗어나서 자유로운 내가 갈구하는 감정의 표현을 하고 싶었다. 비단 이번 작품 뿐 아니라, 제가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다양한 사람의 모습을 연기하고 싶은 배우의 바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극 중 붕어(박지현 분)와의 장면에서 애드리브를 했었다는 정우성은 평소에 실없는 소리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게 생각 없이 버리는 소리라기보다는 진지함을 갖고 있을 때 버리는 소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 진지한 걸 좋아한다. 모두 다 조금씩 진지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사람들이 진지함을 낯간지러워하지 않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갑자기 10초 이상 정적이 흐를 때가 있는데, 그런 침묵의 순간도 서로를 느끼는 굉장히 중요한 서로를 차분히 관찰할 수 있는 커다란 소리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정우성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정우성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본인의 장편영화 데뷔작인 ‘보호자’의 촬영을 앞둔 그는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을 펼쳐보이는 건데, 제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입증해야 하는 입장이라 부담”이라면서 “액션 영화의 구성을 띄고 있는데, 한 줄로 요약하긴 힘들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레퍼런스로 삼고 있는 작품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한 그는 “연출부나 제작팀이 레퍼런스 영화를 달라고 하는데, 시나리오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설명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제 안에는 인상이 남아있는 작품이 많은데, 그걸 제 시나리오 안에 잘 버무리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혹시 연출을 준비하면서 연기를 대하는 시각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는 “그게 한 순간에 되지는 않지 않나. (웃음) 그렇게 시각이 넓게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고민들은 오랫동안 그런 자세들을 갖고, 사례들을 갖고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작을 하면 지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그는 “아직은 안 지친다. 캐릭터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다른 캐릭터로 치유 받는 것 같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다른 사람으로 치유 받는 것처럼”이라며 “비워낸다고 비워지지 않는 것도 있고, 쉽게 비워지는 것도 있다. 또 굳이 버리려고 노력도 안 한다. 미련하고 집착할 필요도 없지만, 다 버릴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정우성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정우성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그럼 도대체 평소에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일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정우성은 “1~2분이라도 멍 때리고 있는다. 그런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생각하는 것도 쉬어야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워커홀릭임을 인정했다.

끝으로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정우성은 “극장에서 나오면 끝나는 영화가 있고, 극장을 나오고도 이어지는 영화가 있다.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상황에 대해 조명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캐릭터들의 상황과 입장에서 스스로를 대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객들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인해 개봉일이 연기되었고, 개봉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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