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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정직한 후보’ 라미란에 의한, 라미란을 위한 정직한 코미디 탄생   

  • 임라라 기자
  • 승인 2020.01.2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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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라라 기자] 해당 리뷰는 일정 수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줄평: 역시 라미란, 믿고 보는 코미디 여제가 던진 정직한 한 방  

이번에도 라미란이 해냈다.

지난해 영화 걸캅스를 통해서 연기 인생 첫 영화 주연을 맡았던 라미란이 ‘정직한 후보’를 통해 또 한 번 스크린에 발을 디뎠다.

영화는 브라질 동명의 원작과는 다르게 주인공은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으며, 이외에 한국 정치 실정에 맞게 디테일을 바꿨다. 장유정 감독은 주인공의 성별을 바꾼 이유를 “라미란이기 때문”라고 할 만큼 배우의 힘이 무엇보다 컸던 작품이다. 

그만큼 배우 스스로의 자신감도 컸다. 라미란은 지난 28일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무기, 코미디를 선택해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그 확신만큼 영화 또한 믿고 보는 라미란의 힘을 입증하기 충분했다.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컷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컷

라미란은 할머니의 보험 사기를 고발하며 정치계에 입문했지만 어느덧 3선, 정직 대신 거짓말이 더 쉬워진 주상숙 역을 맡았다. 주상숙은 소박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위해 위장 아파트와 고가의 주택을 매일 같이 ‘미션 임파서블’ 하듯이 넘나든다. 검소한 바깥 생활과 집 안에서 화려한 명품 티셔츠를 입는 장면은 대비되며 현실을 재치 있게 비난한다. 

라미란은 국민들 앞에서는 신뢰 가득, 우아한 국회의원이지만 시어머니 앞에서는 작아지는 며느리, 또 할머니 앞에서는 어린 손녀로 분한다. 주상숙은 싫어도 좋은 척에 더 익숙하고, 백수 남편이 못마땅하지만 애써 웃으며 참고, 시어머니의 잔소리에는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랬던 그가 할머니 김옥희(나문희) 앞에서 투정 어린 표정을 짓는 장면은 라미란이란 배우가 가진 넓은 스펙트럼을 실감케 한다.

거짓이 더 쉬웠던 주상숙이 진실의 입을 가진 순간, 상황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입에 발렸던 “나는 국민의 일꾼이다”가 “국민은 나의 일꾼이다”로 변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통쾌하게 만든다. ‘위정자’ 국회의원을 유쾌하게 비꼴 뿐만 아니라, 답답한 고부 갈등까지 시원하게 해결하며 남녀노소 공감할 수 있는 전개를 만들었다.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컷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컷

자칫 신파로 빠질 수 있는 감동 포인트는 부담스럽지 않게 스며들었다. 아들의 원정 출산에 관한 장면과 할머니 김옥희와의 대화, 재단 비리 사건 등은 유쾌함과 감동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춰 사용됐다.  

라미란뿐만 아니라 김무열과 윤경호의 열연도 돋보였다. 윤경호는 라미란의 매서운 진실의 말을 듣고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리고, 돈을 달라며 아내에게 칭얼거리지만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없는 남편 봉만식을 완벽히 소화했다. 허세 가득하면서도, 순진한 면모로 극 중 감초 역할을 제대로 했다. 

그동안 작품에서 보기 힘들었던 코미디 변신을 시도했던 김무열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허당끼 넘치는 모습을 반복해 웃음을 유발한다.  김무열이 맡은 박희철은 가끔 과하다 할 정도로 주상숙을 보좌하면서도 가끔 “누나”라고 주상숙을 부르며 깊은 애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주상숙이 쏟아지는 진실의 입을 견딜 수 없을 땐 몸을 날려 그를 보호하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컷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컷

더불어 다른 조연들의 활약도 신선했다. 주상숙의 할머니 김옥희 여사 역의 나문희,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로 등장한 오만석, 피디 차윤경 역의 윤세아, 주상숙의 아들 봉은호 역의 장동주, 주상숙의 비리를 캐는 기자 김준영 역의 온주완 등 곳곳에 반가운 얼굴들이 있어 재미를 더한다. 

나문희는 역시 나문희다. 그는 변해버린 손녀가 미우면서도 안쓰럽고 사랑하는 할머니로 분해 감동을 전했다. 더불어 곳곳에서 그의 유쾌한 연기가 감동과 웃음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장치로 쓰였다. 

특히 장동주는 차가운 외모를 지녔지만 4차원적인 성격의 주상숙과 봉만식의 아들 봉은호 역을 잘 소화했다. 그가 엄마 주상숙과 티키타카 하는 장면은 모자 연기 호흡을 제대로 살려 웃음을 선사했다. 

영화에서 ‘거짓말을 못하는 정치인’보다 더욱 비현실적인 점은 여전히 순수함을 지닌 주상숙이란 인물이다. 스스로는 “더러워졌다”고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정직함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그가 원래도 ‘정직한 후보’였음을 보여준다.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컷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컷

반복되는 정치인의 거짓말 속 커지는 대중들의 피로도, ‘정직한 후보’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오라는 유쾌한 한방을 날린다. 

영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가장 쉬웠던 3선 국회의원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거짓말을 할 수 없는 판타지를 다루며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장동주 등이 출연한다.

영화 ‘정직한 후보’는 2월 12일 전국 상영관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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