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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남산의 부장들’ 배우 이병헌, 김규평으로 재탄생한 연기 달인 (종합)

  • 이은혜 기자
  • 승인 2020.01.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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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기자] 말 그대로 ‘미친 연기’다. 이병헌은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거대한 이야기를 완벽하게 이끌었다. 제대로 숨 쉴 틈, 한눈팔 잠깐의 틈도 주지 않는 촘촘한 연기로 다시 한번 관객들을 홀릴 준비를 마쳤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남산의 부장들’ 속 김규평으로 변신한 배우 이병헌을 만났다.

이병헌 / BH엔터테인먼트
이병헌 / BH엔터테인먼트

배우 이병헌은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김규평 역을 연기했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는 실존 인물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 부장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영화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의 주요 상황들과 대사들은 감독님, 모든 스태프가 그 당시 증언 등을 고증해서 만들었어요. 우리가 아는 말들도 많이 나올 거에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어려운 점은, 개인적인 생각을 넣을 수 없어요.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심리와 감정 상태를 내가 온전히 이해해야 대사로 나오고, 표정으로 나오거든요. 그런 것들이 좀 힘들었죠”

이병헌은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탄생한 캐릭터 연기를 위해 긴 시간의 테이블 작업을 거쳤다. 10.26 사태를 다룬 ‘그때 그 사람들’ 등의 영화를 참고하지는 않았지만, 옛날 뉴스와 다큐멘터리, 사건 당시 증언들, 그 당시 직간접적으로 함게 일했던 사람들 혹은 주변 인물들에게 조언을 듣기도 했다.

이병헌 / BH엔터테인먼트
이병헌 / BH엔터테인먼트

다양한 자료 조사를 통해 만들어진 김규평은 감정의 절제가 돋보이는 캐릭터가 됐다. 절제미 넘치는 감정들은 클로즈업, 익스트림 클로즈업 신에서 더욱 빛났다.

“극단적 클로즈업이 많아요. ‘달콤한 인생’도 그렇고, 그 미묘한 감정을 전달해야 해서요. 그런 극단적인 클로즈업들이 배우에게는 어떤 고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법 같은 순간이 되기도 해요. 클로즈업에서 감정만 충만하게 가슴 속에 품고 있다면, 그 감정을 관객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마법 같은 순간들이 있어요. ‘내가 감정을 갖고 있으면 전달 될거야’하는 믿음으로 연기했어요”

배우 이병헌은 이번 작품에 출연하며 70년대 후반에 맞게 이미지를 바꾸기도 했다. 어딘가 촌스러운 느낌의 슈트와 포마드를 바른 헤어스타일, 각진 뿔테 안경 등은 당시 시대와 캐릭터의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촬영 시작 전에, 너무 옛날 스타일로 배우가 분장을 하면 ‘피식’하고 웃음이 날 수도 있잖아요. 또 감독님과 이야기한 부분이 저는 외적인 싱크는 헤어스타일과 안경으로만 가자고 했어요. 어차피 이름도 다르니까. 그렇지만 ‘누군가 웃으면 어쩌나’하는 걱정은 있었죠”

이병헌 / BH엔터테인먼트
이병헌 / BH엔터테인먼트

‘남산의 부장들’에서 이병헌은 포마드 스타일의 머리를 계속해서 만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캐릭터의 습관처럼 굳어져 있는 행동은 그가 불안하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더욱 돋보인다. 이런 행동은 캐릭터 심리를 외적으로 표출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실존 인물의 자료를 보면서 참고했어요. 실제 법정 사진을 보면, 늘 포마드로 깔끔하게 머리를 하고 다니던 사람이 수감 생활하면서 머리 관리를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떨어져 내리는 머리카락들.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느낌들이 있어서 참고가 됐죠. 그런 것들이 곽실장(이희준)과 한바탕 하고 나거나, 고문실에 급하게 내려가서 사람을 대면할 때. 한 올이라도 내려 온 머리카락을 안 올리면 안 되는, 아주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느낌을 보여줄 때. 감정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병헌 / BH엔터테인먼트
이병헌 / BH엔터테인먼트

‘남산의 부장들’을 시시각각 변화하는 김규평의 심리를 따라가는 영화다. 동시에 두 개의 롱테이크 신을 보여주며 고도의 긴장감을 유지하기도 한다. 작품 안 흐름을 따라가며 연기를 해야하는 배우에게는 심리적, 신체적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항상 촬영을 하면서, 큰 시퀀스를 나눠서 며칠 동안 찍을 때는 감정을 고점에 맞춰 놓고 연결을 해야해요. 그게 힘들죠. 감정 상태를 올려 놓지 못하면, ‘갑자기 왜 웃고 있지?’, ‘갑자기 왜 기분이 좋아졌지?’처럼 튀는 상태가 돼요. 항상 그런 것들이 배우로서 늘 발버둥치는 지점인 것 같아요”

이병헌은 이번 작품에서 이성민, 이희준, 곽도원 등의 배우들과 함께 호흡했다.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배우들 모두 연기력으로는 모두 훌륭한 평가를 받고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이병헌은 곽도원과 김소진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곽도원 배우는 변주의 마법사 같아요. 자기 감정을 흐름에 맡기는 것 같아요. 제가 대본을 읽으면서 ‘이 신은 대충 이렇게 가겠구나’ 생각했는데, 다른 곳에서 터지고, 아니면 조용히 온다. 같이 호흡을 할 때 긴장감이 생겼어요. 저한테 어떤 순발력이 없으면 날아오는 공을 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이병헌 / BH엔터테인먼트
이병헌 / BH엔터테인먼트

“김소진 배우가 이 영화에서는 가공된 인물이에요. 대본을 읽으면서 제가 상상했던 캐릭터와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워싱턴 레스토랑 신이 김소진 배우와 첫 신이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고, 본인도 혼란스러워하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파리 장면 전체를 보니까, ‘아 저렇게 일관되게 캐릭터를 만들었구나’ 싶더라고요. 정말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촬영이 없을 때도 현장에 나와서 ‘선배님들 연기 어떻게 하나 보러 왔습니다’ 하더라고요. 열정이, 연기에 대한 욕심이 정말 대단한 배우인 것 같아요. 자기가 바르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놓치 않는 배우이기도 하고요”

배우 이병헌은 ‘남산의 부장들’에서 뛰어나다고 말하기에도 모자란 연기를 선보인다. 김규평이라는 인물 그 자체로 변신한 이병헌은 이 작품을 보게 될 관객들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이병헌 / BH엔터테인먼트
이병헌 / BH엔터테인먼트

“‘달콤한 인생’을 좋아하셨다면, 이 영화 ‘남산의 부장들’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1979년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 사건이 일어나기 40일 전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담아낸 ‘남산의 부장들’에는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등의 배우들이 출연해 열연했다.

우민호 감독의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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