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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감독이 그린 ‘어떤 역사’

  • 이은혜 기자
  • 승인 2020.01.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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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기자] 해당 리뷰는 일정 수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줄평: 적절한 균형이 갖는 힘, 역사 위에 세워진 우민호의 새로운 작품.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사다. 캐릭터의 이름만 다를 뿐 우리는 그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남산의 부장들’은 리듬감과 균형을 잃지 않고, 끝까지 힘 있는 전개를 이어간다.

영화는 친절한 편이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1979년 10월 26일 그날의 총성을 들려준다. 곧바로 1961년 5.16 군사 정변 이후 정권을 잡은 인물에 대한 기본 설명이 이어진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시간적 배경을 설명한 ‘남산의 부장들’은 10월 26일 40일 전의 미국 워싱턴을 조명한다. 이후에는 김규평(이병헌)이라는 인물이 가진 심리의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김규평 주변 인물인 박통(이성민). 박용각(곽도원), 곽상천(이희준)의 모습을 통해 인물관계 변화를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남산의 부장들’은 김규평과 박용각, 박통 세 인물을 이야기의 중앙에 배치한다. 이들의 관계는 갈등의 초석이자 김규평이라는 인물이 보이는 행동의 이유가 된다. 곽상천은 세 사람의 갈등을 더욱 깊게 만드는 인물로 사용된다.

영화는 철저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면서도 흑백 화면으로 과거 회상신을 연출하며 인물간의 관계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영화 '남산의 부장들'

‘남산의 부장들’의 중심 이야기는 ‘김규평은 왜 박통을 죽였는가’다. 작품은 철저히 김규평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박통과 곽상천의 시야나 생각은 배제된다. 이에 따라 관객들은 흔들림 없이 김규평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된다.

김규평을 연기한 이병헌은 더할 나위 없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는 시퀀스를 대사 한마디 없이 소화하는 점도 인상 깊다. 특히 얼굴을 클로즈업하거나 흔들리는 눈을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잡아낼 때 그가 처한 상황의 분위기가 제대로 스크린에 녹아들며 감탄을 자아낸다.

이성민과 곽도원, 이희준의 연기력도 만만찮다. 이성민은 실존 인물의 특징 중 하나인 귀 모양을 완벽하게 재현했고, 실존 인물의 의상을 제작했던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말투와 눈빛, 행동 역시 캐릭터에 완벽 동화됐다. 곽도원과 이희준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연기하며 실존 인물의 특징과 자신만의 해석이 녹아 있는 캐릭터를 완성해 보여준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러닝타임 내내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김규평과 곽상천은 서로를 향해 “왜 혁명을 했냐”고 묻는다. 이 질문은 김규평이 박통에게 던지는 마지막 물음과도 같다.

“혁명을 왜 했는가”라는 대사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유효한 질문으로 남는다. 그들이 말하는 ‘혁명’이 오늘날 대한민국에 어떤 흔적을 남겨 놓았는지 곱씹게 된다. 그리고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가, 나라다운 나라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 속 ‘그들의 각하’는 혁명의 배신자라는 이름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를 죽인 인물은 권력의 부역자로 기록됐다. 그리고 어떤 인물은 신군부 세력으로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고, 새로운 독재 정권의 문을 열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영화는 어떤 인물도 선하거나 정의로운 인물로 남기지 않는다. 다만, 전두환과 김재규의 실제 음성을 남기며 관객들에게 판단을 맡긴다. 끝까지 균형을 유지하는데 힘을 더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적절히 균형 잡힌 이야기가 갖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하는 ‘남산의 부장들’은 10.26 사태 이전 40일 동안 일어난 일을 담아낸 영화다. 우민호 감독이 선보이는 ‘욕망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남산의 부장들’에는 이병헌, 이성민, 이희준, 곽도원, 김소진 등의 배우가 출연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이달 22일 전국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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