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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해치지않아’ 손재곤 감독, 깜찍한 상상력과 함께 돌아온 서스펜스 코미디 장인 (종합)

  • 이은혜 기자
  • 승인 2020.01.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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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기자] 웹툰의 상상력이 스크린에 펼쳐지는 순간 느껴지는 짜릿함이 있다. 보다 다양한 이야기, 색다른 시도가 담기기 때문이다.

손재곤 감독은 웹툰 원작의 영화 ‘해치지않아’를 통해 약 1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동시에 깜찍한 상상력이 더해진 원작을 스크린 화면 안에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해치지않아’ 손재곤 감독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손재곤 감독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재곤 감독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해치지않아’는 Hun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동물 없는 동물원’이라는 큰 주제 아래 사람들이 동물 탈을 쓰고 동물인척 할 수밖에 없는 웃기고 슬픈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원작 작가님과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얼마든지 각색해도 좋다고 했어요. 그렇지만 원작에 충실하게 각색해야 하는 것이 원작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어요. 시사회 끝난 뒤 작가님이 ‘내가 구축한 세계 내에서 이런 식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걸 확인해서 좋았다’고 해주셨어요. 굉장히 기뻤죠. 원작자가 좋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으니까요”

사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웹툰’이 강력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 웹드라마 등 재탄생하는 경우도 더욱 많아지고 있다.

“저는 웹툰의 영상화 시도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요. 성공 사례들도 있잖아요. 실패는 오리지널 대본들도 마찬가지죠. 한국 영화계는 오리지널 대본 비중이 유독 높아요. 나쁘지 않죠. 그런데 영화 산업적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출발을 할 수 있는 저변, 근본이 있으면 좋잖아요. 미국 영화계는 코믹스 뿐 아니라 장르 소설 기반으로 작품들이 많아 제작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웹툰이 그 시장 확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손재곤 감독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재곤 감독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해치지않아’의 가장 중요한 인물은 태수(안재홍)다. 태수는 작품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인물로 성장하고 변화해가는 과정을 모두 보여주는 유일한 인물이다. 배우 안재홍은 친근한 느낌의 모습부터 어딘가 예민한 느낌이 있는 캐릭터 태수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안재홍 배우의 재미있고 친근한 이미지는 저희 영화에 당연히 필요했어요. 그런데 그 캐릭터가 처한 상황은 굉장히 절박하거든요. 예전에 홍상수 감독 작품에 출연했던 안재홍 배우가 예민하고 섬세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어요.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저 배우가 친근하고 재미있는 이미지는 장점인데, 그것 말고도 다른 것도 가지고 있을 수 있겠다’ 싶었죠”

손재곤 감독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재곤 감독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안재홍이 중심에 있는 인물이지만 그 혼자 작품을 이끌어가지는 않는다. 손재곤 감독은 안재홍 주변에 소원(강소라), 건욱(김성오), 해경(전여빈), 전임 원장(박영규)를 배치해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 가도록 했다.

다섯 사람은 성별과 나이, 경력 등을 모두 뛰어 넘는 뛰어난 앙상블을 보여줬다. 특히 손재권 감독은 강소라와 전여빈 두 배우들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저는 촬영하면서 스태프들에게 ‘배우들에게 친절을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해요. 배우는 그 신에 몰입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 준비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무뚝뚝해 보일 수도 있고, 예민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그 예민함을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지켜줘야 해요. 그런데 강소라 배우는 전체 팀과 스태프들을 모두 배려하려고 하더라고요. 연기할 때는 바로 몰입을 하고, 컷 소리가 나면 곧바로 밝은 자연인으로 돌아와요. 그런 강소라 씨의 모습이 고마웠고, 특별했어요. 전여빈 씨는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위해서 캐스팅했어요.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는 배우예요. ‘구해줘’에서 봤을 때,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봤을 때 다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해치지않아’를 스크린으로 옮겨오게 되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부분은 ‘동물 슈트’의 제작 문제였다. 일반적인 동물 탈이 아니라 작품을 보는 관객들을 납득시킬만한 퀄리티의 제품이 필요했다.

“‘웹툰에서는 가능하지만 실제도 가능할까?’ 이런 정신적인 결정 과정이 제일 힘들었어요. 제작도 물론 100% 장담 못했지만요. 이 정도 수준의 동물 슈트를 여러개 만드는 건 외국에서도 예시를 찾아보기 힘들어요. 모두가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마지막 오는 순간까지 알 수 없겠다’라는 생각으로 했어요. 어떤 동물을 일정 부분만 정교하게 만들고, 이면은 허술하게 만드는 설정들을 사용했어요. 고릴라는 사람 인체와 가장 유사해서 좋은 퀄리티가 나왔고요. 또 어떤 각도로 촬영하고, 어떤 사이즈로 보여줄지 등이 고려 대상이었죠”

손재곤 감독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재곤 감독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재곤 감독이 선보인 영화 ‘해치지않아’의 메인이 ‘동물이 없는 동물원’에서 동물인 척 하는 사람들’이라면 서브플롯은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다. 손재권 감독은 시사회 등 공식 석상에서 여러번 이번 작품에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해 왔다.

“이 작품 제안 받고, 요즘 상황에 동물원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 때 그 장소를 ‘동심’, ‘추억’, ‘교감의 장’ 이렇게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건 순진할 수밖에 없는 시각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영화를 만들려고 한 목적은 웃음이지만, 동물권 문제를 외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잠깐 공부한 지식으로 ‘동물원의 미래는 이렇게 돼야 한다’고 말하기 보다는 위회적으로 이야기를 했던 거죠”

실제로 ‘해치지않아’에 등장하는 실제 동물은 잠시 스치듯 지나가는 미어캣과 안재홍-강소라 대화 장면의 새들 정도다. 동물원 촬영은 동물들이 잠시 휴식을 위해 들어가면 진행됐다.

“촬영을 하면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래서 동물들과 제작진이 마주하는 상황은 최대한 줄이려고 했어요. 동물원 측도 그걸 원했고요. 저희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되잖아요”

손재곤 감독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재곤 감독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재곤 감독은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 속에서 코미디를 찾아내는 천부적인 감각을 가졌다. 이번 ‘해치지않아’ 역시 그런 특성들이 돋보이는 작품 중 하나다. 

‘동물원에 동물이 없고 동물 탈을 쓴 사람만 있다’는 메인 주제는 관객들에게 ‘이러다 들키면 어쩌나’라는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그러면서도 각 캐릭터들의 대사와 행동들이 웃음을 유발한다.

서스펜스 특징을 코미디로 녹여낸 손재권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해치지않아’를 통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영화는 이달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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