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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영화 ‘해치지 않아’ 웹툰 속 상상력이 스크린으로…드라마는 ‘약해요’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9.12.3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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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기자] 한줄평: 마음 훈훈해지는 이야기…드라마는 ‘글쎄요’

아무 의미 없는 것 같지만, 뒤돌아 생각나면 피식 웃음이 나는 유머. 그 유머 표현이 장점인 손재곤 감독이 새 작품으로 돌아왔다. 영화 ‘해치지 않아’다.

동명의 웹툰(작가 Hun)을 원작으로 하는 손재곤 감독의 ‘해치지 않아’는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김성오 전여빈이 동물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아냈다.

#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전여빈 김성오 그리고 한예리, 눈이 즐거운 배우들의 연기

영화 '해치지 않아'
영화 '해치지 않아'

영화 ‘해치지 않아’의 가장 큰 볼거리는 배우들의 연기다. 화려한 CG나 규모가 큰 액션신 등은 없다. 촬영 배경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원, 편의점, 높은 빌딩 정도가 전부다.

주변을 덜어낸 ‘해치지 않아’는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전여빈 김성오 주요 배역의 배우들에게 인간과 사람이라는 1인 2역 미션을 던졌다. 안재홍은 북극곰, 강소라는 사자, 박영규는 기린, 전여빈은 나무늘보, 김성오는 침팬지 분장을 하고 동물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동물 흉내를 내는 배우들은 북극곰, 사자, 나무늘보, 침팬지 등 각 인형 슈트에 맞는 몸동작과 행동 등을 보여준다. ‘북극곰이 콜라를 마신다’, ‘나무늘보가 나무에 매달리는 걸 힘겨워 한다’, ‘사자는 전신을 보이면 안 된다’ 등의 세부적 설정들도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면서도 배우들은 각자 연기한 ‘인간 캐릭터’의 매력도 잊지 않고 챙겨 나간다. 

영화 '해치지 않아'
영화 '해치지 않아'

태수 역의 안재홍은 정규직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 시대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을 스크린에 녹였다. 또, 한 인물의 심경 변화와 변화해가는 과정 등을 모두 보여주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다.

수의사 소원 역의 강소라는 동물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인물이자, 태수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인물이다. 또한 강소라는 거침없는 욕설과 어딘가 빈틈이 느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동물원의 전 원장으로 분한 박영규는 비슷한 대사를 이어가며 소소한 웃음을 더하지만, 중요한 순간 누구보다 묵직한 연기력을 자랑한다. 사육사를 연기한 김성오와 전여빈은 침팬지와 나무늘보의 사랑스러운 러브라인을 만들어내며 훈훈한 기운을 불어 넣는다.

이들 외에도 ‘해치지않아’에는 박혁권, 서현우, 장승조, 한예리, 김기천 등 연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들이 등장한다. 특히 락원그룹의 CEO 민상무로 등장하는 한예리는 다소 오버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독특한 설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최고의 신스틸러이자 히든 카드로 활약했다.

# ‘동물권’에 대한 메시지는 좋지만, 드라마는 약해요

영화 '해치지 않아'
영화 '해치지 않아'

지난 2006년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선보이며 데뷔한 손재곤 감독은 독특한 시각으로 주목 받았다. 이후 손 감독은 서스펜스 코미디 장르 ‘이층의 악당’을 선보이며 특유의 유머 코드를 선보였다.

이번 영화 ‘해치지 않아’에는 손재곤 감독의 재치가 빛나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비슷한 대사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캐릭터, ‘콜라를 마시는 북극곰’의 등장, 다소 부담스러운 외형의 동물 슈트를 입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청춘남녀의 모습, ‘북극곰은 사람을 찢어’와 같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주는 캐릭터들의 대사와 행동 등은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하는 장치들이다.

영화 ‘해치지 않아’에는 소소한 웃음을 더하는 장면들 뿐 아니라, 이 모든 사건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포괄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해치지 않아'
영화 '해치지 않아'

영화는 동물원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이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한다.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인간들에 의해 이리저리 옮겨지는 동물들의 모습이 담긴다. 또한 ‘해치지 않아’에서 가장 중요한 동물 캐릭터 중 하나로 등장하는 진짜 북극곰, 동산 파크의 마스코트 ‘까만코’는 좁은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에게 나타나는 정형행동을 보인다.

북극곰 까만코가 보여주는 정형행동은 안재홍, 강소라의 대사들을 통해 조금 더 구체화 된다. 또한 박영규는 “내가 마치 감옥에 있는 기분이었다”며 북극곰이 된 소감을 짤막하게 전한다. 이때 손재곤 감독은 동물 슈트를 입은 박영규의 시선으로 화면을 전환하며 관객들에게도 그 답답함을 전달해 ‘역지사지’의 심정을 느끼게 한다.

영화를 관통하는 숨은 메시지는 좋지만, ‘해치지 않아’를 아우르는 드라마는 강렬하지 않다. 각 캐릭터의 행동에 대한 서사가 부족하고, 결론이 애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 '해치지 않아'
영화 '해치지 않아'

가령, 주인공 태수가 대형 로펌의 정규직 변호사가 되려는 이유는 ‘학력 콤플렉스’, ‘로스쿨 출신’이라는 배경으로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그가 정규직 변호사 자리를 포기하면서까지 동산파크를 지켜내려고 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동산 파크를 지켜 나가는 직원 박영규, 강소라, 김성오, 전여빈의 모습 역시 단순히 ‘동물을 인간보다 사랑해서’라고만 그려질 뿐, 보다 설득력 있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배우들의 연기와 개인기가 캐릭터의 빈틈을 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영화 자체의 아쉬운 드라마가 지니는 한계성을 넘어서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1월 ‘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가 연속적으로 개봉한다. 이성민의 ‘미스터 주: 사라진 VIP’.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닥터 두리틀’ 그리고 안재홍 강소라 주연의 ‘해치지 않아’까지. 깜찍한 상상력과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력, 손재곤 감독의 재치 넘치는 연출력과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낸 ‘해치지 않아’가 1월 ‘동물 영화’의 홍수 속에 어떤 기록을 남기게 될지 주목된다. ‘해치지 않아’의 개봉일은 오는 1월 1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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