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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밝히는 작자들’ 허지웅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김원희·양세찬·유병재·정영주 공감 모은 비밀낭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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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장필구 기자) MBC ‘비밀 낭독회 - 밝히는 작자들’에서 배우 정영주와 허지웅 작가 등이 비밀을 공유해 화제다.

19일 MBC 파일럿 프로그램 ‘비밀 낭독회 - 밝히는 작자들’에서는 은밀한 일기 발표회가 펼쳐져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MBC ‘비밀 낭독회 - 밝히는 작자들’ 방송 캡처
MBC ‘비밀 낭독회 - 밝히는 작자들’ 방송 캡처

김원희·허지웅·양세찬·유병재 4MC에 윤대현 정신과 전문의가 가세한 해당 프로그램은 꽁꽁 숨겨놓았던 ‘나의 일기’ 속에서 감동부터 치부와 허세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색다른 포맷의 토크쇼다.

앞서 포문을 연 이는 ‘게르니카’라는 필명을 내세운 배우 정영주다. 실력파 배우 정영주는 드라마부터 예능까지 방송가에 떠오르는 인물로, 뮤지컬계에서는 데뷔 16년차의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다.

‘게르니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이며 피카소의 작품 이라고, 정영주는 설명했다. 극작과를 전공했음을 전하며, 배우 생활을 하다가 대본을 잘 분석하기 위해 극작 공부를 뒤늦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정영주는 지난 2008년에 쓴 글을 낭독했다. 뮤지컬 ‘메노포즈’ 공연 중에 성대가 파열했을 당시에 적은 글이다. 목소리가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배우 인생에 위기가 닥쳤었고,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 수술 후에도 4개월 동안 말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인 가운데, 썼던 일기라고 한다.

당시 절절했던 심정이 그대로 담겨있던 그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망치> - 2008년 11월 어느 날, 게르니카

목소리를 읽어버린 그 날로부터 4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TV는 혼자 떠들고 소파와 한 몸인 채로 먹는 둥, 마는 둥, 사는 둥, 죽은 둥.

“네 존재가 뭐얐나” 따위의 질문은 이미 사치였으며,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었던 건 세 알의 알약뿐.

신기한 건 그렇게 먹지 못함에도 절대 야위진 않았다. 되려 욕망적으로 보였다. 본능이 징그러웠다.

거울을 들여다본다. 몰골까진 아니어도 참 추레하다. 모든 것에 손을 놓아버린 바람 빠진 헛헛한 꼬라지. 

“세수 안 했지? 세수 안 했지? 눈곱 봐, 히히.” (아들)

이윽고 내 눈을 닦아낸 건 반만 젖은 행주. 물때에 말라비틀어져 모서리가 노오래진 헌내 나는 행주였다. 그 순간이었을 거다.

갈비뼈를 가르고 들어온 무명 손이 심장을 통째로 쥐어뜯는 근육통. 때문에! 눈을 들어 뜬다. 온 집안의 냄새가 일순간에 뇌를 친다. 썩고 있는 공간.

“내가 장난감 치웠어, 봐봐.”
“아들, 아들.”

빗지 않은 파마머리는 온통 엉겨 새집 짓고 코 밑에 허연 수염은 감기의 흔적일 테고 두 눈만 반짝거리며 말문 트인 엄마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여섯 해짜리 내 분신.

“어? 엄마, 이제 말해? 말해도 돼? 엄마?”

늦은 햇살이 창으로 들어 길게 누운 자리에, 그제서야 찬마루 바닥을 두 발로 디뎌 버텼다.

목잽이가 성대를 잃어 그 모든 걸 방치한 채, 방판한 채 죽어가던 늦은 가을.

행주로 못난 엄마의 눈곱을 떼어주던 아들을 그제야 제대로 마주한다. 그제서야 그 바둑알을 바라보았다.

“아들, 엄마랑 놀러 나갈까?”

MBC ‘비밀 낭독회 - 밝히는 작자들’ 방송 캡처
MBC ‘비밀 낭독회 - 밝히는 작자들’ 방송 캡처


허지웅 작가는 혈액암 투병 당시 쓴 글을 공개하며 힘든 시간을 그때의 감정을 시청자와 공유했다. 그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망했는데> - 돌아온 동네 형

망했는데.

세 번째 항암치료를 하고 나흘째 되는 날 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손이 부어서 물건을 집을 수 없고 손발 끝에선 더 이상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울 속엔 다른 사람이 있었고 하루종일 구역질을 하다가 화장실로 가는 길은 너무 높고 가팔랐다. 살기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알약 스물열덥 알을 억지로 삼키다 보면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이제 내가 정말 살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오늘밤은 제발 덜 아프기를 닥치는대로 아무에게나 빌며, 침대에 누우면 천장이 조금씩 내려앉았다.

나는 천장이 끝까지 내려와 내가 완전히 사라지는 상상을 했다. 그러면 기뻤다.

아픈 걸 참지 말고 그냥 입원을 할까?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병동에서는, 옆자리에서 사람이 죽어간다. 사람의 죽음에는 드라마가 없다. 더디고 부잡스럽고 무미건조하다.

얼마 전 그런 생각을 했다. 가장 힘들었던 그날 밤을 버티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는 왜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옆에 있어 달라고 말하지 못했나. 나는 언제나 뭐든 혼자 힘으로 고아처럼 살아남아 버텼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왔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

그런 인간은 도무지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인간은 오래 버틸 수 없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면. 삶으로 증명해내고 싶은 것이 있어도 증명해낼 수 없다.

나는 행복이 뭔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매대 위에 보기 좋게 진열해놓은 근사한 사진과 말 잔치가 행복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망했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을 오늘밤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으로 말해주고 싶다.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


참고로 김원희의 나이는 1972년생으로 48세다. 이날 ‘첫 작자’로 출연한 배우 정영주는 1971년생 49세로 한 살 더 많다. 허지웅 작가는 1979년생 41세, 양세찬은 1986년생 32세다, 유병재는 1988년생 32세다. 

MBC ‘비밀 낭독회 - 밝히는 작자들’ 방송 캡처
MBC ‘비밀 낭독회 - 밝히는 작자들’ 방송 캡처

MBC 힐링 토크쇼 ‘비밀 낭독회 - 밝히는 작자들’은 2부작으로 19일 밤 11시 5분에 1부를, 오는 20일 저녁 8시 30분에 2부를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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