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무비포커스] ‘백두산’, 화산 폭발과 함께 재난 영화의 재미는 날아가고 신파와 배우들 연기만 남다

  • 이창규 기자
  • 승인 2019.12.19 06:00
  • 댓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창규 기자] *본 리뷰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줄평 - 기대했던 부분은 별로, 예상했던 부분은 역시나

대한민국 재난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그으려던 ‘백두산’은 너무나도 평범했다. 개봉 전날에야 언론배급시사회를 진행할 정도로 빠듯한 일정 속에 영화를 완성한 상황이었기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영화는 시작부터 백두산 폭발로 인한 지진 사태를 보여준다. 정말 상상 속에서나 보던, 강남 일대가 지진으로 쑥대밭이 되는 장면은 덱스터 스튜디오의 기술력을 충분히 실감케 한다. 이 시퀀스 만큼은 4DX로 보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인상깊다. 게다가 홍수 장면이나 후반부 4차 폭발 직전의 백두산 시퀀스 등은 확실히 특수관에서 보면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백두산'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이러한 장면은 위에 언급한 것이 전부다. ‘재난 영화’ 하면 으레 생각하는 장면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물론 그러한 장면이 적더라도 ‘단테스 피크’, ‘볼케이노’ 등의 화산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처럼 설득력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순 있다.

하지만 ‘백두산’의 경우, 화산을 소재로 한 다른 작품보다 설정상 화산의 위력은 훨씬 강력한데도 전조증상이 전혀 없었다는 부분도 이해하기 어렵다. 극중 강봉래(마동석 분) 교수가 3년 전부터 백두산 폭발을 경고해왔다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한반도 전체가 혼란에 빠질 정도의 폭발이 발생하는 것을 당일까지도 모른다는 건 (문과의 입장에서도) 납득하기 힘들다. 작중 화산이 폭발하기 전 전조증상을 느꼈다는 묘사는 아내 최지영(배수지 분)에게 가기 위해 운전하던 조인창(하정우 분)의 좌측 차선에 있던 차 안의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가 계속해서 짖은 것 뿐이다. 

'백두산'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백두산'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남한과 북한 모두가 백두산 폭발로 인해 혼란에 빠진다는 설정은 현재 다시금 활동을 재개한 백두산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증명해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또한 남북한이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다만 여러 설정들에 무리수가 가미된 느낌을 강하게 준다.

베이징 주재 북한 서기관인 리준평(이병헌 분)은 거의 제이슨 본에 가까운 모습이다. 어떤 일을 하든 행동에 주저함이 없고, 상황판단도 누구보다 빠르다. 반면 전역 예정인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은 리더로서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두 인물이 갈등을 겪다 극적으로 힘을 합치게 되는 것은 나름 개연성이 있다.

'백두산'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백두산'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 전유경(전혜진 분)의 캐릭터는 극 중 한 사건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느낌을 준다. 굳이 없더라도 이야기 진행에 무리는 없는 수준. 배수지가 연기한 최지영도 조인창과 리준평을 묶어주기 위한, 또 강봉래(리처드 강)를 한국에 묶어두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캐릭터가 너무 소모적으로 사용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결말에서 등장하는 특유의 영웅 만들기와 해피엔딩은 너무나도 진부하다. 그렇다고 등장인물들이 전부 죽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백두산'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백두산'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만 머리를 비우고 본다면, 그리고 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을 버틸 수 있다면 의외의 유머 포인트를 찾을 수는 있다. 특히나 하정우와 이병헌의 앙상블은 극 중 최고의 조합이며, 넘치는 근육에도 힘을 쓰지 못하는 마동석의 모습은 소소한 재미를 준다.

결론을 내보자면, 재난을 표현하기 위한 CG 작업 등으로 인해 가장 중요한 스토리가 부실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김씨표류기’, ‘나의 독재자’ 등을 연출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해준 감독의 복귀작이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크다. 배급사인 CJ로서는 ‘해운대’에 이은 천만 재난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던 것 같은데, 그리 쉬워보이진 않는다. 우선은 손익분기점인 730만명의 관객수를 모으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