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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최민식X한석규, 다시 만난 연기 장인들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9.12.1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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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기자] 이 리뷰에는 영화 ‘천문: 하늘이 묻는다’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한줄평- 스토리의 힘은 약하지만, 한석규와 최민식의 클래스는 영원하다.

영화 ‘쉬리’로 만났던 한석규와 최민식이 무려 20년 만에 재회했다. 최민식과 한석규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인물들답게 흡입력 있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천문: 하늘에 묻는다’의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허진호 감독이 약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아주 익숙하고, 존경받는 역사적 인물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를 앞세웠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 영화인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 영화인

‘천문’은 오프닝 시퀀스에서 명나라의 사신이 찾아와 장영실의 발명품에 대해 문제 삼는 모습을 보여준다. 첫 번째 갈등 요소를 영화의 전면에 배치 시킨 후 20년 전 세종(한석규)와 장영실(최민식)의 첫 만남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종과 장영실의 만남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허진호 감독이 가장 집중한 것은 두 인물의 관계다. 흔히 느낄 수 있는 군신의 관계가 아닌 같은 꿈을 꾸는 동지이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친구 같은 모습을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천문: 하늘에 묻는다’의 최민식과 한석규는 ‘브로맨스’에 가까운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들은 서로를 향하는 눈빛 하나, 몸짓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내며 세종과 장영실이 점차 가까워지는 모습들을 표현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의 꿈을 지켜주며 그 의미를 더한다. 장영실은 관노 출신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쉽게 꿈을 꾸지 못한다. 세종 역시 명나라 사대주의에 눌려 스스로를 가장 빛나는 별이라 칭하지 못한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 영화인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 영화인

그러나 장영실은 세종에게 “나에게는 가장 빛나는 별”이라며 북극성이라 칭한다. 세종은 감히 하늘을 바라보지 못했고, 스스로를 별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장영실에게 북극성 옆을 차지한 별을 선물하며 관계가 깊어진다.

영화에서는 허진호 감독의 장점도 돋보인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 한국을 대표하는 멜로영화를 선보였던 허진호 감독만의 섬세한 감성들이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 있는 사극 ‘천문’에 조화롭게 묻어나는 것이다.

허진호 감독은 밤하늘을 바라보고 나란히 눕는 세종과 장영실, 세종을 위해 별자리를 직접 만들어내는 장영실, 서로의 진심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극 말미의 독대신 등에서 멜로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구도와 감각적인 연출력을 선보인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 영화인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 영화인

이런 장면들이 쌓이며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세종과 장영실이 얼마나 서로를 믿고 의지하던 관계였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의 한석규와 최민식은 20년 전 만났던 영화 ‘쉬리’ 보다 깊어진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이들은 눈빛만으로도 스토리를 장악하는 연기력으로 묵직한 무게감을 더한다.

이뿐 아니라 한석규와 최민식은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도 보여준다. 다리가 저려 일어나다 뒤로 넘어지는 장영실, 시간에 흐름에 따라 걸음걸이가 달라지는 세종과 장영실, 미묘하게 달라지는 말투와 눈빛 등이 한석규와 최민식을 만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시간 흐름의 교차와 장영실과 세종이 만들어낸 발명품들, 감각적인 연출로 담긴 담백한 미장센, 최민식과 송강호의 열연 등은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빛내는 요소들이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 영화인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 영화인

그러나,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한 것이 문제일까. 호연을 펼치는 배우들에 비해 스토리가 약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조선과 명나라의 군신 관계를 두고 이어지는 세종과 대신들의 갈등, 장영실 조용을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 조선만의 독자적인 천문학뿐 아니라 세종의 한글 창제 등을 두고 이어지는 갈등 등을 담아낸다. 또 임금이 타는 안여가 부서지는 사건이 일종의 반전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수많은 갈등 요소와 반전 속에서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는 돋보인다. 그러나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동안 영화의 스토리가 두 사람의 관계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로서밖에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지점이다.

허진호 감독이 선보이는 아름다운 미장센과 배우 최민식 한석규의 매력적인 연기 조합이 인상적인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오는 26일 정식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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