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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픽] ‘아빠 어디가’ 이후 7년, 가족 예능은 어디까지 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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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임라라 기자) 전 국민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각 방송국마다 육아 예능, 가족 예능 하나쯤 있는 시대다.

‘아빠 어디가’로 시작된 육아 예능 계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넘어가진 오래다. 텔레비전을 틀면 윌벤저스, 건나블리 등 그림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쏟아진다.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아이들은 이미 연예인급 인지도와 인기를 누리며 CF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그뿐일까, 아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가족 예능의 틀은 더욱 확장됐다. 부부에 집중하는 ‘아내의 맛’, 성인이 된 자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 등 포맷은 무궁무진 해졌다.

‘아빠 어디가’가 쏘아 올린 공은 이토록 크고 방대했다. 그 첫 방송 이후 약 7년, 대한민국의 가족 예능 문제점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로고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로고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동인권으로 재조명되기까지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들의 주는 힐링 시간, 하지만 그 이면의 현실은? 장시간 이어지는 방송 촬영은 다 큰 어른들도 힘들다는 투정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떨까.

지난 9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방송국에서 제출받은 국감 자료에 의하면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에 출연 중인 3살 벤틀리 해밍턴은 매주 2일에서 3일 사이 하루 4시간 정도 촬영하고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슈돌’ 제작진은 매회 촬영 일정은 아이들의 스케줄과 컨디션에 따라 해당 아동 부모와 상의하에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KBS2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의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 항목에는 “출연 아동의 안전을 위해 안전요원을 배치하게 하고, 어린이와 청소년 복지를 위해 출연자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 또한 정확한 기준과 수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KBS를 제외한 타 방송국에는 방통위 규정 외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방통위의 규정도 완벽하지 못하다. 방통위의 아동 출연 관련  ‘방송 심의에 의한 규정’은 제39조(재연, 연출), 제45조(출연) 조항을 근거로 삼는다. 이는 선정성과 범죄를 규정하는 것으로, 아이의 노동권과는 관련이 없다.

비단 노동권 문제만은 아니다. ‘슈돌’ 등 아동 예능에 출연하는 유아들은 자기결정권이 없이 부모에 의해 방송에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윌벤저스는 해외에서 아이돌 ‘조공’ 못지않은 규모의 생일 선물을 받기도 하고, 아이들은 ‘슈돌’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도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이미 아역배우들과 같은 위치의 활동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왕석현, 김성은 등 아역 배우들이 성장 과정에서 과도한 관심에 고통을 호소했던 경우가 있던 만큼 아동 예능 출연자도 이 같은 문제에서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아빠 어디가’의 출연진 아이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지도로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아이들의 사적인 SNS도 대중에게 이슈가 되고, 이를 보고 “역변했다” “중2병 걸린 듯” 등 무분별한 악플을 던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렇듯 아이들의 일상조차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되는 가운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단계다.

TV조선 '아내의 맛'
TV조선 '아내의 맛'

# ‘아내의 맛’, 계속되는 갈등과 화해 속 들끓는 랜선 시댁

가족 예능이 다변화되며 육아 예능에서 부부 중심, 가족 구성원 전체를 조명하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그중 TV조선 ‘아내의 맛’은 대표적인 부부 중심의 가족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육아 예능이 한 편의 힐링을 테마로 했다면 부부 예능은 다르다. 매회 새로운 갈등을 중심으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아내의 맛’은 3040대의 주요 관심사인 가족, 결혼, 자식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선사한다. 일상 속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갈등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이야기에 몰입도는 더 크다. 하지만 과해서 독이 된 걸까, ‘아내의 맛’ 출연진을 향한 비난의 강도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특히 ‘아내의 맛’에서 18살 차이를 극복한 한중 커플 함소원과 진화는 매회 고부 갈등, 부부 싸움, 사교육 의견 차이 등 새로운 갈등을 계기로 싸움과 화해를 반복한다. 그중 함소원이 남편에게 윽박지르는 태도는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방송국의 게시판에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조언이 쏟아졌고, 이후 함소원 스스로 “악플 99%가 진화를 놓으라는 얘기였다”고 할 만큼 그를 향한 비난의 강도는 거셌다.

함소원, 진화 부부의 갈등에 “피곤하다” “진화가 불쌍하다”는 비난이 이어짐에도 이슈는 두 사람의 싸움에 집중됐다. 함진 부부의 갈등이 격화될수록 시청률을 올랐고, 당시 진화가 눈물을 흘렸던 회차(7월 9일차 방송분)은 ‘아내의 맛’ 최고 시청률에 해당하는 7.5%(전국 기준, 닐슨 제공)였다.

악플로 고통받던 함소원은 ‘아내의 맛’을 통해 정신과 상담을 받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중의 태도는 “양보하면서 살라”는 훈수로 마무리되며, 이러한 논조의 일침은 함진 부부의 영상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고 있는 댓글 중 하나다.

부부 예능이 처음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공감 받을 수 있던 것은 스타여도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는 동질감에서 출발했을 터다. 하지만 순한 맛은 금방 질리는 법인지 자극적인 아침 드라마를 보듯 이들의 갈등이 예능 소재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방송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소재를 찾다 보니 갈등에 집중하게 되고, 시청자들은 그 몰입감에 빠져드는 악순환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그 악순환의 굴레를 끊지 않은 한 ‘아내의 맛’이 ‘부부가 식탁에서 소확행을 찾는’ 본래의 취지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캡처
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캡처

# ‘미우새’, 결혼만이 답이 아닌 데도

육아 예능의 최종 종착지,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는 30대를 넘어 50대인 자식도 엄마 앞에서는 여전히 아이라고 주장한다. 40대 클러버 박수홍부터, 여전히 음주 가무가 좋다는 김건모, 운동이 취미이자 일상인 김종국을 보며 모벤저스(출연진 모친 일동)는 속을 태우기도 하고, 아들의 모습에 답답해 하기도 한다.

이들의 일관적인 주장은 하나, 아들이 결혼을 했으면 한다는 것. 임원희와 정석용의 여행을 본 모벤저스는 “짠하다”를 연발하기도 하며, 김종국의 엄마는 같이 ‘미우새’에 출연 중인 홍진영을 예비 며느리로 점 찍어 두기도 했다.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서장훈에게도 “결혼해야지”라는 훈수는 계속되고 있다.

이미 가족 구성원은 결혼이 답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미우새’ 안에서의 가족이란 틀은 공고해 보인다. 모벤저스를 필두로 대변되는 기성세대가 결혼은 성인이 되는 통과 의례로 간주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2018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이미 결혼 가치관과 태도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연령집단별 결혼에 대한 조사에서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비율은 단 11%에 불과했으며,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유동적 입장은 46. 6%, 즉 약 절반이 비혼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을 인생의 종착지로 여기는 ‘미우새’의 관점은 김건모의 결혼 소식을 ‘기적’이라 포장하며 더욱 강조됐다. 그러나 결혼으로 좋은 마무리를 지을 줄 알았던 김건모는 성추문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성폭행 파동에도 김건모 예비부부의 프러포즈 방송을 단행한 ‘미우새’. 그 결과는 추락한 시청률과 쏟아지는 비난이었다. 결국 김건모의 사실상 ‘미우새’ 하차로 논란을 잠재운 가운데, 과연 결혼만이 정말 답이고, 아름다운 동화의 끝일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시간이 흐르면 좋았던 점도 변색되고, 퇴색되기 마련이다. 가족 관찰 리얼리티 예능은 분명 일상 속에 찾을 수 있는 행복감, 그리고 그 속에서 얻는 감동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우후죽순 쏟아지는 관찰 예능 속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더 자극적이게, 더 맵게 변화한 가족 예능. 성찰을 통해 나은 길을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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