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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정은, 영화 ‘기생충’부터 ‘동백꽃 필 무렵’ 엄마 정숙으로 마무리한 ‘꽉 찬 2019년’ (종합)

  • 박정민 기자
  • 승인 2019.12.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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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기자] “전 재산 기부하고, 보조가방 메고 지하철에서 사람들과 사진 찍어주는 주윤발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얼마나 멋있나”

이정은이 영화 ‘기생충’부터 ‘동백꽃 필 무렵’까지 완벽한 한 해를 마무리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KBS2 ‘동백꽃 필 무렵’ 엄마 정숙이로 시청자를 울린 이정은과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이정은은 “저는 드라마 속 대사처럼 ‘벌받는 기분으로 살았다’는 정숙이의 삶을 살았다. 누가 버리고 갔다 이런 이야기를 신문으로만 봤는데 그런 인물을 조명해서 다른 시각을 가지게 해준 임상춘 작가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필구와 동백이라는 가족이 생겨서 좋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정은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극중 이정은은 동백(공효진)을 버리고 간 엄마 정숙 역을 맡았다. 딸 동백을 버리고 떠났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오랜 시간 딸을 지켜본 서사가 그려지며 시청자를 울렸다. 

치매를 앓는 설정과 정숙의 복합한 서사까지 그려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이정은은 “초반에 작가님이 세세한 부분을 안 줬다. 배우가 많은 걸 알고 연기하는 게 방해될 때도 있더라. 그래서 대본이 나오는 속도대로 갔다. 초반에는 어이없게 치매가 주는 귀여운 부분에 집중했고 자유롭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이정은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동백꽃 필 무렵’에는 다양한 형태의 ‘내리사랑’, 모성애가 담겨있다. 자식에 대한 애정이 삐뚤어진 모습으로 발현되는 규태의 엄마부터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이 세상의 1순위인 용식의 엄마 고두심까지. 전형적인 엄마에 가까운 고두심과 흔한 엄마와 조금 다른 서사를 지닌 이정은. 두 사람은 극중 자식 용식-동백을 위해 대립하기도 했다.

이정은은 “저는 사실 고두심 선배님의 역할이 좋다. 편협되긴 하지만 자식이 사회적인 부족함이 있는 여자와 결혼을 하려고 하면 저도 반대했을 것 같다. 부모라는 게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나도 내 자식 동백이를 생각하니까 대척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이기적이긴 해. 용식이 손 붙잡고 울고”라며 웃었다.  

이어 “제가 결혼을 안 해서 일반적인 엄마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와 다른 폭을 가진 것 같다고 결혼한 친구들이 그러더라. 실제로 자식을 도와주는 엄마 말고 자식을 팔아서 이득을 챙기거나 못되게 구는 엄마도 해봤다”라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그의 모성애 연기를 본 어머니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정은은 “‘너 내꺼 모티브 많이 삼았니?’라고 하시더라”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어머니가 다정다감하고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는 굉장히 힘이 있는 분이라 그런 모습이 실제로 담긴 것 같다. 그리고 치매에 대한 연기를 고민하고 있을 때 어머니가 복지관에 다니시는데 그곳의 치매 환자분들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그런 부분을 참고하고 자극도 많이 받은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정은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극중 딸 동백 역을 맡은 공효진과 이정은은 완벽한 모녀 케미를 자랑했지만, 실제로 두 사람은 10살 나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고. 

이정은은 “효진 씨가 연기하는 모습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 사람이 대사를 하면 대사하는 느낌이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내가 엄마인 것처럼 한다고 해도 잘 안될 것 같아서 그냥 솔직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예쁘다’라는 대사를 할 때는 진짜 그냥 예뻐서 했고, ‘아가’라고 할 때도 정말 아가를 부르듯이 하면서 기름기를 빼자고 생각했다. 상대 배우는 천운과도 같다고 하는데 그 친구에 의해서 제 연기도 결정된 것 같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내비쳤다. 

이어 “우리 둘 다 사람에 대해서 애정을 표현할 때 처음부터 ‘좋다’, ‘존경한다’라는 칭찬을 잘 하지 않는다. 말수도 많지 않아서 서로를 그냥 보기만 했다. 그런데 극중 우리 두 사람의 관계가 그렇지 않나. 극만큼 천천히 된 것 같다”라며 “효진 씨가 되게 털털해서 사람한테 부담 주는 게 없다. 연기적으로 이쪽 매체에서 선배인데 대화도 많이 하고 아이디어도 주고받았다. 향미에게 포주가 찾아왔을 때의 장면도 ‘엄마 내가 이렇게 할 테니까 한번 받아봐’라고 해서 완성됐고 서로 현장에서 자유롭게 만들었다. 동료로서 너무 좋았다”라고 서로 간의 호흡을 전했다. 

이정은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이정은에게 2019년은 특별한 한 해였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흥행 전부터 영화 ‘기생충’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월 개최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은 이정은에게 ‘제40회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선물했다. 

평정심을 갖기 위해 7분 남짓한 거리의 부모님 집에 상을 뒀다는 이정은. 그간의 노력이 서린 수상소감은 많은 이에게 회자됐다. 그는 “저는 주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역할에 애정을 가지고 봐주셔서 사소한 것들도 예쁘게 봐주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겸손하게 웃었다.

올 한해 넘쳤던 상복에 “말도 안 된다. 저 연극할 때도 10년에 한 번 받았는데. 저는 수상 말고 시상하고 싶다. 그게 얼마나 부담이 없고 기분 좋은 일인지 모른다. 상을 받을 때 그 순간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시상할 때는 시청자가 된 기분으로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동백꽃 필 무렵’이 상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휩쓸었으면 좋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정은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그의 특별한 한 해는 오랫동안 쌓아온 수확물이었다. 연극과 뮤지컬로 내공을 다져온 이정은은 매체로 넘어온 후에도 꽤 오랜 시간 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오 나의 귀신님’,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미스터 션샤인’, ‘쌈, 마이웨이’, ‘타인은 지옥이다’, ‘옥자’ 등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40세까지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힘들었던 순간에도 연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이정은은 “아르바이트는 사실 우리 때는 다했다. 너무 그것만 부각되니까 이 정도만 해도 될 것 같다. 당시 연기와 병행하면서 했던 일 중 상품을 파는 일이 확실히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구사력이 있어야 하니까. 배우에게 이러한 일상은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작품은 올 때마다 어렵다. 사람들이 볼 때는 쉬워 보이지만 내가 연기할 때는 어려운 거? 공부를 잘하진 않았지만 공부는 하면 결과가 금방 나오지 않나. 그런데 연기는 결과가 바로 안 나온다. 농사 짓는 마음으로 하니까 그 덕으로 발 뻗고 자고, 그다음 작품 준비하는 것 같다”라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이정은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매 작품마다 그 옷을 입은 것 같은 연기를 선보이는 이정은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그냥 여러 번 읽는다. 녹음을 해서 계속 들으면서 듣는 걸로 읽는 거다. 그런 다음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고,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이제 내 식으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의상이나 소품 콘셉트도 잡는 편이다”라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했다.

이러한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부담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 터. 이정은은 “사실 다르게 하진 않는데 대본대로 가면 다들 다르게 봐주시더라. 작품을 볼 때도 다른 측면을 부각시키는 인물을 보는 것 같다. 그동안 한 게 다 잘 되진 않았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확실히 칸에 갔던 게 뭐가 있는 것 같다. 현장에서도 편안한 각도가 나올 수 있게 격려도 받고 있고, 역할의 분량과 강도도 더 많이 주목받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라며 자신의 연기에 겸손함을 내비쳤다. 

이정은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꽉 찬 2019년을 한 달 남겨둔 지금 이정은은 2020년 활동 계획을 전했다. “내년에는 내려갈 것 같다”라며 장난스레 웃은 이정은은 “관심 밖에 있더라도 스스로 위안하면서 작품 열심히 해야죠. 저는 성격이 가장 불행할 때 행복한 생각하고, 행복할 때 불행한 생각을 한다. 그래야 명이 길게 살겠더라. 그래도 두 달 정도는 지금의 것을 즐길 것 같다”라고 행복한 미소를 띄웠다.

‘미스터 션샤인’ 종영 후 장난스레 아카데미 시상식이 목표라고 이야기한 이정은은 정말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에 가게 됐다. 시크릿의 법칙처럼 말하면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신기한 얼굴을 한 그의 바램은 주윤발 같은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전 재산 기부하고, 보조가방 메고 지하철에서 사람들과 사진 찍어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얼마나 멋있나. 제가 스타까진 아니지만 좋은 일 하면서 사람들과 어우러진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반짝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에서 이정은은 드라마 속 그의 연기처럼 센스 있는 농담을 툭툭 던져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하고,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시간들을 진중하게 전하기도 했다. 넘치는 매력을 지닌 그가 2020년 거둘 수확물이 기대되는 바이다. 

한편, 드라마 KBS2 ‘동백꽃 필 무렵’은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을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이의 폭격형 로맨스 "사랑하면 다 돼!" 이들을 둘러싼 생활밀착형 치정 로맨스로 지난달 21일 종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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