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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백꽃 필 무렵’ 손담비, 향미로 꽃피운 ‘10년의 시간’ (종합)

  • 박정민 기자
  • 승인 2019.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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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기자] 손담비가 ‘동백꽃 필 무렵’ 향미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손담비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부쩍 차가워진 겨울바람과 함께한 손담비는 아직 향미의 여운을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이날 손담비는 “6개월 동안 촬영을 하면서 잊지 못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팀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든다. 그동안 향미로서 살 수 있게 돼서 재밌고 행복했던 것 같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손담비 / 키이스트

극중 손담비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없는 백치미 가득한 까멜리아의 아르바이트생 향미 역을 맡았다. 향미는 걸핏하면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가 하면, 유일하게 자신의 편이 돼준 동백이의 돈을 훔쳤다가 돌아오는 등 뻔뻔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내면의 상처와 결핍을 가진 안쓰러운 인물이기도 하다. 손담비는 이러한 향미의 서사를 완벽하게 그려냈고 그를  향한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손담비는 “악플을 안 받아본 게 처음이다”라고 웃었다. 이어 “대중들이 향미에 이입을 많이 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울어주고 웃어주신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다. 한편으로는 ‘이런 사랑을 또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되게 여러 가지 감정이 드는 것 같다”라고 복잡 미묘한 얼굴을 보였다.  

그중 가장 기분 좋았던 반응에 대해 묻자 “인생 캐릭터 만났다, 제가 울 때같이 울었다, 손담비가 이렇게 연기 잘하는지 몰랐다 등 엄청 많다”라고 기분 좋게 웃었다. 그는 “11부 촬영이 끝나고 임상춘 작가님께서 ‘사람들이 향미에 대해 많이 물어본다. 관심이 엄청 많고, 그 이유는 다 담비씨 덕분이다. 열심히 해주셔서 고맙다’고 연락이 오셨다. 저도 엄청을 감동받아서 ‘이런 작품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라고 일화를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조연에 가까운 향미에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손담비는 “향미의 어린 시절을 쭉 올라가면 사랑받지 못한 과거가 있다. 술집 물망초의 딸, 결손 가정으로 낙인찍혀 사랑을 받지 못해서 사랑을 주지도 못하는 성격이다. 향미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서사가 많이 깔린 후에 향미가 동백이를 만나면서 그런 것들이 바뀌는 부분에 공감을 많이 해주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손담비 / 키이스트

향미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위해 손담비는 외적으로, 내적으로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향미를 준비하는데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고. “외적으로는 일부러 뿌염을 안 했다. 꾸미고 싶은데 돈은 없으니까 계속 길러진 콘셉트로 잡았고, 네일 역시 혼자 바르니까 다 벗겨져있다. 옷도 일부러 촌스러운 느낌의 것만 입었다. 개인적으로 의견을 많이 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향미가 맹한 부분이 있지만 눈치는 빨라서 옹산을 제일 잘 아는 인물이다. 또 대사의 양이 많고, 생각하는 것을 입으로 바로 내뱉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템포 조절감이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 표정 연기도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지만 안 바라보고 있는 듯한 멍한 눈빛 위주로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결손가정, 직업여성의 자녀 등의 공감하기 힘들 수도 있는 소재에서는 좋은 대본 덕분에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고.  그는 “대사들이 주옥같아서 이입을 안 할 수가 없더라. 대사에 내 감정을 넣기만 해도 그 상황으로 끌려갈 수 있었고, 그런 부분에서 진짜 작가의 힘을 느낀 것 같다. 저는 작가님을 믿고 따라가기만 했다”라며 임상춘 작가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사랑받지 못했던 향미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동백이를 만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던 찰나 맞이한 비운의 결말은 향미의 존재에 더 깊은 여운을 더했다. 손담비는 “동백이와 마지막 이야기를 하는 장면도 너무 힘들었고, 규태와의 장면도 가슴 아팠다. 말미에 ‘나는 이제부터 최향미가 될 거다. 화투도 다시 치는데 내 인생도 다시 치면 되지’라고 말하지 않나. 새롭게 살려고 하는데 죽은 거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작가님이 ‘나를 이렇게 떠나보내는구나’하는 생각에 복잡 미묘했다. ‘향미가 죽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손담비 / 키이스트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배우 개개인의 연기 역시 빛났지만, 서로 간의 케미 역시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실제로도 절친한 사이인 공효진과 한 드라마에서 만난 손담비는 “초반에는 저를 우려하는 걱정의 말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때 언니가 ‘흔들리지 말고 뚝심대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조언과 의견 제시도 많이 해줬다. 그래서 동백 언니랑 함께하는 장면에서 브로맨스처럼 여자들의 케미가 잘 드러난 것 같고 함께 고민한 흔적이 많이 느껴져서 좋았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내비쳤다. 

필구 역을 맡은 김강훈에 대해서 “NG도 안 내고 어른스럽게 너무 잘하더라. 감정이입도 잘해서 좋았던 기억밖에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은 그는 오정세의 이름을 언급하자마자 빵(?) 터졌다. 손담비는 “솔직히 웃다 끝났다. 정세 오빠가 촬영을 하면서 설정을 너무 웃기게 하니까 제발 적당히 해달라고 했다. 정말 웃으면서 촬영했고, 연기를 잘하는 사람과 연기를 하니까 서포트 받는 느낌이 들더라. 오빠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고 그래서 더 좋은 케미가 좋아진 것 같다”라고 화기애애했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손담비 / 키이스트

자칫하면 산으로 갈 수 있는 복합장르임에도 ‘동백꽃 필 무렵’은 탄탄한 대본과 연출, 배우들의 호연으로 마지막 회 시청률 23.8%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손담비는 “제일 키포인트는 스릴러였던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스릴러가 가미돼 풍미가 더 산 것 같다. 그래서 까불이의 정체를 궁금해하고 ‘까불이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인기 비결을 전했다. 

매방송이 끝난 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뜨거운 화제성을 낳았던 까불이의 정체는 배우들에게도 극비였다고. 손담비는 “진짜 몰랐다. 중간에 누군지 알아도 다시 바뀌었다. 그래서 더 여운이 남았다”라고 회상했다. 이러한 관심이 이어지며 누리꾼 사이에서 향미가 까불이라는 이야기부터 트렌스젠더라는 설까지 도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그는 “배우들끼리도 그런 이야기를 다 알고 있었다. 그중 제일 어이없었던 이야기는 향미가 트렌스젠더라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라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웃음을 자아냈다. 

손담비 / 키이스트

향미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이지만, 가수에서 배우로 도전한 후 깊은 기로에 빠졌었다고 털어놨다. 가수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손담비는 지난 2009년 ‘드림’을 시작으로 ‘여우의 집사’, ‘빛과 그림자’, ‘가족끼리 왜 이래’, ‘미세스 캅2’, ‘배반의 장미’ 등 꾸준히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고, 고민에 빠졌던 그는 ‘동백꽃 필 무렵’으로 비중이 아닌 캐릭터에 집중했다. 

손담비는 “‘이걸 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과감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글이 너무 좋았다. 사실 ‘이제 더 좋은 작품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시기였고 대본을 봤을 때 이것만 잘하면 노력한 결과는 가지고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다”라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이어 “색안경을 벗겨내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캐스팅할 때 감독님들도 ‘담비 씨는 아직 섹시가수 이미지가 많이 남지 않았나’라는 말을 많이 하셨고, 그걸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계속하다 보면 내 거 하나 정도는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계속 버텼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게 ‘동백꽃 필 무렵’이어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손담비의 시간과 고민은 헛되지 않았다. 그는 “한 캐릭터를 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했는데 주목을 못 받아서 아쉬웠던 점도 많았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이 캐릭터를 살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계속 연극과 작품을 해오면서 내공이 쌓였고 그래서 향미 캐릭터가 완성됐던 것 같다”라고 소신 있게 이야기했다. 

손담비 / 키이스트

‘동백꽃 필 무렵’의 향미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만큼 의미도 남다를 터. 손담비는 ‘동백꽃 필 무렵’에 대해 제2의 시작을 열어준 드라마라고 운을 띄웠다. 그는 “내가 2막을 어떻게 시작을 해야 더 좋은 작품으로 인사를 드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을 때 만난 드라마다. ‘동백꽃’으로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다음 작품도 잘 할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붙들어줬다. 덕분에 더 좋은 모습으로 인사를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신있게 웃었다.  

지난 8일 마지막 촬영을 마친 손담비는 아직 향미의 여운에 빠져있었다. 그는 “일단 향미를 잘 떠나보내고 싶다. 아직까지 향미가 제 안에 있는 것 같다. 올해는 향미를 떠나보내는 시기를 가져야할 것 같고 내년에는 좋은 작품에서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10년간 꾸준히 쌓아온 내공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에 향미로 ‘잊을 수 없는’ 시간을 선물한 손담비. 그가 보여줄 새로운 2막이 기대된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을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이의 폭격형 로맨스 "사랑하면 다 돼!" 이들을 둘러싼 생활밀착형 치정 로맨스를 다룬 이야기로 배우 공효진, 강하늘, 손담비, 김지석 등이 출연했다. 

스릴러, 멜로, 휴먼까지 종합선물세트 같은 매력으로 시청자들과 함께한 ‘동백꽃 필 무렵’은 지난 21일 종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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