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이은혜 기자) 한줄평: 잔잔하고 아름다운 변주의 연속
담담하지만 뜨겁게 아버지와 아들을 이야기했던 임대형 감독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엄마와 딸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영화 ‘윤희에게’는 엄마와 딸의 여행 이야기이자 한 여성의 사랑 이야기이기다. 그래서 이 작품은 하나의 로드 무비로, 성장 드라마로, 멜로 드라마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윤희(김희애)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하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엄마와 단 둘이 살아왔지만 거리감을 느끼는 딸 새봄(김소혜)은 편지를 먼저 읽어보게 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엄마가 아닌 ‘그냥 윤희’의 삶에 대해 궁금해 하기 시작한다.
모녀가 확인하게 된 편지는 여행의 출발점이 된다. 표현이 서툰 엄마와 딸은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로 여행을 떠난다.
“나는 아름다운 것만 찍어”라며 인물 사진은 전혀 찍지 않던 딸 새봄은 여행을 시작하며 엄마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두 사람 사이 살가운 애정 표현은 존재하지 않지만, 서로를 향하는 시선과 한층 부드러워진 말투가 관계 변화를 대변한다.
윤희와 새봄의 관계가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윤희 개인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메인 스테이지에 올라 있다. 윤희의 이야기는 일본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친구 쥰(나카무라 유코)과 연결된다.
두 사람의 만남은 극적이거나 화려하지 않다. 딸 새봄의 깜찍한 생각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은 아주 짧지만 강력하게 그려지며 관객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선사한다.
쥰과의 만남을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 온 윤희는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 뜻을 전하고,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김희애는 어딘가 억눌려있는 모습,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 깊은 상처를 마주한 모습 등 다양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작품의 주제 의식을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
‘윤희에게’로 첫 스크린 도전에 나선 아이오아이(I.O.I) 김소혜의 캐릭터 표현도 뚜렷하다. 호기심 많지만 무뚝뚝한 딸이지만 엄마 윤희의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그를 누구보다 걱정하는 캐릭터의 다면성을 안정적으로 그린다. 김소혜와 긴 호흡을 맞추는 남자친구 경수(성유빈) 역시 순수한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주변 풍경과 튀지 않는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다.
영화 ‘윤희에게’는 윤희라는 인물을 통해 사랑과 연대를 이야기한다.
엄마와 딸, 딸과 그의 남자친구, 이혼한 부부 사이 등 여러 관계를 통해 사랑의 다양한 모양을 담는다. 또 엄마와 딸의 연대가 이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담담하게 담아낸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윤희에게’는 추운 겨울이라는 작품 속 배경과 상반되는 따뜻한 온도를 유지한다.
영화 말미 주저하며 망설이는 윤희가 뒤돌아 딸 새봄의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을 때, 관객들이 안도의 숨을 내 쉬는 것은 그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적 메시지가 영화 ‘윤희에게’에 숨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윤희에게’는 이달 1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