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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선언문에서 "세계평화·헌법 준수"…아베 우경화와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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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뉴시스에 따르면 나루히토(徳仁) 일왕이 22일 즉위 의식에서 "헌법에 따라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며 헌법 준수 의지를 밝혔다. 

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 탈바꿈시키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우경화 행보와 대비되는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NHK 등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고쿄(皇居·일왕의 거처)에서 개최된 ‘즉위례 정전의 의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황색의 전통 관복인 고로젠노고호를 입고 고쿄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松の間)'에 설치된 '다카미쿠라(高御座)'라고 불리는 옥좌에 올라 "즉위를 내외에 선명한다"고 밝혔다.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22일 오후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고쿄(皇居)의 규덴(宮殿)에서 즉위를 일본 내외에 알리는 행사에 임하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22일 오후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고쿄(皇居)의 규덴(宮殿)에서 즉위를 일본 내외에 알리는 행사에 임하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이어 "국민의 행복과 세계 평화를 항상 바라며, 국민에게 다가가며 헌법에 따라 일본 및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직분을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했다.

또 부친인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의 약 30년간의 재위 기간 중 활동에 대해 "항상 국민의 행복과 세계 평화를 바라고, 어떤 때에도 국민과 고락을 함께하면서 그 마음을 자신이 모습으로 나타낸 데 대해 새삼 깊은 마음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국민의 예지와 꾸준한 노력으로 우리나라(일본)가 한층 더 발전해,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NHK는 나루히토 일왕의 발언은 아키히토 전 일왕의 즉위 의식(1990년) 발언을 답습했지만, 몇 가지 표현이 추가됐다고 지적했다.

아키히토 전 일왕은 1990년 11월 즉위의식에서 "항상 국민의 행복을 기원하며, 일본 헌법을 준수하고, 일본 및 일본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나루히토 일왕은 여기에 '세계 평화', '국민에게 다가가면서'라는 표현을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이 일본인의 행복과 더불어 세계 평화를 언급한 것은 아키히토 상왕이 재위 중에 밝힌 메시지와 상통한다.

그는 전쟁을 직접 체험하지 않은 전후 세대이지만 부친으로부터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앞서 밝힌 바 있다.

일본이 안보 체제를 정비해 자위대가 각국 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는 등 전쟁에 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루히토 일왕이 메시지는 일본인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줄 것으로 보인다.

헌법을 따르겠다고 언급한 것도 눈길을 끈다.

법치국가에서 최상위 법인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의미지만 일본의 정치 상황과 맞물려 극명한 대비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후 최장기 집권 중인 아베 총리는 "현행 헌법도 제정한 지 70여년이 지났으니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부분은 개정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는 등 헌법을 지키기보다는 고쳐야 한다는 메시지에 힘을 주고 있다.

일왕은 헌법상 정치적 권한을 지니지 않기 때문에 개헌에 대한 찬반 표명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상징적 권위를 지닌 일왕이 헌법을 따르겠다는 당연한 발언을 한 것도 새삼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22일 도쿄 고쿄(皇居)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선포의식에 참석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9.10.22 【도쿄=AP/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22일 도쿄 고쿄(皇居)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선포의식에 참석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9.10.22 【도쿄=AP/뉴시스】

아베 총리는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를 개정해 일본이 전쟁 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탈바꿈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일왕의 즉위의식은 1990년 11월 나루히토 일왕의 부친인 아키히토 전 일왕 이후 29년 만으로, 일본의 패전 후 성립된 현행 헌법 하에서 2번째다. 

이번 의식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입법·행정·사법 3부의 장 및 약 180개국과 국제기구 대표 등 국내외 인사 약 2000여명이 참석했다. 아베 총리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선포가 끝나자 다카미쿠라 앞에서 축사를 건넨 뒤 만세삼창을 했으며, 의식 종료에 맞춰 고쿄 인근 기타노마루(北の丸公園) 공원에서는 육상자위대 의장대가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를 축하하는 예포(총 21발)를 발사해 고쿄까지 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의식은 일본 국내외에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를 알리는 행사로, 즉위는 올해 5월1일 이뤄졌다.

나루히토 일왕은 5월1일 치러진 즉위식에서도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 "항상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에게 다가서며, 헌법에 따 일본 및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을 다짐한다"며 헌법 준수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하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선언 전문

앞서 일본국 헌법 및 왕실전범 특례법이 정한 바에 따라 왕위를 승계했습니다. 여기에 ‘즉위례 정전 의식’을 함으로써 즉위를 내외에 선명(宣明)합니다.

조코(上皇·상황) 폐하가 30년 이상 재위 기간 동안 항상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바라시며, 어떤 때에도 국민과 고락을 함께하면서 그 마음을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주신 것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합니다.

이에 국민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며 국민에 다가서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

국민의 예지(叡智)와 해이해지지 않은 노력에 의해 우리나라가 한층 발전을 이루고,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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